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초,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하는 미국 드라마가 나온다는 소식이 들려왔죠.
대형 커뮤니티에서 상당히 관심을 끌었고, 이 사이트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네, 바로 이민진 작가의 <<파친코>>입니다.
작가의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민진 작가는 한국계 미국인으로써 이민 1.5세대입니다.
1968년생인 이민진 작가는 26세에 변호사가 된 후에 건강 상의 이유로 사직하고, 작가의 길에 들어섭니다.
그때, 그녀를 사로잡은 소식이 자이니치, 일본으로 이주해 오랫동안 살았음에도 차별받는 사람들이었죠.
우리나라에서도 그 존재를 알기 어려운 사람들을, 무려 네 세대에 걸쳐 다루는 작품이 파친코입니다.
굴곡진 역사 속에서 아무런 관심도 받지 못한 존재들을 이민진 작가는 조명하기로 한 겁니다.
그리고 다년 간의 일본 거주 경험과 인터뷰를 통해 세부적인 얼개를 보강한 작가는 마침내 2017년 이 책을 세상에 내놓습니다.
미국 출판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죠. 하지만, 우리에게는 드라마 제작이 확정이 된 이후에 유명해진 감이 없잖아 있습니다.
저도 그런 사람 중에 한 명이었습니다. 드라마가 출시되자마자 매주 챙겨 보았고, 드라마에 공감하기도 하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드라마는 상당히 수작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 당시에는 원작 소설을 읽어보지는 않았습니다.
관심이 그 이상 옮겨가진 않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 책을 우연하게 펼친 그 순간, 저는 1910년의 부산 영도에 있게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조선인 소녀이자 할머니가 되는 백선자가 중심에 서있습니다.
선자의 아버지 훈이는 가난한 어부 집의 유일한 자식으로 언청이에 한쪽 발을 저는 절름발이였습니다.
하지만, 빨리 달리진 못해도 힘이 좋고 섬세한데다 성품이 따뜻해서 좋아하는 사람이 많았죠.
어부의 아내는 돈을 주고 중매를 부탁하여 훈이를 영도 반대편의 농가의 딸 양진과 결혼시킵니다.
이 훈이와 양진의 딸이 백선자입니다.
선자는 하숙집에서 일을 하며 정숙하고 처녀로 자랍니다. 나라가 일본에게 망해서 수탈당하는 시대에도 사람은 살아야 하는 법이니까요.
매일이 고된 일상 속에서 선자가 장을 보고 돌아오던 날이었습니다.
내지에서 이민온 일본인들의 자식, 학생쯤 되는 불량배들이 선자를 성희롱하며 겁간하려 합니다.
그 광경을 본 고한수라는 생선중개상이 그녀를 구해주면서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집니다.
고한수는 제주도 출신으로, 일본 오사카를 오가는 무역상이었습니다. 선자보다 나이가 더 많았고, 나중에 밝혀지는 사실이지만 딸만 셋인 유부남입니다. 다만, 멋쟁이 양복 신사이자 선자에게는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는 오빠로서 따릅니다.
두 사람은 관계를 맺었고, 임신한 선자는 고한수에게 이 사실을 고백합니다.
한수는 기뻐하지만 막상 결혼은 안된다며 두집 살림을 하려고 듭니다.
선자는 이에 실망해서 그와 만나길 거부합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몸이 병약한 목사인 백이삭이라는 청년이 양진의 하숙집에 묵게 되죠.
이 목사는 오사카 조선인 교구에 단신 부임하러 가는 길이었습니다. 감기에 걸려 몇달 앓아눕는 바람에 못가게 되지만요.
그런 백이삭은 우연하게 선자의 임신 소식을 듣고 그녀가 겪을 고난을 덜어주기로 합니다.
백이삭은 장사꾼인 고한수와는 달리 참으로 선량한 사람이며 종교인입니다. 몸이 너무 약하긴 하지만, 그의 굳건한 믿음은 진실합니다.
그러니까 부정한 소문 때문에 결혼도 못할 하숙집 딸인 선자를 오사카까지 데려간 거죠.
선자와 고한수, 백이삭이 얽히는 사건들이 이 작품 초반입니다. 고한수와는 로맨스가 맞지만...백이삭은 뭔가 고결한 책임을 지는 사람 같아서 결이 다릅니다. 드라마와는 다른 부분인데 드라마에서는 고한수와 백이삭이 대화를 나누지만, 원작에서는 두 사람이 거의 마주치지 않습니다.
