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송나라 조정에 입조해온 서역(서양)의 대표적인 국가들에 대한 기록. 부제:고려국의 국제적 위상.

[송 태조]   개보 연간(968~975) 이후로   천축 의 승려들이 범협(梵夾) 을 가지고 와서 바치는 일이 그치지 않고 계속되었다. [개보] 8년(975) 겨울에 동인도(東印度) 왕자   양결설라(穰結說囉) 가 와서 조공하였다.

-송사 외국열전 천축 기록 중.

[송 태종]  태평흥국(太平興國) 7년(982),  익주(益州) 의 승려  광원(光遠) 이  천축 으로부터 돌아와서 그 나라 국왕  몰사낭(沒徙曩) 의 표서를 올렸다. [황]상(皇上)이 천축 승려  시호(施護) 를 시켜 번역하게 하였다. 그 내용은 이러하다. “근래에 듣기로  중국[支那國] 에는 크게 깨달으신[大明] 왕이 계신데 지극히 성스럽고 밝으시며 위력이 자유자재 하다고 합니다. 늘 부끄럽게도 행운이 적어서 [황제께] 조알(朝謁)할 도리가 없어 멀리서 중국 황제를 바라보며 문안하고 만복(萬福)을 바랄 뿐이었습니다.  광원 이 [ 천축 에] 올 때 내려주신 금강길상무외좌석가(金剛吉祥無畏坐釋迦)의 성상(聖像)과 가사(袈裟)   한 벌을 받아 이미 입고 공양(供養)하였습니다. 엎드려 바라오니,  중국 의 황제께서 복덕과 지혜가 원만하고 수명(壽命)을 오래도록 누리시어 유정(有情)하여 생사의 고해(苦海)에 허우적대는 모든 중생들을 구하여 항상 인도해 주십시오. 지금  석가 의 사리를  광원 에게 보내 헌상합니다.” 또 그 나라 승통(僧統) 의 표서도 번역하였는데 그 글의 내용도  몰사낭 의 [것]과 같았다.

-송사 외국열전 천축 기록 중.

[송 태종]   옹희(雍熙) 연간(984~987)에 위주(衛州)   승려   사한(辭澣) 이   서역 으로부터 돌아오면서 외국인 승려[胡僧]   밀탄라(密坦羅) 와 함께 북인도왕 및 금강좌왕(金剛坐王)   나란타(那爛陀) 의 서신을 받들고 내조하였다. 또 바라문[婆羅門] 승려   영세(永世) 가 파사(波斯) 외도(外道)   사람인   아리연(阿里烟) 과 함께 경사(京師, 개봉)에 왔다.
영세 가 다음과 같이 아뢰었다. “본국의 이름은   이득(利得) 이고 국왕은 성이   아라오득(牙羅五得) , 이름은   아야니전(阿喏你縳) 이며 황색 옷을 입고 금관을 쓰며 칠보로 장식합니다. 출행할 때는 코끼리 또는 가마[肩輿]를 타고, 법라(法螺) 와 요발(鐃鈸)의 음악으로 앞에서 길을 인도하며 대개 불교 사찰에 가서 빈곤한 사람들에게 널리 보시(普施)를 합니다. 왕비는   마가니(摩訶你) 라 불리는데 금실을 넣은 붉은 고운 명주옷[紬縷金紅衣]을 입고, 매년 한 번 출행하여 진휼과 보시를 많이 베풉니다. 사람들이 억울함이 있으면 왕과 왕비가 유람을 나올 때를 기다렸다가 [그들을] 마중하고 따라가며 [억울함을] 호소합니다. 국가의 재상 4명을 두고 각종 사무는 모두 그들에게 위임하여 제재합니다. 오곡, 육축, 과실은   중국 과 다르지 않습니다. 상거래에 동전을 사용하는데 문자가 원 주위에 있는 것이   중국 의 제도와 같지만 그 가운데도 채워져서 꿸 수는 없습니다. 그 나라는 동쪽으로 6개월 가면   대식국(大食國) 에 이르고 또 2개월을 [가면]   서주(西州) 에, 그리고 다시 3개월을 [더 가면]   하주(夏州) 에 닿게 됩니다.” [또한]   아리연 은 이렇게 말하였다: “본국의 왕호는 흑의(黑衣) 이고 성은 장(張), 이름은   이몰(哩沒) 이며 화려한 비단[錦綵] 옷을 입습니다. 수렵을 갈 때마다 2~3일 만에 나라에 돌아옵니다. 대신(大臣) 9명을 두어 국사를 다스립니다. 동전 화폐는 없고 여러 가지 물건을 써서 교역을 합니다. 그 나라에서 동쪽으로 6개월 가면   바라문 에 이릅니다.”

