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수많은 장면들 중에서도 이 장면이 나온 (단행본 21권 무렵일 듯) 부분을 항상 자주 다시 보곤 합니다.
뭔가 별거 아닌 장면 같지만-
베지터를 겨우 물리치고 드래곤볼은 신/피콜로가 죽어 사라진 상황, 과연 그 다음 이야기를 어찌 이어갈 것인가-
그런데 크리링이 이전에 보여주던 모습과는 다르게 정말 비장미가 느껴지면서도 대단한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장면이지요.
다들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엄청난 혈투 끝에 Z전사 대부분은 죽고 오공을 비롯한 나머지는 너덜너덜해진
참혹한 상황을 묘사한 작화력도 일품이고...
피콜로 대마왕을 처음에 무찔렀을 때 조차도 초신수 먹어가며 겨우겨우 승리하여 감격의 눈물을 흘린 오공이었는데, 그렇게
나름 해피엔딩이었는데,
천하제일무도회에서 다시 만났을 때는 Z전사들은 심지어 죽지도 않았고...오히려 피콜로조차 개심하게 만드는 계기를
보여주고...그랬는데,
진짜 사이어인편은 내퍼 베지터 단 2명한테 탈탈 털리고 드래곤볼마저 없어진 절망적 상황으로 끝난...아마 가장 우울하고
다크한 분위기의 스토리 아니었나 싶습니다. 베지터 정말 극한의 끝을 보여줬어요. 아마 주인공 일행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확실하게
이기지 못한 숙적 아니었나 싶습니다. (4배계왕권-야지로베 꼬리절단-원기옥 격추-오반 괴물원숭이
라는 거의 모든 카드를 총동원해서야 베지터를 겨우 물리친거였죠.)
저는 심지어 베지터가 회복해서 최종보스로 다시 돌아와 만난 뒤 오공이 결국 쓰러뜨리는-그런 이야기로 가나 싶었어요.
근데 크리링의 저 아이디어가 결국 나메크성 여행이라는 우주적 무대로 연결이 되고, 드래곤볼 사상 최고의 인기를 누린
프리저 편으로 이어지게 될 줄 상상도 못했죠. 그리고 드래곤볼이라는 만화 자체가 어떤 대단한 반전보다 액션과 개그가 많아
저렇게 진지한 대화 장면이 그리 많지 않기도 하고. (그것도 부르마 같은 캐릭터가 크리링에게 저렇게 진지한 질문을 하고
진지하게 답하는 크리링의 장면. 정말 크리링이 천진반보다 인기가 많을 수 밖에 없는 지구인 Z전사구나 싶습니다.
천진반vs크리링 지구최강자 논쟁이 많은데 전 단연코 크리링의 편입니다. 아무리 천진반보다 숏다리로 그려지곤 해도
순수 지구인으로서 부르마와 유이하게 그 먼 나메크성까지 갔다왔다는건...크리링 정말 대단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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