그리고 고한수는 선자와 헤어지기 전에 절대 만주 같은 공장에 일자리가 있다는 말을 하는 조선인을 믿지 말라고 합니다.
독자인 저희는 알죠...위안부였을테니까요. 선자는 이삭 덕분에 일본행 배를 타지만, 하숙집 식모 자매인 덕희와 복희가 일자리를 찾아서 그곳으로 갑니다. 선자와 사이가 좋았지만 두 사람에 대한 언급은 그걸로 끝입니다. 아마도...상상을 자극하는 면이 있죠.
그리고 선자는 한수가 준 시계(은도금 시계, 200엔이 넘는 스위스제)와 어머니가 준 금가락지를 챙겨서 이삭과 함께 오사카로 갑니다.
그곳에서부터 삶은 그렇게 깨끗하지 못했습니다. 이카이노라는 시궁창 같은 지역은 돼지와 조선인들이 같이 살았고, 두 명 누울 공간에 열명의 식구들이 몰려살아야 하는 그런 곳이었거든요. 더군다나 백이삭의 형인 백요셉의 빚 때문에 선자가 시계까지 팔죠.
그런 주제에 백요셉은 자존심이 강해서 아내가 일하는 것을 탐탁치 못하게 여깁니다. 본인이 비스킷 공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기계공으로 일해서 번 돈이면 충분하다고 믿었죠. 그
아내인 경희도 요셉과 같이 평양 출신인데 상당히 고운
중산층 아가씨입니다. 일본어를 꽤 잘하는 편이죠.
여러모로 요셉은 답답한 구석이 많고 임신한 선자의 사정을 미리 알고 있어서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봅니다.
대신, 경희와 이삭이 선자를 감싸줍니다. 낮선 땅에서도 억척스러운 생명력을 이어져나가죠.
그런 중에 선자는 한수의 아들이자, 백이삭의 첫째 아들 백노아를 출산합니다.
행실은 백이삭을 쏙 빼다박았는데, 외모는 고한수를 상당히 많이 닮았다고 언급됩니다.
동시대의 이주 조선인들의 삶이 얼마나 차별적이고 참혹했는지, 그리고 그 차별의 대상은 똑같이 일본 서민이나 부라쿠민이라는 존재를 통해서 드러냅니다.
일본 정부는 당당하게도 소외자에게 아주 강한 박해를 가했던 거죠. 그것이 매우 당연한 것처럼요.
백이삭은 자신이 일할 교회에 찾아갑니다. 그리고 편지를 보냈던 유 목사는 이삭과 첫 만남에서 두 조선인 소년 소녀들을 설득하고 있었습니다.
소녀는 자신이 일하는 봉제공장 주임과 식사를 하면
푼돈을 받아낼 수 있다고 주장했고, 소년은 그건 몸파는 짓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합니다.
목사는 굉장히 골칫거리스러운 일을 해결하기 위해서 몸을 팔지 않아도 돈을 충분히 번 다음에 니 남동생이 나중에 공부해도 된다는 뻔한 거짓말로 두 사람을 돌려보냅니다. 시대적 딜레마를 이렇게 보여주더군요. 동생 공부를 시키려면 돈이 필요한데, 일자리는 없으니 몸이라도 팔자는 생각이 매우 당연하다고 느껴졌습니다.
또한, 노아를 낳은 이후에도 선자는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김치 장사를 시작합니다. 그러다보니 금세 유명해져서 오사카에서 야키니쿠집을 세 개나 하는 김창호라는 사람이 경희와 선자에게 봉급을 주고 고용하기까지 해서 살림살이가 나아집니다.
그러나 백이삭의 둘째 아들인 모세가 태어났을 때, 사건이 터집니다.
백 목사가 일하던 교회의 중국인 하인 후가 신사 참배 하는 도중에 주기도문을 외는 것을 들켜 불경한 짓을 했다는 죄목을 모조리 잡혀들어가고 만 것입니다. 후는 그 이후에도 그런 사소한 저항을 멈추지 않았지만 선자네 가족들에 닥친 최대 불행이었죠.