-송사 외국열전 천축 기록 중.

[송 인종(仁宗)]   천성(天聖) 2년(1024) 9월에 서인도 승려   애현(愛賢) ,   지신호(智信護)   등이 와서 범어 경전을 바치니 자줏빛 방포(方袍) 와 속백(束帛) 을 각각 하사하였다. [인종] 경우(景祐) 3년(1036) 정월에 승려   선칭(善稱)   등 9명이 범어 경전, 불골(佛骨) 및 청동과 상아로 만든 보살상을 바치자, [그들에게] 속백을 하사하였다.

-송사 외국열전 천축 기록 중.

이는 천축국 곧 인도를 위시한 남아시아권의 모든 나라들이 중국의 송나라 조정에 입조해 중국의 송나라 조정을 섬겨온 기록들입니다.

[태종]   태평흥국(太平興國) 2년(977), 사신   포사나(蒲思那) 와 부사(副使)   마가말(摩訶末) , 판관(判官)   포라(蒲囉)   등을 파견하여 토산물을 조공하였다. 그 시종꾼들은 눈이 깊이 들어가고 피부가 검은 색이었는데 ‘곤륜노(崐崙奴)’   라 불렸다. 조를 내려 그 사자에게 습의(襲衣)와 기폐(器幣) 를, 시종꾼들에게는 그 등급에 따라 비단을 하상하였다. [태평흥국] 4년(979) 다시 조공의 사절단이 왔다.   [태종]   옹희(雍熙) 원년(984), 대식 사람   화다(花茶) 가 와서 화금(花錦) ·월낙(越諾) ·간향(揀香) ·백룡뇌(白龍腦) ·백사당(白沙糖) ·장미수(薔薇水) ·유리 그릇 등을 바쳤다.

-송사 외국열전 대식 기록 중.

