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먹으면서 볼라고 유튭을 켰는데 영화 압축 소개하는 영화 유튭 컨텐츠가 이거길래 걍 기대없이
5분 정도 보다가 아 이건 제대로 봐야겠다 싶어서 풀타임으로 감상했는데요,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캐빈 코스트너보다 유머러스하고 넉살좋은 캐릭터인 우디 해럴슨을 좋아해갖고,
영화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유튭 압축본에 우디 해럴슨 나오는 장면에서
'아 이거 재밌겠다' 싶어갖고 풀타임으로 봤어요.
내용은 스포라서 쓰고 싶지 않은데,
일단 영화가 액션 아니고, 고어도 아니고, 잔잔합니다.
초반에 총포상에서 총 한 뭉치 쇼핑하는거 보고 오... 총격전 좀 쎈가본데 싶었는데 별로 그런거 없고요.
은퇴한 전직 폭도진압경찰 할배 둘이 예전 같지 않은 몸과 멘탈로 힘겹게 한걸음 한걸음 전진하는 걸 보면서
동정심 같은거 좀 유발하는 느낌도 있고요.
영화 자체는 잔잔하게 흘러갑니다. 중간 중간 크게 빵! 터지는거도 별로 없고요.
보니 & 클라이드의 범죄 행각을 뒤따라가는 두 노인네를 카메라가 따라갑니다.
뭐 어쨌든 고생 고생해서 보니 & 클라이드를 잡게 되는데,
영화의 여운이 좀 있습니다.
젊은 연쇄살인커플이 결국 비참하게 벌집이 되어 죽었는데,
수만명의 시민들이 이들의 죽음을 애도했다는 리포트가 짙은 여운을 줍니다.
홍길동과 같은 의적도 아닌데,
자신들을 혹독하게 털어가는 은행에 대한 가난한 서민들이 가진 증오심을
이들이 대리만족 시켜주고 있다는 점이요.
감독은 이러한 묘한 현상을 영화에 담아냅니다.
영화 내내 1930년대 미국 대공황으로 다수의 사람들이 겪는 극심한 가난과 비참함,
그리고 보니 & 클라이드의 범죄의 잔혹함이 교차해서 제시됩니다.
무엇이 누가 정의로운가에 대해 잠시나마 생각해 볼 수 있는 점도 나쁘지 않고요,
한 시대를 풍미했던 케빈 코스트너의 넉넉한 배 사이즈를 보니
아 시간이 참 빠르구나라는 것도 실감하게 됩니다.
스피디하고 현란한 액션이 아닌,
느릿느릿 힘겹게 가쁜 숨을 몰아쉬는 7순이 다 되어가는 노배우의 연기는
그 자체로도 뭔가 아련하고 그러네요.
젊은 시절 화려하고 터프한 영웅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주며 잘 나갔고,
어찌보면 초라해진듯한 노년의 자신의 모습을 숨김없이 보여주는 배우들 여럿 있죠.
제가 제일 좋아하는 클린트 이스트우드도 그렇고요.
이들의 느린 호흡을 때로는 응원하고 힘겨워하는 모습에 안타깝기도 하고...
지는 해를 보는 느낌이지만, 그래도 이런 작품을 통해
한 번 더 볼 수 있다는 게 감사하기도 합니다.
보니 & 클라이드의 활극보다 이들을 뒤쫓는 노년의 두 남자들의 뒷모습에 대해
거부감이 없으신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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