'킹스맨 : 퍼스트 에이전트'.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스포주의) [자필]

킹스맨1, 2부터 B급 영화를 표방하는 감독 성향은 알았지만

이 작품에서까지는 너무 '뇌절'이었던 것 같습니다.

킹스맨 1, 2에서 봤듯이, 조금이라도 애착이 갈만한 조연은 모두 죽여버렸습니다.

그래도 1, 2는 괜찮았습니다. 대신 재미가 있었거든요. 화려한 액션, 악당을 단죄할 때의 카타르시스 등등..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것은 매우 치명적인 실수였다고 생각합니다.

초반엔 보통 영화의 주인공처럼 콘래드 옥스포드를 연출합니다.

노쇠하고 절름발이가 된 옥스포드 공작, 젊고 패기 넘치고 훌륭하게 자란 아들 콘래드.

보통의 영화였다면, 옥스포드 공작이 모종의 이유로 희생되고 콘래드가 각성하여 복수하는 스토리였겠지만

시리즈 전통을 따라야했기에, 그 클리셰를 깨고 콘래드가 죽고 옥스포드 공작이 회춘(?)하게 되죠.

클리셰를 깬 건 어떻게 보면 신선한 전개입니다만, 콘래드가 어이없이 죽고 드는 허탈함이 문제입니다.

이렇게 허망하게 죽는 이 인물을 왜 1시간 동안 주인공으로 봐야만 했을까?

딱히 재미가 있던 것도 아니에요. 야간에 스파이 회수하러갔다가 6:6 나이프 전투를 할때도 액션이라든가 그렇게 재미있진 않았습니다.

액션보단 오히려 실제로 전쟁의 참혹함을 처음으로 마주했던 콘래드 시점에서 슬픔과 안타까움이 더 앞선 연출이었죠.(제발 살려달라는 적군을 보고 갈등하다가, 팀원이 당하는 걸 보고 숨통을 끊는 등)

콘래드가 죽어서 무기력했던 옥스포드 공작이 각성을 한 것도 아닙니다. 같이 활동을 하고 있었죠.

오히려 콘래드가 죽어서 옥스포드 공작이 잠시 무기력한 시간을 보냈죠.

여기까지도 '영화 참 ㅈ같이 만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그렇다면 주인공인 옥스포드 공작이 남은 시간을 통해 우리를 만족시켜줘야 합니다.

젊고 잘생긴 콘래드가 죽었습니다.

하지만 옥스포드 공작은 매력이 없습니다. 전작의 해리 같은 매력이 말이죠.

공작의 새 여자친구인 유모와 흑형 집사도 그리 큰 매력이 있는 캐릭터는 아닙니다.

흑형집사는 그렇다 쳐도, 유모는 총 잘쏘고 똘똘하다는 것 말고는 매력이 없어요.

섹시한 배우와 캐릭터를 줬다면 좀 더 재밌게 봤을지도 모르겠네요.

남은 시간이 놀라울 정도로 지루했습니다.

아무래도 시대가 시대이다 보니, 전작의 하이테크 무기들이 없긴 하지만

액션신 자체가 너무 단조로웠고, 매력없는 캐릭터들로 더더욱 지루했습니다.

영화관에서 봤다면 매우 후회할 뻔했네요.

세계1차대전을 베이스로 뭔가 흥미롭게 될려다가 결국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 같은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