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세상은 게임이 아니다(A사과)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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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전 쯤인가 이런 소식을 들었습니다.

A사과 작가의 연중작이었던 세상은 게임이 아니다가 재연재에 들어갔다구요.

물론 저는 초반부의 육성캐릭인 줄 알았던 차가은이 사망한 이후에 관심을 끊어버렸기에 조금 백안시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더이상 볼것이 없다는 느낌이 드는 어제쯤 도전을 시작했죠.

처음 읽었을 때는 작품의 썩은 맛에 너무 몰입했었는데, 이제는 똑같은 부분을 읽는데도 적당한 느낌으로 읽히더군요.

세상은 게임이 아니다...아마 작가 취향에 따르자면 니들 생각처럼 회귀가 좋은 건줄 아냐?라는 생각에 쓴 작품 같다고나 할까요.

그림자 세계에 잠식당해 지구 위에서 멸종 직전까지 몰린 인류, 그리고 편집증과 두려움,A급 클로저 길혁진이 주인공입니다.

의체에 온갖 서포트 기능들을 넣어서 지원의 스폐셜리스트, 더 레이븐이라는 이명을 갖고 있으며 최후의 전투에서 승리하지만 회귀하게 되죠.

어떤 날의 행운이 다가온 것처럼 느낀 길혁진은 느슨한 삶을 살게 됩니다. 어차피 멸망은 나중 일테니 천천히 맞춰서 준비하면 된다고 믿었죠.

그리고 3년 후, 주인공은 자신을 죽이려는 미치광이를 통해, 세계가 사실은 기생체를 바탕으로 거대한 막후 세력에게 지배당하고 있다는 진실을 깨닫습니다. 그 후로 음지로 숨어들어가 세계를 구원하기 위해 질서를 파괴하는 악으로 활동하는 이야기입니다.

A사과 작가의 경우에는 고어스러운 장면들은 여과없이 묘사하는 편이라 처음 읽을 때는 징그러운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심심하면 가죽을 벗기던지, 뼈가 부러지고, 뇌라던가, 내장이 튀어나오거든요.

그리고 썩은 맛 작품을 쓰는 작가들의 특징인 과도한 설명과 정치 이야기는 지루하게 다가오기 쉽죠.

그래도 이 작품을 읽게 하는 강렬한 단 한 가지가 있다면, 비틀림과 불행의 나선일 것입니다.

선자불래 래자불선(善者不來 來者不善)의 세계는 악의와 증오의 소용돌이 속에 희망 대신 절망, 최선보다는 최악이 답이 되기 때문입니다.

하긴,이 작품이 나왔을 때 이 정도로 독한 맛이 나는 작품이 웹소 중엣는 희귀해서 독특한 것도 있었구요.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과거 회귀를 사용할 수 있는 압도적인 적이기 때문에 계속 쫓기고 도망치고 꼬리 자르는 식의 대응 일변도 전개일 겁니다.

적에게도 패널티가 있습니다. 괴물의 진짜 몸은 잠들어 있고, 대신 분신을 이용해서 모략을 꾸미며, 기생체라는 뇌내 생물을 이용해 얼마나 반복되었는지 모를 인류와의 전쟁을 경험을 저장해놓고 있던 것입니다. 기생체는 실패한 인생을 사는 인간의 뇌에 붙어 자연스럽게 미래 정보를 게임이나 직감 형태로 제공하여 그들을 사회적 성공과 위치로 인도하며, 회귀자에게 방해가 되는 영웅들을 제거하게 됩니다. 뭔가 SF와 웹소를 섞은 것 같군요.

길혁진은 악의 세력이 능력 있는 악당들만 살려놓고, 영웅의 싹을 완전히 잘라버리기에 역발상으로 악당들을 이용해 적과 맞섭니다.

베일 쏜이나 마에스트로, 마약왕 아론 데이비스는 베일 쏜만 제외하면 협력자, 부하에 가깝지만 그마저도 믿기 힘듭니다.

그렇기에 이 작품은 캐릭터의 개성이 적고, 스토리 전개에 사용되는 체스말 같다는 인상을 줍니다.

등장인물을 픽픽 죽이기 때문에 주인공의 파트너쉽은 별 의미가 없는 것들이 꽤 많아집니다.

혼자서라도 처절하게 발악하고, 기습하고, 음모를 짜고, 폭발시키고, 싸워나가면서 

적의 세력을 간신히 줄여놓고 최종 보스인 과거 회귀하는 괴물과의 전투에 돌입합니다.

그리고 그 전투에서 주인공이 가진 능력이 밝혀집니다. 

스스로는 보잘 것없다고 믿는 거짓 S급 클로저 더 레이븐은 회귀 이전 전투에서 자신만의 이능력을 각성했습니다.

그의 능력은 바로 열화 모방(Minor Copy)로 직접 신체로 경험한 워프 에너지를 원본보다 떨어지는 효율로 모방할 수 있던 것입니다.

무수한 영웅들조차도 대응하지 못한, 이길 때까지 세이브 로드를 반복하는 적에게는 그가 유일한 변수였던 것입니다.

오직 이전 회차에서만 등장한 A급에 불과한 클로저였기에 미래에서 과거로 보내는 다회차의 정보에는 포함이 안되어 있던 거죠.

적의 세력을 일소하고, 최종 전투에 돌입해 본인 능력을 깨달은 주인공이 최종 보스의 회귀를 방해하면서 무한 자폭합니다.

그리고 완전히 자폭하여 그 둘은 세상에서 완벽하게 소멸합니다. 

그림자 세계는 사라지고 소수의 초능력자들과 평범한 인류 다수가 공존하는 세계가 만들어집니다.

해피엔딩, 해피엔딩.

비록 수천만이 되는 사람들이 핵무기에 휩쓸려 사망하고, 대도시들은 방사능 낙진에 시달리긴 하지만 말입니다.

도저히 죄값이 감당이 안되는 주인공이라 이렇게 날려버린 것 같네요.

쾌락살인마 마에스트로는 죽었고, 마약왕은 연구원 노릇을 하고, 베일 쏜만이 주인공과의 인연을 되새기며 봉인(외계인의 심장, 워프스톤)를 주기적으로 봉인한다고 언급됩니다.

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은...그래서 뭔가? 되게 찜찜하게 끝나네였습니다.

일단 주인공부터가 감정이 너무 없고 필요하면 잔혹한 행동을 무심코 하는지라 공감하기도 어렵죠.

대의를 위한 소의 희생, 몰살,몰살, 몰살! 하하 다 뒈져라 개미 같은 인간들아!

완결났고 작품 자체의 분위기는  강렬함을 갖추곤 있으나  증오와 원한이라는 감정이 결말부에 이르러 슬픔으로 변하여도  그것이 가슴 속에 제대로 여운을 남기지는 못하고, 욕망조차 불 분명한  작품 같다고나 할까요.

제목 그대로 세상은 게임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 작품도 킬링타임이 아닙니다.

감상은 여기까지, 이만 줄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