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랜드 파트너 스폰서 입니다.
1일1번 랜덤포인트를 지급해드리며
희박한 확률로 황금오징어 30일기간제
계급아이콘 획득이 가능합니다.
오징어랜드  [문의]

앱코 쿠팡특가 코인육수 탑툰 녹스무광고 준비중

   
[음식]

무더운 여름에 생각나는 잔치국수, 눈물이 납니다

[댓글수 (1)]
상숙달림이 2022-06-26 (일) 21:15 조회 : 1890 추천 : 18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이제 겨우 6월을 지나고 있을 뿐인데, 도시는 이미 화가 날 대로 난 모습을 하고 이글거린다. 6월의 날씨라고 하기엔 상식의 수준을 넘어선 지도 오래고. 살고 있는 이곳 대구가 다른 도시에서 느껴지는 열기와는 비교하기 힘들 만큼 더위에 특화돼 있다고는 하나, 매년 다가오는 습한 기운의 더위는 한더위가 오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데도 미리 진을 빼기에 충분하다.

그동안에 쌓인 경험치로 인해 다가올 더위를 예측하는 일은 사실 공포에 가까운 수준이다. 혹자는 '에이, 뭐 그렇게까지!'라고 비웃을지도 모르겠으나 여름이 이어지는 한 며칠 이곳을 생활 기반으로 삼는 모험을 해 본다면, 그런 말은 '쑥~' 입 안으로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그나마 짙어진 초록의 나뭇잎들이 보여주는 청량함과 가끔 그들을 흔들고 가는 고마운 새벽의 바람 한 줄기라도 없었으면 어쩔까 싶다.

이렇게 다시 더위가 시작되면 어김없이 나는 입맛을 잃어버리곤 한다. 더위에 입맛이 도는 사람이 세상 어디 있겠냐 싶지마는 그중에서도 나는 조금 더 심한 축에 속한다. 남들은 더위를 이기기 위해 보양식이라도 챙겨 먹어가며 더위와 맞설 준비를 하지만 그마저도 귀찮거나 의미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 그저 찬 물에 밥 한술 말아, 풋고추에 된장을 찍어 억지로 넘기는 게 다반사다. 요즘도 이럴 지경이니 가뜩이나 입이 짧고 병약했던 어린 시절은 말하지 않아도 여름이면 먹는 것과의 전쟁이었음이 분명하지 않았을까.

모시적삼에서 시작되는 여름
이곳에서 오래 살아온 토박이로서 느끼는 체감 더위는 어린 시절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어린 시절엔 에어컨은 고사하고 선풍기조차 제대로 있는 집이 드물었다. 더위를 식혀준다는 냉감의 원단으로 지어진 옷 같은 건 꿈도 못 꾸는 시절이었다. 그저 더위가 다가오면 더위를 안고, 또 반대로 추위가 다가오면 추위를 견뎌내며 매일을 보낼 뿐이었다.


가난한 이들에게는 추위보다는 더위가 좀 더 낫다고들 하지만, 그것도 지역 나름 아닐까 싶다. 이글거리는 한낮의 태양이 분지를 한껏 달궈서 가둬버리는 이곳의 더위는, 한밤이 되어도 빠져나갈 곳을 찾지 못하고 고스란히 남아 있곤 한다. 그래서 언제나 도시는 찜통더위란 바로 이런 것이란 걸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매일 사람들을 끓는 가마솥으로 몰아넣곤 했었다. 사정이 이러니 애초에 입맛이란 게 살아날 리 만무하지 않은가.

하지만 내 엄마에겐 '사람은 먹는 힘으로 산다'라는 굳센 믿음이 있었다. 돌아가시기 두 해 전부터 마지막을 예감이라도 한 듯, 모든 음식이 쓰다며 먹을 것을 물리기 직전까지 엄마는 도대체 입맛이 없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진심 궁금해 하셨다. 세상은 넓고 맛있는 것은 너무나 많기에 세상 끝나는 날까지 열심히 먹으면서 살아야 한다는 신념 아닌 신념을 가지고 계신 분이기도 했고. 하여 아무리 가혹한 여름이라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우물물을 길어 올려 등목을 몇 번이고 하게 되거나, 엄마가 서랍장 깊숙이 넣어 두었던 모시 적삼을 꺼내 입기 시작하는 것으로부터 우리의 진짜 여름은 시작된다. 여름을 이겨낸다거나 맞서 싸우기보다는 순응하는 것이 더욱 현명한 일이라는 걸 일찌감치 간파한 엄마에게 여름 메뉴는 몇 가지로 간추려져 있었다.