딱히 경찰을 상대로 아무런 일도 할 수가 없고, 막막한 상태가 지속됩니다. 그럼에도 선자는 꿋꿋이 일하면서 살아갑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서 노아가 제법 컸을 때쯤에 백이삭이 험한 고문을 당하고 거지꼴인 상태로 귀환합니다.
선자와 가족들은 급히 그를 챙겨주지만, 백이삭은 가족들과 며칠 동안 대화를 하고는 세상을 떠납니다.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도 그의 가치관이 잘 드러나는 대화였습니다.
고문의 흔적들이 담담하게 묘사되던데 끔찍하더군요.
오사카에 사는 사람들은
일본이 전쟁에서 승리하고 있단 소식을
듣고 있었지만 점차 쌀값이 비싸지고, 먹을 것조차 부족해지는 것까지 모를 수는 없었습니다. 금방 끝날 전쟁이라고 희망만 했을 뿐이죠.
선자도 아무 것도 모른채 열심히 일하면서 생활했지만, 물가가 너무 올라서 푼돈도 모으기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선자 앞에 오래 전에 사라졌던 첫사랑, 고한수가 나타납니다. 그는 오사카에서 선자를 계속 지켜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심지어 선자가 일하고 있던 식당의 실제 주인이 고한수였고, 지배인이 김창호였습니다.
한수는 선자에게 이제 곧 이 전쟁은 일본이 패배하면서 끝날 것이고, 폭격이 쏟아질거라고 예고합니다.
당장 떠나라고 말하면서 오사카 외곽 고구마 농장에 살 곳을 알아뒀다고 합니다. 선자는 고한수를 원망하면서도 그가 유일한 아들이 노아를 원한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의 제안을 거부할 수 없다는 사실에 치욕을 느낍니다.
그리고 한수는 몰래 요셉에게 제안해 나가사키에 일하러 가도록 했습니다. 미 공군이 일본 전역에 폭격을 가하고, 이카이노의 판자집들을 모조리 잿더미가 되었습니다. 고구마 농장에서 선자네들은 숙식을 해결하며 전쟁이 끝나길 기다립니다.
그리고 농장에서의 생활을 보면 정작 한수의 아들인 노아가 백이삭을 닮아서 공부를 하고, 이삭의 아들인 모세(모자수)가 활달한 개구쟁이라서 한수처럼 장사꾼이 되고 싶어합니다. 이 시기 고구마 농장은 식량을 팔아, 전쟁 시기 도시민들의 가보를 헐값에 사들이는 모습이 나오는데 전쟁과 먹을 것 앞에서는 누구도 장사가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높으신 분들은 몰래 몰래 암시장에서 물건을 사구요.
고한수가 양진을 영도에서 데려오고, 화재에 휘말린 요셉도 챙기는 등 엄청난 활약을 펼칩니다.
사실 나중에 그의 정체를 생각하면 그정도 일은 당연한 거더군요.
요셉은 누워있으면서도 노아와 한수의 공통점을 알아차립니다. 그래서 도움을 거절하지만, 한수가 조선으로 돌아가면 안된다는 소식을 전해줍니다. 전쟁이 끝났지만 북쪽을 차지한 공산주의자들이 평양의 지주를 총살했고 그 중에는 당신 부모님도 있다.
돌아간다고 해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라는 말이었죠. 요셉과 경희는 조선행을 포기하고 일본에서 계속 생활합니다.
다행히 집문서를 가지고 있었고, 고한수의 도움으로 재판을 승소해서 정식으로 소요권을 인정받습니다.
사실 파친코라는 작품에서 주인공은 선자이지만, 고한수가 끼치는 영향력을 무시할 수가 없습니다.
당과 장수 노릇을 하는 선자에서 이제 이야기는 서서히 노아와 모세로 넘어갑니다. 노아는 일본 최고의 명문대인 와세대 영문어학과를 지망했고, 상당히 착실해서 일본인 우등생들을 이길 정도로 열심히 했습니다. 노아가 고된 노력 끝에 합격하자, 고한수가 그를 축하하며 훌륭한 조선인 청년이 공부를 더 해야한다며 집과 등록금과 생활비를 내줍니다. 선자는 노아를 위해서 돈을 빌리려고 했지만, 한수는 노아가 자기 아들이기 때문에 아무런 대가 없이 이 모든 것을 감당했습니다. 그에 대한 대가는...노아가 한달에 한번씩 한수와 고급 일식집에서 만나 저녁식사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노아는 한수가 야쿠자면서 부자인 것을 알았지만, 아버지인 것을 몰랐기 때문에 그냥 불편한 사람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모세는 중학교 때부터 무력이 세고, 점잖은 타입이여서 아예 학교를 때려치고 고로 씨라는 조선 혼혈 파친코 사업가 밑에서 일합니다.