[태종]   순화(淳化) 4년(993), 다시 부추장(副酋長)   이아물(李亞勿) 을 파견하여 조공하였다.   대식 의 선주(船主)   포희밀(蒲希密) 도 남해 에 도착하였지만 늙고 병들어 궁성까지 올 수 없는지라, 토산물을   [이]아물   편에 보내 바쳤다. 그 표(表)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 대식 의 선주 신(臣)   포희밀 이 아룁니다. 모든 별이 [독자적인] 상징[垂象] 이 있으나 다 북극성을 빙 에워싸고 있고, 모든 골짜기마다 개울이 흐르지만 결국에는 동해로 모여듭니다. 다스림이 올바르면 먼 곳까지 안무(安撫)할 수 있으며, 안팎을 구별하지 않으면 이반하는 마음이 없어집니다. 삼가 생각건대 황제 폐하의 덕은 이의(二儀) 에 합치되고 명철하심은 칠정(七政) 과 동일하며, 인(仁)과 서(恕)로 만국을 다스려서 위광(威光)이 사이(四夷)에 두루 미치고 있습니다. 태평스럽기가 격양가(擊壤歌)를 부르던 시대와 같으며, 말이 통하지 않는 나라들이 다투어 진귀한 물건을 바치고 있습니다. 신은 [ 중국 과] 풍속이 다름을 돌아보고   중국 을 흠모하며, 일찍부터 태양을 바라보는 마음으로 입조(入朝)하고자 하는 소원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지난 날 본국 (대식) 에 있을 때   광주(廣州) 의 번장(蕃長) 이, 입경(入京)하여 조공을 바치라고 초유(招諭)하는 문서를 본 적이 있습니다. 황제 폐하의 성덕(聖德)을 크게 칭송하는 것이었습니다. [폐하께서] 관대한 은택을 널리 펼쳐서   광남(廣南) 에 조(詔)를 내려 외국 상인들을 후대하기 때문에, 먼 이방의 물산이 활발히 유통된다고 하고 있었습니다. 신은 [이를 보고] 마침내 배에 토산품을 싣고 바다를 건너 황제 폐하가 계신 곳을 향해 나아오며, 그 교화를 얻음으로써 숙원을 풀고자 했습니다. 지금 비록   오양성(五羊城) 에 다다랐으나 아직 쌍봉(雙鳳) 이 계신 궁궐로부터는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스스로 돌아보건대 늙고 쇠약한데다가 병들어 더 이상 움직이기 힘듭니다. 멀리서 금문(金門) 을 생각만 하자니 마음이 아프기 그지 없습니다. 이제   이아물(李亞勿) 이 가서 조공한다니, 삼가 그 편에 이역(異域)의 물산과 약물을 보내 바치고자 합니다. 신   [포]희밀 은, 상아 50주(株)와 유향(乳香)   1,800 근, 빈철(賓鐵)   700근, 붉은 실로 짠 길패(吉貝)   1단(段), 오색으로 여러 꽃을 그린 서역의 비단 4단, 하얀 색의 월낙(越諾) 2단, 유리병 하나에 든 도다(都爹), 무명이(無名異)   1덩어리, 장미수(薔薇水) 100병을 바칩니다.”

-송사 외국열전 대식 기록 중.

조(詔)를 내려  [포]희밀 에게 칙서와 금포(錦袍) ·은 그릇·속백(束帛)   등을 답례품으로 하사하게 하였다.

-송사 외국열전 대식 기록 중.

[진종]   천희(天禧) 3년(1019), 사신   포마물타파리(蒲麻勿阤婆離) 와 부사(副使)   포가심(蒲加心)   등을 파견하여 조공하였다. 이전까지   대식 의 입공로(入貢路)는   사주(沙州) 를 경유하여   하국[西夏] 을 지나   진주(秦州) 에 이르는 것이었다.   [진종]   건흥(乾興) 원년(1022)에   조덕명(趙德明) 이 그 나라 (대식) 를 지나다닐 수 있도록 요청하였으나, [ 대식 은] 허락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인종]   천성(天聖) 원년(1023)에 조공하러 올 때 [서]하국 사람들의 습격을 받을까 우려하여, 조(詔)를 내려 앞으로는 해로를 이용하여   광주 를 경유해 도성에 오도록 하였다.   [인종]   지화(至和)·가우(嘉祐)   연간에는 네 차례나 토산품을 조공하였는데, 마지막 때는 그 수령   포사을(蒲沙乙) 에게 무녕사계(武寧司階)를 주었다.

-송사 외국열전 대식 기록 중.

[신종]   희녕(熙寧) 연간(1068~1077)에 그 사자   신압타라(辛押阤羅) 가 번장사(蕃長司) 의 업무를 통할하게 해달라고 요청하여, 조(詔)를 내려   광주 에서 전결(專決)하도록 하였다. 또 전은(錢銀)을 진헌(進獻)하여   광주성 의 수축을 돕겠다고 하였으나 불허하였다. [희녕] 6년(1073) 도번수보순랑장(都蕃首保順郞將)   포타파리자(蒲陀婆離慈) 가 아들인   마물(麻勿) 로 하여금 공물(貢物)을 바치게 하며 표(表)를 올려, [아들로 하여금] 자신을 대신하게 해 달라고 하고 또 장군으로 임명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조(詔)를 내려   마물 을 다만 낭장(郞將) 으로 삼았다.   대식 의 각 부족은 각각 이름이 달라서,   물순(勿巡) · 타파리(阤婆離) · 유로화지(俞盧和地) · 마라발(麻囉跋)   등의 나라가 있지만, 모두   대식 이란 이름으로 대표되었다.   물순 이 조공한 것에는 용뇌·두라금(兜羅錦) ·구금천(毬錦襈) ·번화점(蕃花簟) 이 있었고,   타파(阤婆) 가 조공한 것에는 금식수대(金飾壽帶) ·연환비구(連環臂鉤) ·수주(數珠)   등이 있었다.