끼니는 그저 때우고 지나가기만 해도 고맙고 충분한 시절을 살면서도 먹거리를 절대 허투루 장만하지 않았던 엄마였다. 여름을 슬기롭게 받아들이면서도 최대한 훌훌 잘 넘어갈 수 있는 음식으로 


'잔치국수'와 '상추 쌈밥',

 '오이 미역 냉국'

을 정해 놓고 번갈아 가며 이 음식들을 상에 올리곤 하셨다.

"엄마, 점심에 또 건진국수(잔치국수)가? 나는 이제 이거 못 묵겠다. 국물에서 멸치 비린내 난다."
"아이고 야이야, 여름에는 이만한기 없다, 국물이 싫으마는 국수만 건지무라(건져 먹어라). 김치 볶았는 거 하고 해가... 훌훌 넘기라."


엄마가 잔치국수 만드는 법
잔치국수는 우리 지역에선 건진 국수(사실 오리지널은 콩가루가 섞인 칼국수 면으로 만든다)라 불리기도 한다. 서민음식의 대표주자라고만 알았던, 그래서 왠지 먹고 있으면 가난한 가족의 자화상을 들여다보는 것 같아 꺼리게 됐던 음식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국수가 실은 혼례를 치르고 잔치를 하게 되는 날 사람들을 귀히 대접하던 음식이어서 '잔치국수'라고 불린다는 건 고등학교 무렵에나 알게 됐다.

계란지단과 볶은 호박과 버섯, 그리고 가늘고 예쁘게 썬 오이 채에 화룡점정으로 구운 김가루까지 고명으로 올린 그야말로 잔치에 걸맞은 '고급진' 잔치국수와는 달리, 엄마의 잔치국수는 사실 없던 식욕을 불러올 만큼 그다지 볼품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엄마식 잔치국수는 양은솥에서 삶아 찬물에 헹궈 건져진 국수를 붉은 플라스틱 소쿠리에 산더미처럼 쌓아 놓는 것이 첫 스텝이다. 시장 얼음집에서 사 온 큰 얼음이 띄워진 대야에서 식힌 진한 멸치 육수와 더워진 날씨에 급격히 신 막김치와 둥근 호박을 들기름에 볶아서 고명으로 준비하면 이 성찬의 차림은 완성된다.

스테인리스 냉면 그릇마다 국수를 투박한 손으로 일인분씩 돌돌 말아 담은 다음 차가워진 육수를 붓고 세상 간단한 고명을 올리면 한 끼의 식사가 마련되는 거다. 아, 물론 숙성된 집 간장에 매운 고추를 썰어 넣고 고춧가루, 참기름, 그리고 마늘과 통깨를 듬뿍 넣어 만든 양념장도 빠지면 섭섭하다.

가끔 재수가 좋은 날이면 향이 좋은 오이나 무짠지를 썰어 올린 국수도 맛볼 수 있었다. 이렇게 간단한 한 끼의 식사를 위해 엄마가 흘린 땀의 무게를 그때는 알지 못했다. 극한의 더위에 불 앞에서 국수를 삶고 고명을 볶느라 벌게진 엄마의 얼굴과, 국수를 삶을 때마다 몇 개씩 더 솟아나는 쓰라린 땀띠들을 왜 나는 눈치조차 채지 못했을까. 그저 진한 멸치 국물의 비린내가 싫다고 투정을 부리고, 매일 국수만 먹는다고 아우성을 했던 철 없던 나를 깨끗이 지워버릴 수는 없을까.

어쩌면 엄마의 '잔치국수'는 매일이 '잔치' 같기를 바라며 마련했던 성스러운 의식 같은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쌀은 귀하고 그나마 국수는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기에 당신과 삼 남매가 굶지 않고 여름을 지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하셨을지도. 혹은 입이 짧아 여름이면 더욱 눈이 퀭~해지는 자식들을 위한 당신만의 음식 처방이었을 수도 있겠다. 그게 무엇이든 당신의 '잔치국수'는 옳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여전히 차게 식힌 진한 멸치 육수는 기호에 맞지 않지만, 여름이면 소면을 삶아 건져 낸 다음 따뜻한 멸치 육수를 부어 먹음직하게 담아낸 '잔치국수'를 자주 해 먹게 된다. 엄마의 소박했던 고명과는 달리 버섯에, 계란지단에, 오이는 물론이고 가끔은 소고기까지 볶아서 맛은 물론, 제대로 멋까지 낸 '잔치국수'인데, 신기하게도 어린 시절의 나처럼 아이도 이 '잔치국수'는 비리다며, 기왕 국수를 해 줄 거면 칼국수를 해달라는 말로 음식 취향을 드러내곤 한다.