삼촌 요셉은 화상으로 몸과 정신이 망가졌고, 술에 취해지냅니다. 요셉이 하는 것은 딱히 없습니다.
노아는 3학년동안 와세다대를 다니면서 열심히 공부했고, 아키코라는 부잣집 여자와 사귀게 됩니다.
그 여자는 노아가 조선인이라는 사실을 계속 상시키기고, 은근히 자기 부모가 무식한 인종차별자라며 본인은 아닌 척 하는 위선자였습니다.
아, 노아 생각에 말입니다.
그리고 모세는 고로 씨 믿에서 일하면서 점점 진급이 빨라지고, 지배인 자리까지 가면서 부자가 되어갑니다.
일본인 친구인 하루키의 어머니 소토야마 상의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인 유미와 교제를 하죠.
유미는 영어를 열심히 배웠고, 반드시 미국 캘리포니아에 가서 살겠다는 야망이 있는 여자였습니다.
모세(모자수)는 노아의 합격을 도와주면서 영어를 배웠기 때문에 유미에게 당당하게 접근하고 결혼에 성공합니다.
이 모자수와 유미의 자식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솔로몬 백입니다.
한편, 노아와 고한수와의 저녁 식사에 예약도 없이 아키코가 찾아옵니다.
아키코는 노아가 외면하고 있던 진실, 사실은 고한수가 네 아버지 아니냐? 굉장히 많이 닮았던데.
노아는 아키코를 사랑했지만, 어머니가 출생을 숨겼다는 말에 충격을 받고 그녀를 떠납니다.
허둥지둥 고향에 돌아온 노아는 어머니에게서 진실을 듣고, 역겨워하며 나는 저주받은 피를 받았다. 일본인들은 조선인들을 교활하고 약삭빠른 더러운 족속으로 본다. 나도 그런 야쿠자의 자식이다!라는 말을 남기고 잠적합니다.
무척이나 촉망받던 학생이자 내선일체(적어도 내가 행실이 올바르면 차별하진 않겠지)를 진심으로 믿었던 노아의 충격은 엄청 컸을 겁니다.
내가, 내가 야쿠자의 자식이라니! 노아는 나가노로 도망쳐서 파친코 사업장에 취직합니다.
어쩌다보니 형제가 둘 다 파친코업에 몸 담게 되었네요. 선자는 노아의 행방을 찾아 고한수의 저택을 찾아가지만, 또 이 집안이 만만찮게 콩가루인지라...딸만 셋이고, 데릴사위인 고한수는 부인과의 사이가 좋지 않아서 전국을 돌아다니느라 집에는 잘 들어오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모든 희망은 사라졌습니다. 모자수는 형을 대신해서 엄마인 선자를 극진히 모십니다.
뭐, 모자수의 친구인 하루키가 고위 경찰까지 되었지만 동성애자라는 사실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 시점에서부터 이야기가 산만해지더군요. 하루키나 그의 아내,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로 흩어지는 바람에 중심축인 백씨 집안이 희미해집니다. 선자, 노아, 모자수의 이야기가 듬성 듬성 배치되어 있습니다. 비극은 노아가 마흔 다섯이 되었을 때. 그리고 평범한 일본인 중산층으로써의 삶을 살고 있을 때입니다. 뒤늦은 고한수의 도움으로 선자가 그를 찾아가지만...엄마에게 긍정적인 대답을 해서 돌려보낸 직후 스스로 권총 자살하고 맙니다. 스스로의 피가 그렇게도 증오스러웠던 걸까요.
그리고 책이 거의 끝날 무렵이 되어서야 솔로몬의 이야기가 시작되더군요.
아버지 모자수의 도움으로 요코하마 국제학교를 다니고, 미국까지 유학을 다녀온 솔로몬은 이번에 입사한 영국계 은행 인턴 자리를 얻게 됩니다. 조선인, 일본, 미국 세 삶을 살아본 솔로몬은 본인이 일본을 떠날 수 없다는 사실을 압니다. 한국은 그들을 일본 사람 취급하고, 일본도 외국인 등록증을 발급해 관리하고 있었으며, 미국은 자유롭긴 하지만 정말로 그럴 지는 확신하지 못했습니다.