-송사 외국열전 대식 기록 중.

[고종]   건염(建炎) 3년(1129), 사신을 파견하여 보옥(寶玉)과 진주를 바쳐 조공하였다.   고종 이 근신(近臣)에게 말했다. [즉] “대관(大觀)·선화(宣和)   연간에 차마(茶馬)의 정책이 혼란해져 군비도 흐트러졌고, 이로 인해   금(金) 이   중국 을 침공하게 되어 거의 멸망에 이를 지경이 되었다. 지금 다시 수십만 민(緡)으로 아무 쓸모없는 주옥(珠玉)과 바꾼다면, 장차 어떻게 전사를 양성하는 군비를 마련할 수 있겠는가?”라고 하였다.   장준(張浚) 에게 명하여 물리치고 받지 말도록 하였다. 다만 하사품을 두터이 내려 먼 나라에서 온 성의에 답례를 표시하였다.   [고종]   소흥(紹興) 원년(1131), 다시 사신을 파견하여 문서(文犀) 와 상아를 조공하였다. 조정에서는 예전처럼 넉넉하게 하사품을 주었을 뿐, 그 이익을 탐하지는 않았다. 그리하여 먼 곳 사람들이 흠모하며 끊이지 않고 조공하였다.

-송사 외국열전 대식 기록 중.

이는 대식국(백의대식국, 흑의대식국) 곧 이슬람 왕조(우마이야 왕조, 아바스 왕조)에서 중국의 송나라 조정에 입조해서 중국의 송나라 조정을 섬겨온 기록들입니다.

층단국(層檀國) 은 남해(南海) 의 근처에 있으며, 그 성(城)은 바다로부터 20리 거리에 있다.   [신종]   희녕(熙寧) 4년(1071)에 처음으로 입공하였다. 바닷길[海道]은 바람을 타고 가면 160일이 걸리며,   물순(勿巡) ,   고림(古林) ,   삼불제(三佛齊)국 을 경유하여   광주(廣州) 에 이른다. 그 왕의 이름은   아미라아미란(亞美羅亞眉蘭) 이며, 나라가 알려진 것이 500년, 10대에 이른다.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대식(大食) 과 같다. 지역은 따뜻해서 겨울에도 온난한 기후이다. 귀인(貴人)들은 월포(越布)로 머리를 묶으며, 화금백첩포(花錦白疊布) 를 입고 코끼리나 말을 타고 출입한다. [관료에게] 봉록이 있다. 그 법은 죄가 가벼우면 장[형](杖刑)이며, 무거운 죄이면 사[형]에 처한다. 곡식으로는 벼, 조[粟], 밀[麥]이 있으며, 물고기를 먹고, 면양(綿羊), 산양(山羊), 누렁소[沙牛],   물소[水牛], 낙타[橐駝], 말, 코뿔소, 코끼리 등을 기른다. 약으로는 목향(木香),   혈갈(血竭),   몰약(沒藥),   붕사(鵬砂),   아위(阿魏),   훈육(薰陸) 이 있다. 진주, 유리와 밀주(密酒) 사주(沙酒) 화주(華酒)의 세 가지 술이 생산된다. 교역할 때는 돈[錢]을 사용하는데, 관에서 직접 주조한다. 세 요소를 [넣는데] 금과 동이 서로 반씩 들어가며, 은 1분(分)이 들어가고, 백성들이 사적으로 주조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신종]   원풍(元豐) 6년(1083) 보순랑장(保順郞將)인   층가니(層伽尼) 가 두 번째로 파견되어 오자   신종 은 [그곳이] 너무나도 먼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서 조칙을 반포하여 고사(故事)와 같이 하라고 하니 이에 백금(白金) 2천 량을 하사하였다.

