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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조선-스포) ‘스파이의 아내’ 는 진짜 ‘반일 영화’인가

 
글쓴이 : yohji 날짜 : 2021-04-21 (수) 13:59 조회 : 1089 추천 : 8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일본 거장 구로사와 기요시의 신작 ‘스파이의 아내’가 드디어 극장가에 공개됐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호평받은 작품이지만 보지 못해 궁금하던 차였다. 서스펜스와 호러에 주력해온 구로사와 기요시가 이번엔 시대극을 내놨다.

솔직히 말하자면 최근 내게는 일본 영화를 기피하는 어떤 습관 같은 것이 생겼다. 잇따라 본 영화들이 어딘지 모르게 마음에 와 닿지 않았고, 그래서 내처 실망하게 될까 피했던 것도 같다. 일본 영화에 기대어 산 시절이 있었기에, 더는 그것들을 예전처럼 아끼지 못한다는 게 일종의 상실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구로사와 기요시의 신작은 냉담해진 관객을 다시 돌려세우기에 충분했다.

영화는 태평양전쟁 직전인 1940 년을 배경으로 한다. 고베에서 무역회사를 운영하는 ‘유사쿠’(다카하시 잇세이 분)는 유능한 사업가다. 그에게는 아내 ‘사토코’(아오이 유우 분), 조카 ‘후미오’(반도 료타 분)와 함께 종종 영화를 만드는 취미가 있다. 부부는 전쟁을 앞둔 상황에서도 소박한 즐거움을 누리지만, 유사쿠와 후미오가 함께 만주로 출장을 다녀오면서부터는 삶이 송두리째 흔들린다.

유사쿠는 출장차 찾은 만주에서 관동군의 만행을 목격하고 이 사실을 전 세계에 알리기로 마음먹는다. 국가의 민낯을 목격한 이상 예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그들은 수집한 정보를 헌병의 눈을 피해 해외로 빼돌릴 방법을 찾는다. 출장 이후 급격하게 달라진 남편과 조카의 모습에 사토코는 혼란스럽다. 그녀는 남편이 달라진 것이 외도 때문이라 생각하며 그의 행적을 뒤쫓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남편이 만주에서 목격한 것과 마주하게 된다. 유사쿠가 만주에서 찍어온 영상에는 무고한 사람들이 생체실험에 이용되고 죽임을 당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유사쿠는 사토코도 이 일을 알리는 데 동참할 것을 요구한다. 사토코는 현재의 안정된 삶이 파탄 나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남편을 만류하려 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되레 운명이 자신을 선택한 것이라며 주어진 임무를 반드시 수행해내겠다는 더 강한 의지를 내비친다. 그 모습을 본 사토코는 기꺼이 스파이의 ‘아내’가 되기로 결심한다. 여기에는 그간 누려왔던 것을 모두 버려야 한다는 각오, 다시는 예전처럼 살 수 없을지 모른다는 불안, 그리고 언제 어떻게 남편과 헤어지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깔려 있다. 그러나 그녀는 그런 상황에서도 남편을 따르기로 마음먹는다. 죽음보다 그와 떨어지는 것이 더 두렵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사토코는 일견 각성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아내로서의 각성’인 듯하다. 그녀에게는 ‘대의 그 자체’보다 ‘남편과 함께 이루는 대의’가 더 중요하다. 그렇기에 그녀는 남편이 나아가려는 방향을 곧 자신이 나아가려는 방향으로 삼고, 그가 제시한 틀 안에서 움직인다.(그러나 이것이 시대착오적, 여성혐오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구로사와 기요시가 당시 여성들이 처한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사토코의 이런 ‘양보’가 무색하게도, 그의 남편은 대의를 이루기 위해 가족의 희생쯤은 받아들여야 한다고 믿는다. 진실을 밝히려는 과정에서 붙잡혀 고문당하는 조카의 모습이나 불안에 떠는 아내를 보고도 그는 뜻을 굽히거나 머뭇거리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열성적이고 의지에 찬 남편의 모습은 결말에 가까워질수록 의뭉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그는 아내와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기로 한 약속을 뒤로하고 끝내 홀로 떠나버린다.

