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7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 발동에 이은 지휘 수용 촉구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자신의 거취 문제까지 함께 고민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이 지난 3일 전국 고검장 및 검사장 회의를 소집해 한동훈 검사장과 채널A 기자의 유착 의혹 사건 수사 지휘권을 배제해선 안 된다는 의견을 수렴했으나, 여전히 추 장관은 지난 2일 지휘권 발동 당시 제시한 내용을 전부 수용하라는 입장이다. 추 장관 지휘의 핵심은 윤 총장이 이 사건 수사 지휘에서 손 떼라는 것이었다. 의혹의 중심에 있는 한 검사장이 윤 총장의 최측근인 만큼, ‘총장 지휘권 배제는 위법·부당하다’는 검찰 수뇌부의 다수의견은 다소 의아하다.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지휘를 즉각 수용하지 않고 검찰 수뇌부들을 불러모아 일종의 ‘위력시위’를 하면서 시간을 지체하고 있는 과정 자체로 추 장관 지휘에 대한 윤 총장의 불편한 심기가 표출된다.
검언유착 사건 수사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애초 약속을 깨고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이라는 무리수를 두면서 추 장관과의 대립 구도를 자초한 윤 총장이기에, 언론지상에서 거취 문제를 언급하며 분위기를 조성한 것과 별개로, 본인 스스로도 추 장관 지휘 수용 여부에 따른 거취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윤 총장 스스로 상황을 악화시킨 셈이다.
‘장고’해도 딱히 수가 없다
이날 윤 총장에게 “좌고우면 말고 지휘 사항을 문언대로 신속 이행하라”고 촉구한 만큼, 추 장관이 최초 지휘 내용을 변경하는 것으로 윤 총장의 상황을 봐줄 생각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윤 총장에게는 복종 또는 항명 중 두 가지 선택지가 남게 된다.
만약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지휘를 이행한다고 결정한다면 ‘총장 지휘권을 배제하는 장관 지휘는 위법·부당하다’는 의견을 모아준 전국 검사장들 처지가 난처해진다. 검사장들도 후배 검사들에게 할 말이 없어지고, 윤 총장 역시 조직 수장으로서의 체면을 구기게 되는 셈이다. 결국 추 장관의 지휘를 이행해도 윤 총장은 현재까지 끌어온 판에 한해서는 리더십에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된다.
다만 이러한 조직 내 리더십과 관련한 윤 총장의 사정과 무관하게 추 장관의 지휘를 수용하는 것 자체로 그동안 수사에 개입해온 자신의 행위가 부적절했음을 인정하는 것이 되므로,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만약 윤 총장이 사퇴 없이 추 장관의 지휘를 불수용한다면,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청법에는 ‘총장에 대한 사건 지휘를 넘어서 지휘 배제를 포함하는’ 취지의 총장에 대한 법무부 장관 감독 권한을 명시하고 있고, 추 장관은 이러한 법적 근거를 토대로 지휘권을 발동한 것이므로, 이를 이행하지 않은 건 징계 사유가 될 수 있다.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지휘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사퇴 의사를 밝혀도 일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추 장관이 사표 수리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와 별개의 문제가 발생한다. 검사징계법상 퇴직 희망 검사에 대해서는 징계 사유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검사징계법 제7조의4는 ‘법무부 장관은 검사가 퇴직을 희망하는 경우 해임, 면직 또는 정직에 해당하는 징계 사유가 있는 경우 지체 없이 징계 등을 청구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추 장관의 지휘를 수용하든 불복하든, 직을 유지하든 사의를 표하든, 이래저래 선택지가 마땅치 않은 윤 총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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