'잔치'는 없어도 하루가 멀다 하고 '잔치국수'를 마련하며 당신이 기원했을 '여름의 무사안녕'을 잊지 못하고 여름이 시작되자마자 소면을 사다 쟁여 놓고, 한 찜통씩 멸치 육수를 끓여 냉동실에 얼리는 나는 어김없이 엄마 딸이다.

이렇게 다시 여름이 왔고, 없던 식욕까지 돌게 하며 후루룩후루룩 국수를 맛있게도 넘기던 당신을 위해 할 수만 있다면 그 여름날들의 건진 국수보다 업그레이드된 '잔치국수' 한 그릇, 자랑하며 대접하고 싶다. 그러나 당신은 가 닿을 수 없는 곳에 멀리 계시고, 추억은 이토록 자꾸 선명해지니 이 노릇을 어찌해야 할까.

덧붙이는 글 |  기자의 개인 브런치에도 함께 게재됩니다.


댓글 1댓글쓰기
고옴돌아빠 2022-06-29 (수) 09:17
😀
추천 0
이미지
0 / 1000
   

자유게시판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조회
 [공지] 🎁 자유게시판 이벤트 안내 🎁 (장패드,계급장,이모티콘 지급) (130) 이미지 eToLAND 06-02 68
 [사진] [필독] 자유게시판 이용안내 및 게시물 삭제 안내 eToLAND 09-13 21
49408  [자유] 우영우 14화 선공개 한바다즈의 우당탕탕 팀 가르기! (7) 행복한미소 11:36 8 420
49407  [자유] 인맥이나 사람은 많이 알아 두는게 좋네요 (1) 조청 11:20 8 393
49406  [자유] 어제 친구네 애기 처음 봤는데 진짜 천사구나 싶더라구요 (7) 211021금연중 11:10 9 508
49405  [질문] 익명으로 글쓰면 욕해도 되나요? (18) 휴일없는공돌… 11:08 11 880
49404  [뉴스] 무호적 독립영웅 156인...완전한 대한국인 등록 이미지 친절한석이 11:07 6 161
49403  [자유] 프랜차이즈 치킨과 당당치킨 가격차 (6) NoJap 10:51 8 443
49402  [자유] 비가 그치니까 이제 모기가 난리네요. (2) 익명 10:45 7 216
49401  [자유] 스쿠터 계약한게 한달이 지나도 안오네요 (6) 이미지 마춤법파괘자 10:41 10 419
49400  [자유] 제습기 없이 방안 제습 조절 할 방법이 있을까요? (27) 소율 10:39 11 1556
49399  [자유] 슬슬 올라오는군요.. (5) 익명 10:29 8 385
49398  [자유] 바퀴벌레엔 역시 맥스포스네요 (6) 할린퀸젤 10:27 7 426
49397  [자유] 내년 4인가족 중위소득이 540만원이라는데.. (7) 이미지 Gasm 10:09 8 797
49396  [자유] 좋은 하루 보내세요~^.^ 꿀대표 10:03 9 53
49395  [자유] 시화(詩畵) 숨은 눈물 흔들던 바람은 자고 - 김형술.jpg 이미지 77빙고 10:02 8 61
49394  [자유] 부산 해동용궁사드아아아아 (6) 이미지 곰의충격 10:02 10 420
49393  [자유] 펜션한번 도와주세요 (2) 익명 09:54 8 348
49392  [고민] 이번 폭우로 침수차 매물 많을거 같은데 간단 확인 방법 (12) 익명 09:29 12 2172
49391  [자유] 왜 현관문은 밖으로만 열리게 해놨을까? (32) 다임스레온 09:22 12 2727
49390  [질문] 관절에 좋은 영양제 뭐가있을까요? (17) 좋나좋군 08:57 13 603
49389  [자유] 홈플에서 삼겹살 세일 하네요 (32) 이미지 붉은언덕 08:57 13 2275
49388  [자유] 닭볶음탕 (4) EMEM 08:45 9 243
49387  [자유] 늘 피곤... 유랑천하 08:29 9 116
49386  [반려동물] [필리핀] 미키 아기냥 (3) 이미지 필농군 08:25 15 402
