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대해서는 아주 관심이 많았고,
모종(?)의 이유로 시청이 불가능한 한국과는 달리 베트남에서는 어렵지 않게 시청이 가능하여 며칠에 걸쳐 감상을 했습니다.
한글 예고편도 뿌렸고, 자막도 이미 다 준비가 되어있는데, 한국에선 심의도 넣지 않다니 참 묘하네요.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이미 10년이 넘은 사고임에도,
방사능의 특성 때문에 피해의 범위와 규모가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 사고죠.
게다가 오염수 방류로 한창 논란이 이는 상황에서의 드라마는, 솔직히 고운 눈길로 봐주기는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일본에서 제작을 했으니 객관적으로 그리는 게 가능할 리가? 라는 게 시청 전의 생각이었고,
실제로 감상 후의 느낌도 썩 좋지 못했습니다.
1차적으로 봐야할 것은 이게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드라마라는 겁니다.
그러면 먼저 이 드라마가 실제의 상황을 정확하게 묘사했느냐도 상당히 중요한데요.
드라마 자체는 의외로 감정을 고조시키지 않고 상당히 드라이하게 전개하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역시 근본적인 물음부터 한계를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우리는 무언가를 잘못했던 걸까? 아니면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을까?" 라는 의문이죠.
드라마는 8편에 걸쳐 서서이 수렁으로 빠져드는 상황을 무미건조하게 전개합니다.
그러다보니 사실 드라마적인 재미는 상당히 떨어지며, 8편을 다 보는 데 며칠이나 걸리도록 했습니다.
그 대신에 그 과정을 하나하나 짚어 보여줌으로서 청자에게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죠.
'우린 정말 우리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 결과가 기대보다 너무 나빴지만, 그런 운명인 게 아니었을까?" 라고요.
아무런 배경 지식도 없이 감상했다면, 그들의 얘기에 어느 정도는 공감을 했을런지도 모릅니다.
그들이 순간순간 저질렀던 잘못되었지만 인간적인 판단들, 인간이라면 당연히 두려워할 수 밖에 없는 방사능에 대한 공포,
판단을 내려줘야 하는 정치인들이나 회사 경영진들은 오히려 방해만 되고 이래라 저래라 하는 상황에서
누구도 그들에게 본인을 희생해서 사고를 막으라고 강요할 수는 없었겠죠.
그런 상황에서 발휘되는 일부 직원들과 군인들의 희생 정신은 허무하지만서도 일견 숭고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당시 사건의 타임라인을 어느 정도 알고 있고, 당시에 벌어진 실책들에 대해 이해하고 있으면
드라마에 대해 여러가지로 달리 보이게 됩니다.
드라마 상영 시간의 착시에 가려져있지만, 실제로 그들은 너무도 안이했고, 너무도 소중했던 시간을 그냥 흘려보냈죠.
정전 순간부터 최우선적으로 전력 확보에 올인하고, 냉각수 투입에 목숨을 걸었어야 했지만, 그 모든 조치가 너무 늦습니다.
드라마는 이런 실책들에 대해 친절하게 짚어서 보여주지 않으며,
일종의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말단 직원들이나 군인들의 안타깝고 비참한 모습을 주로 보여줍니다.
영웅주의에 매몰되었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실패하고만 안타까운 영웅상으로 열심히 치장을 하죠.
그리고 비겁하게 시청자에게 묻는 겁니다. 당신은 이게 정말 우리 잘못이라고 할 수 있나? 라고
물론, 도쿄 전력이나 당시의 담당 직원들이 책임에 비해 지나치게 과도하게 비난을 받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당시 피폭된 말단 직원들은 영웅 대접은 커녕 피해자로서도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르죠.
하지만, 일본다운 음흉함으로 잘못했던 행동은 최대한 가리고 숨기고,
상황의 어려움만 과장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극적으로 보여주는 드라마를 통해 변명을 늘어놓는 건
추함 그 자체이지 않을까요?
다만, 원전 사고의 무서움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는 그 나름의 의미가 있는 드라마 같습니다.
현 정권 하에서 우리도 비슷한 사고가 났다는 가정 하에, 과연 제대로 대응이 될까 싶은 서늘함이죠.
우리의 정부나 자칭 전문가라는 원전 카르텔의 그들은 자신있게 답 할 수 있으려나요?
한국에서는 이 드라마를 볼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게 그 답이 될런지도 모르겠네요.
(AI챗)
야사실록에서 19금 이야기만 알려줘
(7)
[감상평] 
OTT 월간 추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