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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제2의 김연경은 왜 나오지 않을까" 김연경 본인에게 직접 물었다

꽃다지 2022-09-23 (금) 05:51 조회 : 1133 추천 : 14    
편집자 주
한국 배구는 지난해 도쿄올림픽에서 여자 대표팀이 숙적 일본, 터키 등 강호들에 극적 역전승을 거두며 4강 신화를 재현,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김연경과 김수지, 양효진 등 베테랑들이 태극 마크를 반납한 뒤 여자팀은 거짓말처럼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예선 12전 전패, 최하위 수모를 겪었다. 남자 배구는 20년 넘게 올림픽 본선에 오르지 못한 데다 올해 아시아배구연맹(AVC)컵조차 4위에 머물렀다.

배구계에서는 김연경 신드롬의 착시 현상과 실력 이상의 인기 거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CBS노컷뉴스 배구팀은 한국 배구의 현실을 직시하고 재도약을 위한 방안이 무엇인지 묻는 연속 기사를 싣는다. 특히 21일 막을 내린 CBS배 전국중고배구대회를 찾은 프로 선수들과 중고교 지도자, 학생 선수, 학부모 등 현장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한국 배구의 젖줄인 학교 배구의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집중 조명해보고자 한다.
"제2의 김연경, 1명을 기다리는 것은 요행입니다" 김연경 인터뷰 中
   
한국 배구 역사에서 김연경(34·흥국생명)은 빼놓을 수 없는 선수다. 2005년 신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1순위로 흥국생명에 입단한 김연경은 프로 무대 데뷔 시즌부터 팀을 통합 우승으로 이끌었다. V-리그에서 활약한 4시즌 동안 3차례 정규 리그 1위와, 3차례 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일궈냈다.

국내 무대를 평정한 김연경은 2009년 일본 JT마블러스에서 해외 리그를 시작했다. 이후 김연경은 페네르바체(튀르키예), 상하이(중국), 엑자시바시(튀르키예) 등에서 활약했다. 일본과 튀르키예, 중국 리그는 물론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굵직한 성과를 냈다. 김연경은 남녀 통틀어 세계 최고 배구 선수가 됐다.

'김연경 보유국'인 한국 여자 배구팀의 성적도 날개를 달았다. 2012 런던올림픽과 2020 도쿄올림픽 4강,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 등 국제 무대에서 한국 배구의 위상을 드높였다.

도쿄올림픽에서 한일전 승리에 이어 4강 신화를 재현한 김연경은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 2004년 청소년 대표부터 2021년 도쿄까지 17년간 함께한 태극 마크의 여정도 끝났다. 김수지(35·IBK기업은행), 양효진(33·현대건설)도 함께 대표팀에서 은퇴했다.

김연경 등이 빠지자 여자 대표팀의 성적도 곤두박질쳤다. 2000년대생으로 세대 교체를 목표로 삼았지만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4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목표로 하는 여자 대표팀이지만 2024년 파리올림픽 본선행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특히 2022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는 김연경 등 베테랑들의 공백을 뼈저리게 확인한 무대였다. 예선 12경기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한국은 16개 국가 중 승점 1조차 얻지 못한 유일한 나라가 됐다. 역대 VNL에서도 초유의 기록이다.

'제2의 김연경'을 찾는 한국 배구. 이에 대해 당사자는 어떻게 생각할까. 김연경은 지난 15일 충북 단양에서 열린 '제33회 CBS배 전국중고배구대회' 개막전 시구 뒤 CBS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제2의 김연경이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생각을 밝혔다.

일단 '제2의 김연경'이라는 말 자체에 어폐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김연경은 "제2의 김연경이라는 수식어는 좋죠. 또 빨리 나오길 기대한다"면서도 "배구는 팀 스포츠이기 때문에 (특출난) 1명이 나온다고 해서 팀이 좋아질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보다는 좋은 선수가 여럿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김연경은 "1명만을 기다리는 것은 요행이고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팀 전체가 개선할 수 있는 부분,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제2의 김연경, 제3의 김연경, 한꺼번에 6명 정도 나타난다면 좋겠다"는 얘기는 결국 '원맨팀'이 아닌 구성원 모두 고루 활약하는 팀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대표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김연경은 "선수 1명을 발굴하기보다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면서 "대표팀에 대한 지원과 훈련 등 팀 전체적으로 어떤 생각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 뒤 김치찌개 회식을 해야 했던 현실을 꼬집었던 김연경이기에 의미가 있는 멘트다.