-송사 외국열전 층단 기록 중.

이는 층단국 곧 터키의 셀주크 왕조, 셀주크 터키가 중국의 송나라 조정에 입조해 중국의 송나라 조정을 섬겨온 기록입니다. 저기에서 층단국(터키의 셀주크 왕조, 셀주크 터키)의 임금으로 언급된 아미라아미란은 터키의 셀주크 왕조의 제 2대 술탄(임금)의 이름인 알프 아르슬란을 음차(음역)해 기록한 것으로 보입니다.

[철종]   원풍(元豐) 4년(1081) 10월 그 왕(王)인   멸력이령개살(滅力伊靈改撒) 이 처음으로 대수령(大首領)인   이시도령시맹판(你廝都令廝孟判) 을 보내어 말과 도검(刀劍), 진주(眞珠)를 바쳤으며, 그 나라가 너무 춥고 흙으로 된 집에는 기와도 없다고 말하였다. 금, 은, [진]주, 서면(西錦), 소, 양, 말, 단봉낙타, 배[梨], 살구[杏], 천년조(千年棗),   파람(巴欖),   조(粟), 밀이 생산되며 포도를 가지고 술을 빚는다. 악기에는 공후(箜篌),   호금(壺琴),   소필률(小篳篥),   편고(偏鼓)가 있다. 왕은 붉고 누런 옷을 입으며, 금실로 짠 비단포를 머리에 묶고는 매해 3월에 불사(佛寺)에 가는데 붉은 평상[紅床]에 앉아서 사람들로 하여금 [평상을] 마주 들어 올려서 간다. 귀족이나 신하들도 왕의 복장과 같은데, 청록(靑綠), 비백(緋白), 분홍(粉紅), 갈록(褐紫)색이며 모두 머리를 묶고 말을 탄다. 성시(城市)와 전야(田野)는 모두 수령이 주관하는데, 매해 오직 여름과 가을 두 번 봉록을 받으며, 금(金), 전(錢), 비단[錦], 곡식[穀], 비단[帛]을 지급하여 크고 작은 일을 다스리는 차이를 둔다. 형벌은 죄가 가벼운 자는 장(杖) 수십 [대]이며 무거운 자는 200[대]에 이르고, 대죄(大罪)면 털로 [짠] 주머니에 넣어서 바다에 던져버린다. 싸우고 전쟁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이웃나라와 조그마한 갈등이 있으면 단지 문자로서 서로 오고가며 힐문하지만 일이 커지면 역시 병사를 출동시킨다. 금과 은을 주조하여 화폐로 삼는데 가운데 구멍을 뚫지는 않으며, 앞면에는 미륵불을, 뒷면에는 왕의 이름을 새겨 넣으며, 백성들이 사적으로 주조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송사 외국열전 불름 기록 중.

[철종]   원우(元祐) 6년(1091) 사신이 두 번째로 왔다. 조를 내려 그 왕에게 비단[帛] 200필, 백금병(白金瓶), 습의(襲衣), 금속대(金束帶)를 하사하였다.

-송사 외국열전 불름 기록 중.

이것은 잘 보시다시피, 불름국(불림국, 대진국) 곧 로마-동로마에서 중국의 송나라 조정에 입조해 중국의 송나라 조정을 섬겨온 기록들입니다. 여기에서 불름국(불림국, 대진국, 로마-동로마)의 임금의 이름으로 언급된 멸력이령개살은 로마-동로마의 제 106대 임금의 이름인 미하일 7세 두카스를 음차(음역)해 기록한 것으로 보입니다.

