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내려 3번 출구를 빠져나와
집으로 향하는 길 사람들이 오손도손 앉아서
밥을 먹고 있는 식당을 지나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갔다.
내가 사는 집은 이 아파트 단지를 나와서 빠른 걸음으로 10분은 걸어야 도착한다.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와 마주한 횡단보도..
건너편에는 아무도 없고 조용한 적막감 마저 흐른다.
차가 안 다니더라도 신호는 잘 지켜야 된다고 생각하므로
파란불로 바뀔 때까지 기다린다.


30초 정도가 흘렀을까..
횡단보도의 표시등은 파란불로 바뀌었고
횡단보도를 건너가는데 빗방울이 떨어진다...
한 방울 두 방울 내 머리와 어깨에 떨어지더니 
순식간에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이 비가 쏟아진다.


우산도 없던 나는 비를 피할 수 있는 곳을 찾았고
그곳이 동물병원 이었다... 


비가 그칠때까지 멍하니 기다리고 있는데
문이 닫히는 소리.. 그리고 저기요 ~ 라는 여자 목소리가
내 귀를 간지럽힌다...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고개를 돌리는데
천사 라고 느껴질 만큼 아름다운 여성이 
눈만 껌뻑 껌뻑 하면서 날 주시하고 있었다..


순간...


"네?"


내 앞에 서 있던 그 여성은 날 보고 씩 웃더니..


"비 때문에 여기 계시는 거예요?"
"네..."

"혹시 어디까지 가세요? 지하철역 까지 가시면 우산 같이 쓰고가요 ~"
"아.. 제가 집을 가는 중 이어서요.."


(엄청나게 내리는 폭우에 그녀와 나는
목소리를 크게 내면서 대화하고 있었다.)


그녀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짓더니..


"그럼 저 먼저 가 볼게요"


라는 말을 남긴 채 횡단보도 쪽으로 걸어간다...


나는 멍하니 그녀를 쳐다만 보고 있다.


긴 생머리
여리여리한 몸
수수한 패션
그리고 상관 않고 지나칠 수도 있는데
우산같이 쓰자는 배려심..
모든 게 완벽한 여자라는 게 이런 건가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