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우이독경” “없느니만 못한 회동”…민주, 회담 다음날부터 ‘강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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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수회담이 왜 열렸고, 어떤 의미이고, 무엇을 해야 되는 지에 대한 (대통령실의) 준비가 부족했다.” (민주당 박성준 수석대변인)

민주당이 윤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의 회담 하루 만에 “없느니만 못한 회동”, “복장이 터지더라”는 등의 비난을 쏟아내며 맹폭에 나섰다. 추가 회담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렇게 서로 자기 할 말만 하고 헤어지는 회담은 없느니만 못하다”라고 일축했다. 민주당은 ‘빈손 회담’을 탓하며 예정대로 5월 2일과 28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채 상병 특검법’과 전세사기특별법, 민주유공자법, 양곡관리법, 이태원특별법 등을 21대 국회 임기 내에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민주당의 강공에 대해 대통령실은 유연한 자세를 강조하며 “추가 소통으로 논의를 진전시킬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 野 “처분적 법률 등으로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검토”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5월 국회에서 ‘채 상병 특검법’과 전세사기특별법을 반드시 처리하겠다”며 “특검뿐만 아니라 전세사기 특별법 등 시급한 민생법안이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 회동에서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쟁점 법안들을 예정대로 처리하겠다는 것. 진 의장도 같은 회의에서 “민주당이 민생을 회복하고 나라를 나라답게 바로 세우기 위해 구상하고 있는 입법 계획, 정책 계획을 예정대로 차근차근 추진해 나가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제안한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에 대해서도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진 의장은 “여야정 협의체가 가동되려면 적어도 대통령이나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민생회복조치가 무엇인지 그 대안을 내놓고 논의해보자고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전날 회담에서 윤 대통령이 이 대표가 요구한 1인당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에 사실상 반대한 것에 날을 세운 것. 임오경 원내대변인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로부터 협의체 구성) 제안이 온다면 민주당은 당연히 태스크포스를 구성해서 앞장설 것”이라면서도 “실현 가능성은 ‘제로(0)’”라고 일축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여야정 협의체는 결국 잘 되면 윤 대통령 덕, 안 되면 야당 탓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굳이 현 정부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민주당이 함께 나눠 질 필요는 없다”고 했다. 민주당은 대신 22대 국회에서 ‘처분적 법률’ 등을 활용해 정부 협조 없이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자체적으로 추진할 방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행정부나 사법부 절차를 거치지 않고 직접 국민에게 지급하겠다는 것.

반면 대통령실은 구체적 결과물을 기대하기는 아쉬웠지만 협치의 첫발을 뗐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는 입장이다. 추가 만남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도 야당과 자주 소통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이지 않느냐”고 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가 다음에는 국회에 가서, 사랑재에 가서 하는 건 어떠냐”고도 발언했다고 홍철호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전하기도 했다. 민주당이 회담 후 강한 비판을 쏟아내는 것에 대서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화기애애하게 회담을 마치고 함께 기념사진까지 찍었다”며 “민주당이 야당 지지자들을 의식하게 아닌가 싶을 정도”라고 했다.

● 5월 본회의 개의 두고 여야 충돌

민주당의 ‘강공’에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정쟁을 유발할 수 있는 법안들을 처리하겠다는 (의도의) 본회의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반발했다. 윤희석 선임대변인은 논평에서 “애초부터 대통령과의 회담을 입법 독주의 불쏘시개로 이용하겠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여야의 정면 충돌에 본회의 개의 열쇠를 쥔 민주당 출신 김진표 국회의장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의장실 관계자는 “여야 합의 없이 국회 임기 막바지에 본회의를 여는 것은 전례가 없고 원칙에 어긋나는 만큼 마지막까지 여당을 설득할 것”이라고 했다. 김 의장이 5월 4일부터 2주 간 해외 순방을 다녀온 뒤 여야의 새 원내대표와 다시 일정을 협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김용민 민형배 의원 등 30여 명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법에 따르면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도 국회법상 매주 목요일 본회의를 열게 돼있다”며 “국회의장이 (개의를) 거부할 경우 국회법 위반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국회의장의 더 중요한 업무는 해외순방이 아닌 본회의 개의”라며 “(김 의장의) 출국을 막는 것까지 생각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