여러분들께서도 잘 보시다시피, 중국의 송나라 조정에는 서역(서양)의 대표적 국가들인 천축국(인도를 위시한 남아시아권의 모든 국가들에 대한 통칭), 대식국(백의대식국, 흑의대식국, 이슬람 왕조 곧 우마이야 왕조, 아바스 왕조), 층단국(터키의 셀주크 왕조, 셀주크 터키), 불름국(불림국, 대진국, 로마-동로마) 모두 입조해서 중국의 송나라 조정을 섬겨온 것을 알 수 있으실 것입니다. 그럼, 중국의 송나라 조정에서 자국의 조정(중국의 송나라 조정)에 입조해 자국의 조정을 섬겨오는 전세계의 모든 나라들 중에서 가장 높게 예우해준 국가는 과연 어디였을까요? 아래에 관련 기록들을 첨부하겠으니, 참조해주시면 진심으로 감사하겠습니다.

사이(四夷, 전세계 곧 전세계의 모든 나라들에 대한 통칭)의 군장(君長)들이 흔히 산과 계곡을 의지하거나 물과 풀이 있는 곳을 따라 수시로 옮겨다니기를 편리하게 여겼으므로, 원래부터 나라에 도읍 제도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서역(西域)의 거사(車師)ㆍ선선(鄯善) 등 나라가 겨우 담장을 쌓아 거성(居城)으로 만들 줄 알았으므로, 사가(史家)들이 그것을 가리켜 ‘성곽 제국(城郭諸國)’ 이라 하였으니, 대개 그 특이함을 기록한 것이다.  그러나 고려 같은 나라는  그렇지 아니하여   종묘(宗廟)와 사직(社稷)을 세우고, 고을과 마을을 만들고, 높은 성첩(城堞)을 둘러 쌓아 중화(中華)를 모방하였으니, 아마도 이것은 기자(箕子)가 봉작(封爵) 받은 옛땅이라서 중화의 전해 오는 풍속과 습관이 아직도 남아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조정에서 간간이 사신을 보내어 그 나라를 위무하기 위하여 그들의 지경에 들어가면, 성곽들이 우뚝우뚝하여 실로 쉽사리 업신여길 수 없다. 이제 그 나라를 세운 형세를 모두 파악하여 그림으로 그린다.

(중략)

신종 황제(神宗皇帝)가 크게 문교(文敎)를 펴 먼 나라에까지 미치매, 보물을 바치고 알현(謁見)하려는 사람이 바다를 건너 답지하였다.
그 가운데 고려에게만 더욱 예우(禮遇)하여 주고, 따라서 근시(近侍)를 사신으로 보내어 위무하였으며, 일찍이 예지(睿旨 황제의 분부)를 내렸다.

(중략)

동이(東夷)의 풍속은 머리를 자르고 문신(文身)하며,  이마에 무늬를 새기고 발이 교차한다[雕題交趾]   고 했다.   그런데 고려는 기자(箕子)를 봉했을   때부터 이미 농사와 누에치기의 이로움을 가르쳤으므로 마땅히 의관(衣冠)의 제도가 있었을 것이다.

(중략)

동남쪽의 이적(夷狄)들 중에는 고려의 인재가 가장 왕성하다.

(중략)

여러 오랑캐 나라는 비록 임금이 있으나, 그 출입에는 정(旌 깃대 끝에 오색 깃털을 단 기)과 전(旃 깃대끝이 굽고 장식이 없는 기) 십여 개가 따르는 데에 불과하여 신하들과 거의 뚜렷한 분별이 없다.  다만, 고려는   본래 조빙(朝聘)을 통하여 오랫동안 중국의 영향을 받았으므로, 그 군신 상하가 거동할 적에 예문(禮文 예법의 명문)이 있으니, 왕의 순행(巡行)에 각기 의물(儀物)과 신기(神旗)가 있어, 선구(先驅)하는 갑사(甲士)가 사람이 오가지 못하게 길을 막고,  육위(六衛) 의 군대가 각기 그 의물을 잡고 가니, 비록 다 전례(典禮)에 맞지는 않으나, 다른 여러 오랑캐에 비하면 찬연히 빛나 볼 만하다. 이것이 공자(孔子)가 살고 싶다 하고 더럽다 하지 않은 이유이다. 더구나, 고려는 기자(箕子)의 나라인데다가 성조(聖朝 송을 일컬음)의 권회(眷懷)함이 두터운 터이니 더욱 말할 나위 있겠는가? 이제 아울러 그 의물을 아래에 그린다.