드라마와 확 다른 부분이 여기인데, 드라마에서는 솔로몬이 성장한 시점부터 시작해서 회상으로 가기 때문입니다.
솔로몬은 조선어, 일본어, 영어를 쓸 줄 알지만 일본어가 가장 친숙합니다. 더군다나 오사카 사투리 구사자이기도 하구요.
드라마에서는 골프장 부지 매입 건으로 인해 거대 증권 회사, 일본 사회의 자이니치 차별을 조명하고, 솔로몬이 영어 잘하는 일본인으로써의 삶에서 해방되는 것처럼 나오지만
원작에서는 솔로몬 개인에 대한 차별로 그려집니다.
왜냐하면 솔로몬이 모자수의 후원자인 고로씨 덕에 임종 직전이었던 할머니의 땅을 쉽게 구입해서 중간 판매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헌데 가즈라는 일본인 상사는 매입 건이 끝나자마자, 그 할머니가 사망했다던데? 그 사람 야쿠자니까 고문한 거 아냐?라는 의심 때문에 거래가 무산되었고, 당신의 인턴 채용을 중지하겠다고 통보합니다.
그리고 솔로몬의 여친이었던 피비는 일본을 떠나가고, 솔로몬은 모자수에게 제가 아버지 사업인 파친코를 물려받겠다고 합니다.
모자수는 반대하지만 어쩔 수 없이 물러섭니다.
마지막 부분에서 선자는 남편 백이삭과 어머니인 양진이 묻힌 묘지에 들러 시간을 보냅니다.
그리고 묘지 관리인과의 대화를 통해 노아가 매년 이 곳을 찾아왔음을 알게 됩니다.
아들의 유품을 그곳에 묻은 선자는 집으로 돌아갑니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역사란 관찰하기엔 거대한 흐름이지만 또한 개인에게는 묵은 아픔과도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누군들 행복하고 싶지 않았을까요? 처녀였던 선자가 사랑에 빠져 한수의 아이를 임신했을 때, 자신의 삶이 이렇게 흘러오리라고는 예상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 소설은 당시를 살았던 개인의 관점에서 사회를 약간이나마 보여줍니다.
그렇기에 <<파친코>>는 무척이나 담담하게 비밀스러운 불행과 선자의 비극을 보여줍니다.
그런 점에서 고한수는 무척이나 매력적이고 매혹적인 악으로써 비춰지죠.
분명 이익을 추구하고 인정머리 없지만, 자신의 사람에게는 다정하고 잘해주려 애쓰는 남자.
선자가 다 늙은 나이에도 그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동시에 데우스 엑스 마키나 같은 존재이기도 합니다. 선자가 위험하거니 필요할 때 나서서 먼저 도와주거든요.
그리고 그와 만나기 전까지 기형인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았기 때문에 선자와의 혼인을 꺼려하던 주변인들의 모습은 어딘가 익숙하게 느껴집니다. <<파친코>>란 작품은 격동의 시기를 다루지만, 전개는 전혀 역동적이지 않습니다. 있는 것이라고는 사회에게 피해를 받는 개인들 뿐이죠. 사랑도, 불행도 어디로 튈지 모르고, 국가나 민족이란 것이 대체 무엇이기에 그렇게 쉽게 경멸하도록 만드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선자는 분명하 강인하고, 선량한 인물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행복한 인생을 사는 것은 아니죠.
도리어 늙어 주름질 때까지 고생합니다. 일흔 셋의 선자로 이 작품이 마무리 되지만, 삶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듯한 결말이었습니다.
요약))
<<파친코>>는 일제 강점기와 부흥기라는 거대한 흐름보다 훨씬 개인적인 비극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었다.
일제 패망과 부흥이라는...세상의 흐름을 제대로 읽는 사람은 오히려 악당에 가깝고 나머지 사람들은 열심히 살아가지만 보답 받지 못한다.
모두가 엇갈린 길을 가는 세상이고, 모두가 하나 씩은 부족하거나 불행한 점이 있다.
거기에 옳고 그름을 구분할 수 없음에도 세상은 차별을 만든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스스로를 파괴하거나 죽고 누군가는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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