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무섭도록 잘 만들어진 공포영화이며, 코미디 영화입니다.
영화를 한 세 번 정도 보기 시작하면 배우 한명 한명이 보여주는 유머러스한 장면들이 너무나도 완벽합니다. 배우들이 연기를 정말 잘했어요.
단 한장면 나와서 움직임도 없이 앉은채로 코믹연기의 끝을 보여준 이정은은 물론이고, 조연 배우들 한명 한명이 너무나도 연기를 잘해준 코믹영화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게 잘 만들어진 공포영화라고 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가 현실에서 느끼는 공포를 그대로 압축했다는데에 있습니다.
인간이 느끼는 막연한 공포가 있습니다. 과학이나 논리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들에 대한 공포, 나는 못보고 못느꼈는데 어떤 새끼들은 지들이 봤다고 우기고 영접했다고 우기는 영적인 요소들에 대한 공포. 이게 영화에서 제대로 압축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과 악이 뚜렷하고 사건이나 현상에 대한 이유가 밝혀져야 속이 시원한 관객들은 영화가 왜 이따위냐며 분노하기도 합니다.
근데, 이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것은 우리가 사는 세상에 만연한 공포 그 자체입니다. 사건 하나 터지면 제 멋대로 부풀려지는 흉흉한 소문, 나와 가족에게도 그런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두려움, 도통 알 수 없는 말을 확신에 차서 해대는 무속인.
기존의 대부분의 공포영화는 사탄이나 악귀가 등장하고, 거기에 맞서는 퇴마사나 종교인이 등장해서 대립하며 사건을 해결합니다. 영화니까....
현실은요? 지금까지의 공포영화에서 만났던 사탄이나 악귀를 여러분은 보고 느낀적이 있습니까? 제대로 능력을 발휘하는 종교인이나 퇴사가 있었나요? 우리가 곡성이라는 영화를 보면서 불쾌하거나 찝찝하거나 절망을 느끼거나 하는 이유는 영화가 너무나 영화같지 않고 현실적이기 때문입니다. 억지로 선과악을 만들어서 대립시킨게 아니라 우리가 무엇에서 공포를 느끼는지를 제대로 꼬집었기 때문에 이 영화가 뛰어난 공포영화가 되는것이죠.
제발, 이런 영화에 친일파 갖다 붙이고 성경적 해석 갖다 붙이면서 "해결"을 하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국적이나 종교적인 구절들 모두 문제해결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게 우리가 실제로 살고 있는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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