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만의 폭우…물폭탄 원인은 이례적 '정체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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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 건조공기 남쪽 다습 공기 강하게 충돌하며 정체전선 형성

9일 오전 서울 잠수교가 밤 사이 내린 폭우로 물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제공

8일 하루 사이 중부지방 일대에 80년 만의 기록적 폭우가 쏟아졌다. 최대 400mm가 넘는 폭우에 서울과 경기 지역 곳곳이 물에 잠기고 지반 침하와 정전 등 사고가 잇따랐다. 이번 비는 북쪽에서 내려오는 건조한 공기와 북태평양 고기압이 충돌하며 생기는 정체전선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기상청이 9일 오전 10시 10분 발표한 주요지점 강수량 현황을 보면 8일 0시부터 이날 오전 10시까지 서울 424.5mm, 경기 여주 412.5mm, 양평 398.5mm, 경기 광주 392.0mm의 비가 내렸다. 강원 횡성 262.5mm, 홍천 206.0mm, 충북 제천 124.0mm 등 중부지방에도 비가 쏟아졌다. 이날 10시 기준 수도권과 강원 내륙 산지, 충청 북부에는 호우 특보가 발효된 상황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폭우 원인은 정체전선이다. 한반도 북쪽 티베트고기압과 절리 저기압(온대성 저기압)이 한랭건조한 공기를 내려보내고 있다. 동시에 남쪽 북태평양 고기압은 남부지방의 남쪽까지 가장자리를 확장해 고온다습한 공기를 올려 보내고 있다. 이렇게 성질이 다른 두 공기가 극단적으로 맞부딪치면서 정체전선이 만들어졌다.

8일 낮부터 우리나라에 비구름이 발달하는 과정을 분석했다. 기상청 제공

특히 두 공기의 충돌 강도도 매우 강해 정체전선에 동반된 비구름대가 ‘동서 길이는 길고 남북 폭은 좁은’형태로 형성됐다. 비가 특정 지역에 매우 강하게 쏟아지는 이유다. 중부 지방과 달리 남부지방에는 비가 내리지 않고 찜통더위만 이어진 이유이기도 하다.

또 형성된 정체전선은 오호츠크해 고압능이 막고 있다. 거대한 ‘공기벽’이 돼 절리 저기압이 동쪽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고 있다. 제5호 태풍 ‘송다’와 제6호 태풍 ‘트라세’가 열대저압부로 약화한 뒤 한반도 북동쪽으로 이동해 수증기를 공급하고 공기를 부풀리며 고압능이 형성됐다.

최근 저위도에서 한반도가 속한 중위도로 수증기들이 몰리는 현상이 발생해 강수량이 늘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저위도에서 중위도로 수증기가 몰리는 이유는 아직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기상청 관계자는 “분석이 필요하다”며 “한반도 남쪽에서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국이나 동남아시아 등 중위도로 수증기를 끌어올리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9~12일 정체전선이 남북으로 이동할 것으로 분석된다. 9~10일 오전에는 수도권과 강원 영서를 중심으로 한 강한 비가, 10일 오후부터 11일까지는 충청권과 전북 중심으로 강한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11일 낮 정체전선이 일시 북상해 수도권에 일시적으로 강한 비가 올 것으로도 보인다. 12일에는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비가 올 예정이다.

13일부터는 북한에서 활성화된 정체전선이 다시 남하할 예정이다. 중부 지방을 중심으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변동성이 커 이후 예보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