그럼에도 '제2의 김연경'은 황금 세대들을 이을 후배들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그런 점에서 김연경은 대형 유망주들이 나오기 어려운 현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연경은 학교 배구팀에 대해 "팀 숫자가 너무 적다"면서 "선수들이 많아야 그 안에서 발굴을 할 텐데 선수가 적어 매우 안타깝다"고 했다. 이어 "유소년 쪽에서 지탱이 잘 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상급 학교로 올라오면서 무너지고 있다"면서 "향후 저변 확대를 위한 쪽으로 일을 하는 방향도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런 어려운 상황이지만 결국은 노력만이 답이다. '배구 여제'도 그렇게 탄생한 것이다. 김연경은 "학교 다닐 때 정말 많은 훈련을 했다"면서 "학생 때는 많은 훈련을 해야 성장할 수 있는데 루틴이라고 할 것도 없이 감독, 코치님들이 지도하는 것들을 열심히 하려고 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학생 때는 공격이나 화려한 것을 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그런 것보다는 보이지 않는 수비, 토스 등 기본적인 것에 중점을 뒀으면 좋겠다"고 후배들에게 조언했다.

꿈을 크게 가지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김연경은 고교 3학년이던 2005년 CBS배에 출전해 "여자 배구의 중흥을 이끌고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김연경은 "다시 생각해봐도 나 자신의 당돌함이 대단했던 것 같다"면서 "꿈을 크게 갖다 보니까 그 목표에 조금이나마 가깝게 다가갈 수 있지 않았나 싶다"고 돌아봤다. 이어 "어린 선수들이 큰 목표를 가졌으면 좋겠다"면서 "목표를 크게 갖고 노력을 하다 보면 목표에 가까워져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도쿄올림픽 4강의 또 다른 주역 김희진(31·IBK기업은행)의 생각도 비슷했다. 김연경과 함께 CBS배 개막식 시구를 맡은 김희진은 "요즘에는 공격적인 부분이 어린 선수들에게 더 화려하게 보일 수 있다"면서 "그런 부분에서 기본기를 더 탄탄하게 다지고 왔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기본기 때문에 프로에 와서 어려움을 겪었다는 김희진은 "기본기가 있어야 더 많은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힘주어 짚었다.

김연경처럼 큰 목표를 갖고 실력을 늘려야 한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김희진은 "중·고등학교 선수들이 더 많이 욕심을 내길 바란다"면서 "학생들이 프로팀에 와서도 바로 뛸 수 있는 실력이 될 수 있도록 많은 훈련과 경험을 쌓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2의 김연경을 바라기보다 현재 선수들로 잘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대선배들의 따끔하지만 애정이 넘치는 조언에 어린 후배들도 화답하는 모양새다. CBS배에 나섰던 남성여고 3학년 김세령은 '제2의 김연경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해 망설임이 없이 답했다.

"김연경 선수는 키도 크지만 수비랑 캐치가 다 됩니다. 그러니까 세계 랭킹 1위도 되는 거고요. 저희는 수비랑 캐치가 좀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공격만 잘하는 게 아니라 다방면으로 연습해야 할 것 같아요."

하지만 말처럼 쉽지는 않다. 앞서 김연경이 언급한 대로 중고교 및 대학 등 학교 배구팀의 현실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CBS노컷뉴스 배구팀은 이어지는 기사에서 한국 학교 배구의 현재를 짚어보고 '제2의 김연경' 등 스타들을 키워내기 위한 실마리를 제시해보고자 한다.

단양=CBS노컷뉴스 박기묵, 김조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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