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이코노미스트의 한국 특별 보고서: 고령화, 저출산, 교육열, 재벌

금주 이코노미스트誌가 한국(정확히는 코리아지만)을 주제로 특별 보고서를 냈습니다. 나름 한국사회 전반에 걸쳐 핵심 아젠다를 끄집어냈기에 팁게에 제가 주관적으로 정리한 내용 올려봅니다.

북한문제를 같이 다루고 있으나 실제 대부분의 내용은 정보와 기사거리가 풍부한 남한사회에 대한 이야기여서 남한 부분만 정리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의 글을 보고 제가 뽑은 키워드는 1. 노령화, 2. 출산파업 3.지나친 교육열, 4. 재벌 중심의 한국경제 입니다. 이 밖에 K-Pop의 영향력을 다루고 있긴 하지만 여기서는 별도로 정리하지 않았습니다. 

이코노미스트의 한국 특집호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즉, 한국경제 급성장, 정치체제의 민주화 변신, 한류의 보급확대는 정말 압축적 성장으로 불릴만 한데 여기에 감동받지 않는 사람들은 한국인 자신들 뿐이라고 합니다.  

1. 노령화(ageing)

OECD 통계에 의하면 2012년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는 거의 12%에 육박하며 2030년에 그 비율은 두배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경제활동인구(working age)의 피크는 3년후로 2040년쯤에 경제활동인구 수는 1/5이나 줄어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젊은이의 감소는 당장 군역을 담당할 18~35세 남자의 부족으로 나타나 지난 5년간 13만명이나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임금피크제나 60세 이상으로 정년연장이 해법으로 나오고 있으나 청년층과의 이해상충 문제가 제기 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노령층의 경제활동이 많아질 수록 청년층의 경제활동도 같이 활발하다고 하면서 이를 어쩔 수 없는 해법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임금피크나 정년연장도 노령화 자체를 막지는 못하며 이민확대와 통일이 필요하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 근본적 문제해결은 OECD 최저수준인 생애출산율 1.3명 이하 상황을 극복하는 것이라고 결론 맺고 있습니다. 

2. 출산파업(baby-strike)

한국 여성은 남자보다 5배이상 육아 및 가사노동에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5만원권 인물이 신사임당인 것도 이이의 어머니인 유교적 여성관의 투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하여간 남자의 가사노동 분담은 점점 나아지고 있으나 그 속도는 느린 편이라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아래 그래프처럼  30세 이전에는 적극적인 경제활동 참여(오히려 남자보다 비율이 높습니다.)를 보인 여성들이 30대에 육아로 일자리를 떠나고 40대 이후에야 다시 경제활동(그것도 경력단절 때문에 저소득 직업을 구할 수밖에 없는)에 나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또한 장시간의 근로시간을 갖는 한국 노동환경에서 노동시장에서 자기 커리어를 쌓으려는 여성들의 선택이 결과적으로 출산파업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하는군요.  

비록 정부와 지자체가 보육비를 지원하고 남편의 육아휴직을 권장하고 있지만 이코노미스트는 저출산의 핵심은 여성의 육아 및 가사노동 전담도 있지만 경쟁적 환경 심화도 한 몫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The fundamental problem of child-rearing in South Korea is too few children, too much rearing.

너무 적은 아이들에 너무 많은 비용이 드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3. 또 하나의 군비경쟁(the other arms race): 이상 교육열(education fever)

한국의 교육열이야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긴 한데 이코노미스트는 이를 조선의 과거제도에 그 뿌리가 있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일제시대 한국민의 교육열이 좌절을 겪다가 한국전쟁으로 구사회의 질서가 완전히 붕괴되면서 자신들의 노력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기게 되었고 이것이 교육열로 나타났는데 1995년 사립대학 허가(당시 정부가 edutopia를 주창했다고 하는군요)를 획기적으로 확대하면서 세계 최상위의 대학진학률을 보이게 되었다고 합니다. 

대학 진학률은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40% 수준에 머물렀으나 2008년 84%에 이르러 피크를 친 것으로 이코노미스트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이러한 높은 교육열은 관련 비용(사교육)의 증가로 이어졌는데 상당부분은 수능시험(12% 정도)과 영어에 사용되고 있다고 하는군요.  그리고 이러한 사교육 비용으로 젊은 부부들이 아이 가지기를 꺼리게 되었답니다. 그런데 문제는 대학에 간다고 해도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으로 대졸자가 첫직장을 잡기까지 평균 11개월이 걸린다고 하네요. 그래도 어쨌든 대졸자가 일단 얻은 직업은 고졸자 직업에 비해 안정적이고 소득이 높다고 합니다. 다행히 그 차이는 줄고 있다는군요.

