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약빨이 신선함(아로)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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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은 우리의 기억, 동아시아 인류 역사에 박제된 초월적인 인간들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물론, 고대 중국에서는 선인이라고 불렀으며, 선골이라는 것이 있다고 믿었죠.

최근 중국에서 한국으로 번역되어 선협이 쏟아져들어오고 있죠?

선협(仙俠)은 그러한 신선의 세계를 욕망과 피탈이 지배하는 역천의 세상이라고 가정합니다.

제가 이번에 보았던 작품, 약빨이 신선함 또한 선협 세계관에 영향을 받았지만 그 결이 다릅니다.

끊임없이 상승의 경지를 추구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욕망의 목적지는 세계의 구원입니다.

그리고 아로 작가는 전세계의 신화를 참조하고, 한반도의 설화, 신화, 역사를 기반으로 세계를 만들었습니다.

아로란 작가  또한 이전작부터 국내 소재를 활용하려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깊이감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봐줄만 하죠.

그리고 국경이 존재하는 것처럼 선계도 나라별로 분리되어 있다는 점이 독특합니다.

거기다 오행과 팔괘를 간단하게 차용하여 세계를 구성했습니다.

주인공 박한별은 하늘문이 열린 날,  특수능력을 각성합니다.

한별의 특수능력은 약효 증폭으로 커피를 마시면 카페인의 효과가 증폭되고, 대마초를 피워도 약성에 맞게 효과가 강해집니다. 

대신 부작용은 상당히 줄어드는 듯 하더군요.

그런 그의 앞에 요괴가 나타나 목숨을 위협하자 본인 스마트폰에 무허가성 앱이 깔립니다.

앱은 박한별이라는 괴골에게 공법을 전수합니다.  바로  목 속성 공법인 볕바람입니다. 

그것을 단숨에 익힌 주인공은 섭취한 약(화학적 성분 ) 덕에 위기를 넘깁니다.  

정의로운 성격이었던 한별은 괴수들의 습격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격퇴하지만

나중에는 괴골이 선계에서는 박해받는 존재란 사실을 알아냅니다.

그리고 적절하게 숨기려고 애쓰죠.

한별은  폭풍 속으로 뛰어들어   지존을 향해 나아갑니다.  공법 수련을 하면서 서서히 선계의 존재들과 얽히고 설키죠.

초반에는 능력치가 낮기 때문에 정체를 숨기고 힘을 쌓아나가며, 그의 능력이 가파른 성장을 뒷받침해줍니다.

약성 증폭이라는 효과 덕에 범인(犯人)들이 만든 알약(아스피린, 오메가 3, 종합 비타민,스테로이드)들이 영약급 효과를 낼 수 있기에 말이죠.

보통 사람에게는 약간의 효과 밖에 없지만, 주인공의 신체를 거치기만 하면 압도적인 버프와 활용성이 생기는 것입니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유화 부인이라던가, 하백, 바리데기, 광개토대왕, 저승, 온조 같은 고대 한반도 기록을 차용한 설정들이 매력을 더해줍니다.  물론 그들의 개성이 높다는 점보다 이런  자료들을 이렇게 구성해서  글을 쓴단 말이야?라는 의문점에 가깝지만요.

이 작품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은 한별의 성장 속도가 비정상적이며, 온갖 신화적 존재들이 튀어나와 그의 제물이 된다는 점일 것입니다. 

이는 전작이었던 나 혼자 자동사냥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특징인데, 주인공이 온갖 지역을 휘젓고 다닐 수 있는 명분과 적대 세력들을 반전으로 꺾어버리는 전개가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성장하자마자 무조건 음모로 얽힌 다른 나라 세력들을 고구마처럼 줄줄이 캡니다.

그러면 주인공은 능력을 이용한 협박, 협상, 잠입 등으로 적을 엿먹이고 목적을 달성합니다.

제가 읽은 부분까지 본다면 박한별은 염제 신농의 후계자, 백제의 왕, 열도의 통치자, 동해 용왕, 한반도의 지존이라는 신분을 얻게 되더군요.

티르빙,묠니르, 아스트라페, 여의주, 프로메테우스의 간, 타신편, 팔괘로, 요호번, 금왕봉 등 무수한 보패들까지도 갖습니다.

특히 작가는 교묘하게도 한중일 세 나라의 신화와 역사 속 내용들을 비틀어서 강제로 엮어놓았기 때문에-대부분은 음모를 꾸민 대단한 존재가 있고, 지금의 사람들은 그걸 모르고 있다, 주인공만 유일하게 진실을 깨닫고 해결한다-는 내용이 줄기차게 이어집니다.

마치 아로 작가는 음모와 흑막, 설정 설명을 아주 사랑하는 것처럼 느껴지더군요. 

등장인물들마다 밝히지 못한 비밀과 음모에 얽혀 있으며 주인공이 그것을 해결하려고 고군분투(?)까지는 아니고 압도적으로 처바르는 것이라고 요약해도 될 정도입니다. 이 작품에 우연이라고는 기연 및 악연 밖에 없고, 악연 때문에 음모를 분쇄하고 보상을 약탈해가니까요.

물론 본인 자체는 선량하고, 다른 사람 도와주는 편이지만 말입니다.

이전 후기에서 말씀드렸듯이 아로 작가의 장점은 고양감을 주는 반전 연출과 기존 세계관을 한번 정도는 비트는 독특함에 있습니다.

이번에는 한반도의 신화와 설화들을 이용하여 신선함을 주었죠. 그러면서도 자연스럽게 다른 신화 속 존재들도 가져다 씁니다.

다만,반전이나 밑밥 숨기기를 너무 남발하는 경향이 있고, 의미 위주로 서술하기 때문에 피로감을 많이 남깁니다. 

사건 전개 위주의 작품이어서 너무 많은 능력을 얻고 강화도 빨리 되는 편이라 수련 과정을 더 중요시 여긴다거나 바꾼 신분으로 꾸준하게 활동하는 것을 좋아하신다면 조금 아쉽다고 느껴집니다. 너무 빨리 휙휙 갈아타는데다 음모에 대한 배경과 해결법이 나와있는 상태에서 접근하는 편이라서요. 

무슨 뜻이냐면 이런 겁니다. 어떤 사건과 전투를 접했다고 치죠.

근데, 주인공이 이미 해결책을 소유하고 있고, 그걸 이미 생각해놨다는 식으로 강조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근근히 자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처절하게 싸우는 맛은 없는 편입니다.

난 니가 뭘 하든 다 대처할 수 있다! 같다고나 할까요. 적을 함정에 빠뜨릴 때에나 궁지에 몰린 척 합니다.

전투가 안 될 것 같으면 애초에 그런 적을 작가가 등장시키지 않습니다.

그리고 영광스러웠던 과거의 존재가 영락하여 지금은 아는 사람이 없어졌다는 전개를 너무 좋아한다는 것이 저한테는 좀 거부감이 있네요.

"네가 알던 진실은 진짜가 아냐. 이게 진실이다!"라고 말하는 등장인물들이 여럿 있고 그걸 또 주인공이 듣는 순간 다 믿으니 더욱 그렇게 느껴집니다. 간지나게 연출된 아군이든 적대적인 강자들은 거진 다 저렇더라구요.

그 덕에 최신편으로 올수록 재미가 약해지긴 하지만 충분히 볼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