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요훈 기자
조선일보에는 우울증을 호소하는 기자들이 많다더니 진짜 그런가 봅니다. '합법' 취재를 했는데도 고소를 당하면 회사가 확실히 지원해주기로 했답니다.
합법적인 취재를 했는데도 고소를 당하면 회사가 지원해주겠다, 그게 무슨 말인가요? 합법적인 취재를 하는데 기자들이 왜 우울증을 호소하나요?
기자가 고소를 당하는 건 불법적 취재를 해서가 아닙니다. 취재와 보도의 준칙, 즉 언론 윤리를 지키지 않아서 그런 겁니다. 공공의 이익이 아니라 사주의 이익을 위해 복무해서 그런 겁니다. 언론의 사회적 책무에 반하는 보도를 하기 때문입니다.
언론 윤리를 지키고 언론의 사회적 책무에 부합하는 기사를 쓰면 욕 먹을 일도 고소를 당할 일도 없습니다. 그랬는데도 고소를 당한다면 위축 효과를 노린 겁박용 고소입니다. 국가기관이 고소를 빌미로 기자를 괴롭히면 언론 탄압이 됩니다.
윤리적인 기자가 되고 싶은데, 회사가 언론 윤리에 어긋나는 취재를 지시하고 기자로서 써서는 안 되는 기사를 쓰라고 하니까 우울증에 시달리는 겁니다. 그걸 양심의 가책이라 하지요.
저도 MBC에서 30년 넘게 기자생활을 했습니다만 고소를 당할까봐 기자가 우울증을 호소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민주화 이후로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를 믿고 의지했으니 그랬겠지만요.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갑니다. 언론사 중에서 불신 1위로 꼽히는 신문사에서는 기자들이 우울증을 호소하고, 감시와 비판이라는 언론의 책무에 비교적 충실하여 신뢰도가 높은 방송사에는 공권력이 들이닥쳐 공포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이것이 윤석열 정부가 말하는 비정상의 정상화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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