사실 이러한 사교육 비용은 개인적 낭비이기도 하지만 사회적으로도 불필요한 비용인데 그럼에도 이런 비용을 사용하는 것은 소위 신의 직장이나 신이 숨겨논 직장(God's place, the place that even God does not know)에 들어가기 위해서라고 하는군요. 15-29세 사이 젊은이의 11%가 이런 신의직장 취업준비로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신의직장 선호는 블루칼라에도 나타나고 있는데 현대자동차가 그 한 예라고 하는군요. 59,800명의 정규직에 비해서 6,000명의 비정규직은 동일한 일을 수행함에도 불구하고 70%~85% 정도만 받는다고 하는군요.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정규직 노조에서 대학을 가지 않는 자식들에게도 직업교육비용을 사측에 요구한 것을 꼬집고 있군요.

하여간 마지막으로 모든 재벌기업의 직업이 좋은 직업인 것은 아니지만 한국인이 생각하는 대부분의 좋은 일자리는 재벌에서 나온다고 정리하고 있습니다.

Not all chaebol jobs are good jobs, but as far as South Koreans are concerned, most good jobs are still chaebol jobs. Will that remain true?

4. 재벌(chaebol)

이코노미스트는 롯데월드와 에버랜드를 예로 들면서 둘다 좋긴 한데 에버랜드가 동물원까지 있어서 더 나은 면이 있다고 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런데 삼성은 가장 성공한 한국의 재벌이긴 하지만 생활 곳곳에 파고든 면을 보면 롯데가 더 앞서있다고 합니다. 

재벌에 대한 일반적 이야기는 익히 우리가 아는 수준을 넘지 않아서 스킵했습니다만, 하여간 한국의 재벌은 대부분의 산업을 지배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공룡과 같은 재벌이 할 수 없는 영역을 신생 벤처기업이 개척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결과적으로 이코노미스트의 논지를 거꾸로 이야기하면 한국 대부분의 산업을 지배하고 있는 재벌이 한정적이지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고 이 경쟁을 뚫기 위해 교육열이 과열되어 있으며 이러한 비용과 경쟁(대부분의 관련비용이 쓸데없는 사회적 비용으로 귀착되고 학위장사(credentialism의 의역)에 머물고 있는)을 두려워한 여성들의 출산파업과 경제활동 제약이 나타나서 급격한 노령화로 인한 경제활력 저하가 예상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즉 한국경제의 문제는 기승전재벌이라는 도식화도 가능해 보입니다.

5. 해법

이코노미스트의 해법은 사실 일반적 한국사회의 눈높이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첫째,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구분하고 있는 규제 철폐입니다. 가치에 비해 더 받는 정규직과 그렇지 못한 비정규직의 구분을 없애자고 합니다.(옮긴이: 노동시장 유연성으로 읽힙니다.)

둘째, 외국기업을 비롯한 비재벌 기업이 재벌이 지배하는 산업분야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고 합니다. (옮긴이: 사실 FTA의 확대와 맞닿아 있습니다.)

셋째, 재벌은 서비스 분야(소매업, 관광, 대중교통)로 진출할 수 있도록 하잡니다. (옮긴이: 소위 경제민주화와는 반대의 길입니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제조업이 서비스업보다 노동생산성이 좋게 나옵니다. 실제 서비스업의 노동생산성은 제조업의 절반에 그치고 있답니다. 재벌이 자본을 가지고 서비스 분야에 투자하도록 해야 서비스업의 경쟁력이 제고될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이코노미스트의 일부 해법은 한국 사회의 갈등구조를 무시하고 지나치게 경제적 시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노령화 --> 저출산 --> 교육열 과열 --> 재벌이 제공하는 양질의 제한된 일자리라는 프레임에는 기본적으로 동의하는 바입니다. 

마지막으로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사람들이 행복의 정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때라고 충고합니다. 즉, 행복의 범위가 너무 좁은게 아닌가 하면서 이를 확대해서 다양한 기준을 만든다면 좀 나아지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합니다.

한국 사회는 행복한  보통사람들(happy mediocrities), 반문명 반항자(countercultural rebels)(히피세계에 빠져있던 잡스가 떠오르는군요), 게으름뱅이, 중퇴자, 괴짜 등이 부족한 사회라고 합니다. 참고로 미국은 3천개 이상의 명예의 전당이 있어 갖가지의 사람을 기리고 있다고 합니다. 

어쨌든 한국 사회에 대한 총체적 문제제기라는 점에서 정리해봤습니다. 

이상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출처] 클리앙의 원저작자 분인 산타클로체님의 원문을 허락 하에 게재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