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2.0/5
영화 <왓치맨
> 스포가 아래에 있음.
'세계의 조율자로서 어떤 가치에 책임감을 느끼고 살아가야 하는가'에 초점을 두고 보면 생각할거리가 많은 영화.
주제적인 부분에 있어선 잭 스나이더의 <왓치맨>과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다만
왓치맨
에 대하여 말하자면 본지 오래되어 스토리는 기억나지 않지만,
조율자로서의 딜레마가 이터널스보다 분명했다. 골초의 폐를 보는것만 같은 로어셰크의 페이스는 우울한 남자의 내면을 구현한듯 하다. 히어로 활동을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된후 과거의 영광을 끌어안은채 쓸쓸히 살아가는 히어로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정의의 이름으로 국가를 지키던 그들은 명예로웠고 긍지가 높았다. '은퇴한 이들이 바라보는 우울한 인간세상을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를 영화는 질문한다.
이터널스는 '아리솀에게 부여받은 이터널스의 본질을 따를것인가, 자신이 발디뎌 살아온 인간세상을 구원할것인가'에 대한 선택의 딜레마에 빠진다. 중요한것은 두 가치를 반드시 선택해야하는 각각의 이유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데, 그 부분에 대한 설득력이 대단히 약하다. 이터널스의 책임을 거부하는 기회비용이 아리솀에 의한 죽음으로 나타나거나, 그 부름에 응해야하는 긍정적인 가치를 표현해주어야 한다.
반대로 인간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에 대해서는 인간의 가능성을 반드시 포기하지 못하는 조건이 있어야 하는데, 세르시에게 인간인 아이가 있거나 인간의 역사에서 선행으로 기적을 만들어낸 과정을 몸소 체험하는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당연히 그 가치가 설득력을 가지려면 많은 부연설명이 필요하지만, 그만큼의 작품성은 보장될것이라 말하겠다. 즉 대개의 좋은 이야기는 진부하지만 '이원론'에 기반한 딜레마로 이루어져있다.
이터널스의 스토리는 조잡하다. 인간을 구원하는게 옳다고 믿기엔 문명의 발전이 인간을 자멸로 이끄는 상황들이 그려진다. 반대로 아리솀의 뜻을 받들어 우주의 순환을 위해 셀레스티얼을 부활시키자는 목적또한, 현실성없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평행세계나 다중우주, 미래의 희망같은 뜬구름잡는 이론은 하나의 개체가 체험할수 없는 세계이기에 개념 자체가 갖는 표면적 의미에 그칠수밖에 없다. 그나마도 핵전쟁이나 지구온난화로 자멸하리라는 인류의 비관적 운명은 인지할수 있겠지만, 범우주적 세계관에까지 책임과 연민을 느끼는것은 망상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터널스의 일원은 유색인종과 성소수자, 청소년, 심지어 장애인으로도 이루어져있다. 멤버수도 많기도 하거니와 일원끼리의 치정으로 배신하거나 서로를 죽이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만큼 주인공이 느끼는 딜레마는 분산되기 마련이며 의미없는 유머로 채워진 시간들이 아까울정도다. 왜 나타나서 깝쳐야 되는지 모르겠는 데비안츠..;; 싸워서 액션은 보여줘야 되니까 만들어 놓은것 같다.
왓치맨은 철저하게 히어로들이 인류를 향해 느끼는 딜레마와 연민이 로어셰크라는 캐릭터에게 모이도록 되어있다. 그의 독백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그의 죽음으로 끝맺어진다. <노매드랜드>에서 방랑하며 방향성없이 사는 사람들에 대한 낭만을 늘어놓더니, 대중영화로 넘어온 감독이 안그래도 불투명한 마블영화의 새 미래를 어지럽게 만들어버렸다고 느낀다.
나는 솔직히 여성 감독을, 여성 영화를 졸라 좋아한다, 사랑한다. 그런데 점점 여성영화가 가지는 한계에 봉착한다. 한국영화 <메기>(예술영화지만..)와 같은 작품이라든가, 오락영화로 만들어진 여성감독의 작품들. 그들은 분명 관계과 연대에서 느껴지는 에너지를 섬세하고 힘있게 다룰줄 안다. 그러나 그 에너지를 대중영화의 구조안에 멍청할정도로 담아내지 못한다. 그들에겐 철학이, 깊이가, 딜레마가 먼지한톨만큼도 없다. 여흥과 즐거움과 의미없는 발랄함으로 영화가 채워져있다. 아니면 욕심이 많아서 이도저도 아닌 영화를 만들던가. 멍청하게 시리즈 영화를 찍어대는 근래의 남성감독도 마찬가지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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