49385  [자유] 8/11 오늘의 띠별 운세 (8) 오늘첨 08:14 11 280
49384  [캠핑] (도움) 릴렉스 롱체어 + 우드롤테이블 구입하고 싶은데 조언좀 부탁드립니다. (1) 졸라졸라 08:10 9 167
49383  [질문] 사파리 브라우저 뒤로가기 후 위치 (2) 익명 07:57 9 197
49382  [자유] 주차장 침수돼 차 꺼내놨더니 4만원 위반 딱지 (15) 이미지 딸기한개 07:57 27 3810
49381  [자유] 헬로윈 최고의 명곡 이미지 What더 07:51 11 308
49380  [부동산] 전국 아파트 매매 / 전세 실거래가 입니다.(08/11) dataman 07:06 13 190
49379  [자유] 옛날 옛날에 박영규 지석진 박명수가 (3) 으캬캬캬 06:16 11 611
49378  [자유] 농업에 관한 가장 어이없는 착각 (이주량 박사, 남재작 소장) (3) 이미지 II놀자II 06:06 9 508
49377  [자유] 오늘 아침 메뉴 [자필] 도깨비 05:21 9 143
49376  [자유] 뉴스 보다 이상한 점 발견 (13) NoJap 05:21 25 3038
49375  [부동산] 8월11일 아파트 실거래 (전체741건 신고가75건) 이미지 실거래분석가 05:06 10 155
49374  [자유] 수해 다시 시작 (6) 이미지 불에다피타 04:40 19 4968
49373  [자유] 매운 치킨 Gecko 04:27 10 261
49372  [자유] 현 영통시내 (4) 이미지 노역광 04:15 15 2493
49371  [자유] 뉴진스 보니 르세라핌 새멤버 필요해 보임. (6) 꿈꾸는순수 04:09 17 2614
49370  [자유] 중고거래했는데 택배가 움직일생각을안하네요 (1) 비천주 03:56 8 277
49369  [키덜트] 레고 10305 사자기사의 성 완성(간단리뷰) ☆☆☆☆☆ (1) 이미지 검은사막위치 03:39 15 1144
49368  [자유] 중부지방 사시는 분들 조심하세요 (1) 이미지 은설빈 02:54 15 2107
49367  [자유] 골때리는 그녀들에 홍자 나오는거 보면서 드는 생각. (20) 이미지 차단 02:11 31 3497
49366  [자유] 위례호수공원 뜻밖의 조기완공 (2) 이미지 해류뭄해리 01:53 13 648
49365  [자유] 우영우에 나오는 강태오씨를 보면.. (6) 이미지 해장라면 01:31 12 1961
49364  [운동] 20220809~0810 유지어터의 공트&스트릿 워크아웃 이미지 존슨씨 01:21 9 96
49363  [자유] 금 좀 샀는데 시기를 잘못 찍은 듯 (4) 똥혀니 01:16 11 647
49362  [뉴스] 119 신고했더니 “경찰 부르세요”.news (7) 이미지 미친강아지 01:15 9 694
49361  [자유] 스타벅스에서 직원 스케쥴을 고정하지 않고 매주마다 바꾸는 이유가 뭘까요? [썰] (8) 김병연 01:02 9 502
49360  [뉴스] 충청권서 물폭탄 쏟은 비구름 다시 서울로 북상... 이미지 PzGren 01:01 11 664
49359  [자유] 치킨 담배 튀김 업주 결국 폐업 결정 (24) 이미지 딸기한개 00:51 22 3303
처음  1  2  3  4  5  6  7  8  9  10  다음
동물
키덜트
컴퓨터
음식
주식
고민
게임
코스프레
인플
M게임
시사
사회
베스트
유머
자유
감상평
캠핑
자동차
연예인
상담실
[보험] 암보험 2가지 설계받았는데 조언부탁드려요 (2) [중고차] 베뉴 모던, 플럭스 등급 문의드립니다! (2) [컴퓨터] 주식용 컴 [리조트] 대명리조트 소노호텔&리조트 7월 17일~ 23일 까지 확보분 정리 (1) [휴대폰] Z플립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