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성 입증 안 된 삼성·LG 가습기 살균부품, 지금도 판매중” 사참위 시정권고

“안전성 입증 안 된 삼성·LG 가습기 살균부품, 지금도 판매중” 사참위 시정권고
조문희 기자 [email protected]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6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18층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에 장착된 살균부품이 아무런 조치 없이 방치돼 왔으며, 지금도 판매되고 있다”며 “특히 현재 판매되고 있는 살균부품은 유해성 여부에 대한 검증이 실시된 바 없어 자칫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줄 수 있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살균부품은 가습기 내 필터 형식으로 장착하는 부품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물에 희석해 사용하는 ‘가습기 메이트’ 등 생활제품과는 형태상 차이가 있지만,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1년 ‘의약외품 범위지정’ 개정 고시에서 살균부품도 가습기 살균제에 해당한다고 적시했다. 사참위 관계자는 “의약외품 지정은, 살균부품도 관계부처의 허가·승인을 받아 생산되고 관리를 받아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사참위 조사 결과 삼성전자는 살균부품이 장착된 가습기 최소 76종을 2011년까지 생산·판매했다. LG전자는 2003년부터 같은 유형의 가습기 56종 이상을 시중에 내놨다. 구체적인 판매 현황은 집계되지 않았지만 웅진코웨이와 쿠쿠 등도 살균부품을 장착한 제품을 팔았다. 살균부품을 장착한 가습기의 생산은 이후 중단됐으나 살균필터 등 부품은 지금도 기업 홈페이지, 쇼핑몰 등 다수 유통채널에서 판매되고 있다.

사참위에 따르면 현재까지 복지부·식약처에 의약외품으로 허가 신청을 하거나 허가 받은 제품은 없었다. 지난 2019년 해당 제품 관할을 환경부가 맡은 이후에도 안전대상생활화학제품으로 승인되거나 승인 신청된 살균부품은 없었다. 살균부품에 대한 흡입독성 실험과 성분분석도 이뤄지지 않았다. 삼성과 LG가 기업 차원에서 살균필터의 인체흡입 독성 실험을 실시한 적도 없었다.

황전원 사참위 지원소위원장은 “가습기 살균제 참사 관련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정부가 자신이 살균제라고 정의한 부품에 대해 흡입독성 실험과 안전성 검증을 하지 않았던 것”이라며 “단 한 명의 피해자만 나타나도 그 사람 인생은 송두리째 망가지는데,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은 (2011년 이후) 살균부품을 떼고 가습기를 팔거나 살균부품만 별도로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그간 판매된 제품에 대해 리콜·교체 조치를 하거나 부품을 떼고 쓰라는 등의 뭔가 조치를 할 책임이 있었다. 그런 조치 하나도 없이 관련 제품을 판매한다는 건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일”이라고 말했다.

정진극 사참위 피해지원팀장은 “유해하다고 확언할 순 없지만, 안전성 입증이 안 된 상황인 만큼 현재 해당 가습기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은 살균부품을 제거한 채 사용해달라”고 권했다.

사참위는 복지부·식약처·환경부에 시정요구서를 보낼 방침이다. 추가 조사를 통해 위법 사항이 확인된 공무원과 기업 관계자 등에 대해선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