(중략)

여러 만이(蠻夷)의 나라들은 이마에 무늬를 새기고 다리를 꼬아 앉고 머리를 풀고 몸에 문신을 하고, 승냥이와 이리와 같이 살고 사슴과 더불어 논다 하니, 어찌 또 관원과 서리를 두는 법을 알겠는가?   오직 고려는 그렇지 않아, 의관(衣冠)과 예의(禮儀)며 군신 상하에 찬연히 법도가 있어서 그렇게 서로 접(接)한다.

(중략)

고려는 여러 이적(夷狄)의 나라 가운데서 문물(文物)과 예의(禮義)를 갖춘 나라라 일컫고 있다. 그 음식은 조두(俎豆)를 사용하고 문자는 해서(楷書)와 예서(隷書)에 맞춰 쓰고, 서로 주고받는 데 절하고 무릎을 꿇으니 공경하고 삼가는 것이 족히 숭상할 만한 것이 있다.

(중략)

동이(東夷)는 천성이 인자하여 그 땅에는 군자가 끊기지 않는다는 나라가 있다. 또 기자(箕子)가 봉해졌던 조선 땅에서는 본래부터 8조의 가르침을 잘 알아, 그 남자들은 예의로 행동하고, 부인들은 올바름과 신용을 지키고, 음식은 두변(豆籩 두와 변. 모두 법도에 맞게 쓰는 예기(禮器))을 쓰고, 길을 가는 자들은 서로 양보한다. 그리하여 만맥 잡류(蠻貉雜類)들이 이마에 자자(刺字)하고, 발에 굳은 살을 지우며 변발(辮髮)에 횡폭(橫幅 오랑캐의 복식 이름)을 두르고, 부자가 잠자리를 같이 하고 친족이 관곽을 같이 하는 따위의 편벽하고 괴이한 것과는 다른 것이다. 한 무제(漢武帝)가 사군(四郡)을 설치해서부터는 신첩(臣妾)으로 내속(內屬)하여 중화의 정치 교화가 점차로 미쳐갔던 것으로 비록 위(魏)를 거치고 진(晉)을 지나면서 시대의 기복에 따라 잠시 이탈했다 잠시 합쳤다 하기는 하였으나 의리가 마음속에 뿌리박은 것은 없어진 적이 없었다.

(중략)

고려인들은 예서법(隷書法)을 모사하여 중화의 것으로 바로잡으며, 화폐의 글자와 부절과 인장의 각자에 이르러서는 감히 망령되이 자체를 증손(增損)하지 않으니 문물의 아름다움이 상국(上國, 중국 송나라)과 맞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선화봉사고려도경(기원후 1123년경 기록.) 기록 중.