구로사와 기요시는 이때부터 ‘스파이’보다 ‘스파이의 아내’에 열정적으로 플래시를 비춘다. 영화 중반까지만 해도, 어쩌면 구로사와 기요시가 세상에 일본을 고발하는 코스모폴리탄으로서 자신의 모습을 유사쿠에 빗대고 싶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결말에 치달을수록 감독이 진짜 하고 싶은 것은 자국의 실체를 세상에 드러내는 것이나 그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됐다. 어쩌면 그가 정말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자국의) 은폐나 (자신의) 폭로가 아닌, 그 속에서의 일본 국민의 삶이 아니었을까.

결국, 영화에 대한 사랑

‘스파이의 아내’는 제작 단계부터 ‘반일영화’로 규정됐다. 당연히 투자를 받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재정이 넉넉지 않은 상태에서 촬영을 하다 보니 디테일한 묘사들 역시 생략될 수밖에 없었다. 영화는 실내 장면 위주로 구성됐고, 야외 장면은 최소화됐다. 그러나 나는 영화의 훌륭함이 제작비 액수와 디테일하게 묘사된 장면의 수에 비례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구로사와 기요시는 찍을 것과 찍지 않을 것을 아주 신중하게 고른 것처럼 보인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영화에 등장하는 창문들이 모두 불투명하게 처리돼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것이 제작비 절감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창밖에 세트를 짓거나 CG 를 추가하는 것이 어려워 창을 아예 불투명하게 만들어버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어쩔 수 없는 결정이 영화를 더욱 ‘영화적으로’ 만들었다. 불투명한 창문은 곧 바깥세상을 온전하게 볼 수 없는 인물들의 상황에 대한 은유로 느껴진다.

‘스파이의 아내’에는 영화를 관람하는 장면이 여러 번 나온다. 인물들은 불투명한 창문이 아니라 스크린으로 세상을 본다. 그들이 머무는 실내공간이 바깥세상과 연결되는 것은 오로지 스크린에 투영된 영상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리고 그 영상은 세상에 관한 중차대한 진실을 담고 있다. 이것이 영화에 대한 구로사와 기요시의 애정 표현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막바지에 이른 영화는 남편이 떠난 후 정신병원에 갇힌 사토코의 모습에 집중한다. 스파이가 떠나고 정신병원에 남은 것은 ‘아내들’뿐이다. “미치지 않은 게 어쩌면 미친 것”인지도 모르는 혼란의 시대. 그러나 사토코의 눈물과 절규는 어쩐지 절망으로만 보이지 않는다. 모든 것을 쏟아내고 털어낸 그는 분명 그 자리에서 다시 시작할 것이다. 폐허가 된 일본 땅을 재건하는 것 역시 그 ‘아내들’일 것이다. 다시 한번 결의가 필요한 현 시점에서, 구로사와 기요시의 영화가 반일본적으로 보이는가. 나는 어쩐지 그의 이야기에서 자신의 나라를 향한 애정이 느껴진다.


박수영 단편영화를 연출하고, 영화에 관한 글을 쓴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3&oid=053&aid=0000028902


영화는 볼 생각이 없지만 흥미로운 평이네요 ,,

내 기억속의 무수한 사진들처럼 사랑도 언젠가 추억으로 그친다는 것을 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만은 추억이 되질 않았습니다...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날수 있게 해준 당신께 고맙단 말을 남깁니다...
yohji님이 작성하신 다른 글

뿌레히힝 2021-04-21 (수) 16:49
그나마 객관적이라 생각하는 감독들도 결국 영화는 이런 식이더라구요 정면으로 시대를 고발하는 것처럼하고 결국엔 개인의 삶을 다루면서 나도 힘들었다는 식
일본인이라면 이해할 듯합니다만 그 기조를 한국인이 받아들이길 바라는 건 또 다른 웃기는 문제라고 봐요
뭐 어차피 한국인 보라고 만든 것도 아닐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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