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영화 관람 포인트 1순위는 스토리이고, 스토리 안에서도 연출적으로 어떤 부분에 중점적이냐에 따라 만족도가 다릅니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의 주제는 화성에 문명이 정착하고 과학기술이 진보하기 위함보다, 물질적으로 풍요롭지 않더라도 서로가 협력하고 이해해야 한다는 휴머니즘의 드라마입니다. 그래서 승리호의 선원과 도로시의 유대감이 형성되는 스토리를 말하고있고, 유토피아에 사는 이들보다 먼지구덩이 속에 살아가는 땅위의 인류에게 연민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캐릭터들마다 슬픈 전사를 지니고 있고, 송중기가 딸을 잃은 과거 스토리는 비중있게 그려져있습니다.
일단 주제가 가볍지 않고 매우 무겁습니다. 영화의 전체적인 느낌이 '과하다'는 것인데, 주제의 무거움에 비해 영화의 템포나 분위기는 가볍고 유쾌합니다. 캐릭터들은 경쾌하고, 즉흥적입니다. 전투신과 우주 sf장르를 뽐내느라 액션과 그래픽으로 도배되어있고 화려합니다.
주제를 표현하기엔 전체적 분위기가 유쾌하고, 유쾌한 분위기를 마냥 즐기기엔 주제가 무겁습니다. 주제가 무거우나 스토리의 템포는 빠르니, 주제를 표현하기위한 메인 캐릭터들의 유대감 형성은 피상적입니다. 어린 애가 우주선에 같이 탑승하게 되었느나, 유대감이 형성될만한 특별한 계기없이 저마다 그림따위를 그려주었다고 도로시를 좋아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유쾌하게만 즐기기엔 주제가 지나치게 무겁습니다. 인류의 미래, 캐릭터들의 불행한 개인사를 끌어안기엔 영화의 템포가 빠르고, 장르적 화려함을 뽐내는 스타일엔 맞지가 않습니다. 무거운 주제를 표현하려면 영화는 조용하고 진중해야 합니다. 영화를 유쾌하게만 풀어냈으려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와 같은 전략을 취했어야 합니다. 비교대상을 깊이 탐구하지는 않아서 피상적이나, 설리반과 인류의 미래에 대한 갈등을 덜어 냈어야 합니다. 그리고 승리호 선원들이 서로에게 갖는 유대감 또한 '츤데레'로 만들었어야 합니다. 서로가 '도로시는 목숨을 걸만한 존재다.'라며 의기투합하는게 자연스러워선 안됩니다. '쟤넨 왜 서로 동료인거야?' 싶을 정도로 자존심싸움하거나 멍청하지만 순수한 캐릭터성을 밀어 붙였어야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가서야 츤츤거리는 미운정을 드러내는게 좋은 전략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유튜버 빨강도깨비의 리뷰를 보았는데, 왜 스토리의 많은것을 표현하기엔 영화가 짧았다는건지 의아하더군요. 영화가 짧은게 아니라, 작은 그릇안에 많은것을 담으려는 것이 문젭니다. 피자한판과 치킨한마리를 먹지도 못하면서 한끼로 떼우려는것이 문제입니다.
그럼 스토리의 외적구조로 되돌아와봅니다. 일단 도로시의 설정이 허무맹랑 합니다. 나노봇을 조종하는 능력은 전지전능에 가깝습니다. 도로시의 능력은 생명을 창조하고, 총알과 폭발을 막을수도 있습니다. 이 전지전능함을 만회하기위해 자아가 미숙한 어린아이로 설정을 하였지만, 스토리적으로 적재적소에 기능을 반드시 하기때문에 무적이나 다름없습니다. 2조도의 온도에 파괴되는 도로시지만, 불멸의 나노봇이 등장하여 주인공이 구해지는 설정은 실상 조커카드를 처음부터 쥐고 시작하는 것이죠.
김태리 배우가 연기한 장선장은 캐릭터로서 매력이 없습니다. 전사도 특별하지않고, 멋있는척하는 여자애일뿐 역할도 재미도 불분명합니다. 선장으로서 결단력이나 책임감이 스토리에서 비중이 있는것도 아닙니다. 전사가 비중이 있어서 슬픈것도 아닙니다. 그렇게 캐릭터들 수준이 비슷합니다. 캐릭터들 개성이 부족합니다. '잘 노는' 개성만 구색에 맞게 드러날뿐이지 생동감은 부족합니다.
가령 인간을 닮고싶어했던 업동이가, 스토리상에서 인간을 구하기위해 죽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왜냐하면 생동감이란건 캐릭터의 욕망에 대한 책임감에서 깊게 드러나기 때문이죠. 자신의 꿈을 포기하면서도 타인을 위해 생을 바칠수있는 책임감 말입니다.
'비켜라, 이 무능한 것들아.'라는 소년만화에도 나오면 욕먹을 대사는 물론이고, 서프라이즈에서나 볼법한 외국인 배우들의 연기도 볼품없습니다. 제작비는 그래픽을 구현하는 것에만 다 쓴것인지, <남매의 집>으로 미장센 영화제 대상에 빛나는 조성희 감독이 발휘한 천재성은 어디에서 발휘되는것지 모르겠습니다. 히치콕 감독의 영화를 본적은 없지만 좋은 영화의 필수조건 세가지로 꼽은것은 '스토리, 스토리, 스토리'입니다. 그것은 시대가 아무리 지나도 불변합니다. <반지의 제왕>시리즈가 훗날 보기에 허접한 그래픽이어도, 21세기 최고의 영화로 기억될수 있는 이유는 스토리 때문입니다. 원작 자체도 뛰어나지만 시나리오화 할때 각본의 연출실력도 빼어난것이기 때문입니다.
온갖 영화를 짜깁기 한것 같다는 리뷰들이 보입니다. '과하다'라는게 너무 많은걸 담으려했다는 겁니다. 어쩌면 이 작품이 조성희 감독에겐 영화사에 있어 분수령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전작 <탐정 홍길동>의 스토리 역시 주제가 선명하진 않았으나, 세계관의 독창성이 꽤나 매력적인 작품이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단편영화 <남매의 집>은 매우 난해하고 개성이 강하였습니다. 그랬던 감독이 어느게 개성인지 모를만큼 주제가 산만한 영화를 만들어 내었습니다. 어쩌면 정말 천재감독으로 거듭나기위한 성장통일지 모르겠고, 어쩌면 그저 겉모습에만 치중하는 '가짜 천재'의 한계가 드러나는것일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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