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9월23일) 추분(秋分)이었다.
절기의 설명으로는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고, 벌레들은 울음을 멈추고 땅속으로 숨고, 물이 마르기 시작하며, 태풍이 부는 때’라고 한다.
하지만 한여름 때 요란스럽고 서럽게 울던 매미들은 한낮에도 울지 않고 어디론가 사라지고, 요즘은 야밤에 귀뚜라미가 매미 대신해 서러움에 복받쳐 울음을 합창으로 터뜨린다. 단순히 짝을 부르는 소리일 뿐 아니라 곧 사라져야 하는 운명에 울음으로 유서를 쓰고 있는 듯하다.
야심한 밤에 귀뚜라미의 시린 울음을 들으니 갑자기 안도현의 시가 생각이 난다.
‘함부로 연탄재를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누구에게가 아니라 나 자신에조차도 나는 뜨거운 사람이 아니었단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나 자신에조차 진심으로 뜨겁게 불타지 않았다는 것을, 그런 적이 거의 없었음에 자괴감이 든다.
매미나 귀뚜라미 같은 작은 생명조차도 마음을 다해 울고 뜨겁게 노래를 부르는데
나는 그렇지 못하다. 9월도 거의 다 지나가는데 이루어 놓은 건 없고 그저 마음만 바쁘다. 인생의 24절기 중에 가을 추분 절기에 접어든 나는 아직도 사춘기 고민에서 한 발짝도 앞으로 옮기지 못했다. 인생에서 기쁨과 슬픔, 빛과 어둠의 길이가 같을 순 없겠지만 기쁜 것은 기쁨대로, 슬픈 것은 슬픔대로, 빛도 어둠도 그대로 내게 의미를 지니어 버릴 게 없다. 어차피 이번 생은 망했음이라고 자위하곤 했지만 그래도 무언가 한가지는 흥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태어났을 때보다 죽을 때가 더 성숙한 영혼이었으면 좋겠다는 한 가지 희망 말이다.
(자유)
풍수 지리설이 시대가 바뀜에 따라 바뀌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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