이는 고려국의 제 17대 임금인 인종의 재위시기 도중인 기원후 1123년경때 중국 송나라 사신단 정사로써 고려국에 파견된 서긍이 고려국에 대해서 저술한 이른바 '선화봉사고려도경' 입니다. 가장 주목되는 언급은 중국 송나라 조정에 입조해와서 중국 송나라 조정을 섬겨오는 전세계의 모든 나라들('송사 외국열전' 에서 보듯이, 천축국[인도를 위시한 남아시아권의 모든 국가들에 대한 통칭], 대식국[백의대식국, 흑의대식국, 이슬람 왕조 곧 우마이야 왕조, 아바스 왕조], 층단국[터키의 셀주크 왕조 곧 셀주크 터키], 불름국[불림국, 대진국, 로마-동로마] 역시 여기에 포함됨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중 오직 고려국만을 일등 더 나아가 특등, 특별 예우를 해줘왔다는 기록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선화(宣和) 말에  고려 가 조공하였다. 사신이 지나가는 곳마다 배를 모는 선원[調夫]이 배를 운행하는 데에 소란스럽고 비용이 많이 들었다.  손부 ( 孫傅 )가 “백성의 힘을 쓰면서 농사일을 방해하고 중국에 터럭만큼의 이익이 없습니다.” 라고 말하였다. 재상이 그의 주장이 소식(蘇軾)과 같다고 하여 폄출하여 기주(蘄州)에 안치할 것을 아뢰었다. 급사중(給事中)  허한 ( 許翰 )은  손부 의 논의가 비록 소식과 짝을 이루어 부합하나 의도는 또한 그와 같지 않으며, 직사(職事)로 일을 논한 것인데 책임이 지나치다 하였다.  허한   또한 파직되었다.

- 중국사서 고려·발해유민 기사 > 송사 > 『송사』권353 열전112(1125년) > 손부가 고려 사신 접대의 번잡함을 지적하다

허한 ( 許翰 )의 자(字)는 숭로(崧老)이고, 공주(拱州) 양읍(襄邑) 사람이다. 원우(元祐) 3년(1088년) 과거에 합격하였다. 선화(宣和) 7년(1125년)에 불려서 급사중(給事中)이 되었다. …  고려 가 조공하러 들어오자 백성을 동원하여 운하를 파느라 민간이 시끄러웠다. 중서사인(中書舍人)  손부 ( 孫傅 )가   고려 가 나라에 도움이 없다고 하면서 큰 공사를 일으키는 것은 마땅하지 않다고 주장하니,  손부 는 죄를 받아 파직되었다.  허한 이   손부 의 파직은 부당하고 말하니, 당시의 재상이 화가 나서〈 허한 도〉파직하고 강주태평관(江州太平觀)을 맡게 하였다.

- 중국사서 고려·발해유민 기사 > 송사 > 『송사』권363 열전122(1125년) > 허한이 고려를 비판한 손부를 옹호하다 폄출되다

중국 송나라 조정이 고려국에 대해 극진한 우대를 해주느라 중국에게 있어서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또 중국인들이 동원되어 운하를 파느라 민간이 시끄러웠으며, 이러한 것에도 불구하고 고려가 송나라에 도움이 안 된다는 문제를 중국 송나라 조정의 허한, 손부가 당시 재상(승상)에게 제기하자, 당시 재상이 화내면서 이 주장이 소식과 같다면서 허한(허한은 손부의 주장을 옹호해주다가 손부와 덩달아 파면되었지요.), 손부 둘을 파면해버렸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이를 보면, 중국의 송나라 조정에서는 자국의 조정(중국의 송나라 조정)에 입조해와 자국의 조정을 섬겨오는 전세계의 모든 나라들 중에서 오직 우리나라 곧 고려국에게만 일등 예우를 넘어 특등 예우, 특별 예우를 해줘왔음을 알 수 있으실 것입니다. 이는 그만큼 고려국의 국제적 위상, 총체적 역량이 성대했기에 가능했던 사례들이였다고 볼 수 있지요. 또, 천축국(인도를 위시한 남아시아권의 모든 국가들에 대한 통칭), 대식국(백의대식국, 흑의대식국, 이슬람 왕조 곧 우마이야 왕조, 아바스 왕조), 층단국(터키의 셀주크 왕조, 셀주크 터키), 불름국(불림국, 대진국, 로마-동로마)이 중국의 송나라 조정에게 극진한 예우를 받는 고려국 사신단을 보고선 고려국을 경외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도 해볼만 하다고 생각되는 바입니다. 흥미로우니만큼, 유익한 참조가 되어드렸으면 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