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할머니 장례식을 끝내자마자 친척들한테 폭행당해 경찰에 고소하고 왔습니다.
저희 친가는 진짜 개판오분전 이라는 말이 아까울 정도로 엉망입니다.
아버지가 막내이고 위로는 나이차이가 꽤 있는 고모가 둘 있습니다.
어디를 내놔도 인터넷상 진상 김여사를 뛰어넘는 사람들입니다.
어릴 때부터 고모들이 어머니 괴롭히는걸 너무 많이 보고 자란터라 제가 성인이 된 이후로는 몇년에 한 번 볼 정도로 교류를 안했죠.
할머니 건강이 나빠진 이후로는 가족모임이 없으니 볼 일도 거의 없었습니다.
아버지만 할머니 때문에 1년에 몇 번 정도 따로 보셨습니다.
저도 고모들이 싫었기에 아버지께는 가급적이면 고모들 안마주치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었습니다.
뭐 대략적인 집안사정은 이 모양이고...
때는 어제, 할머니 유골을 납골당에 안치하고 주차장으로 나오는 길이었습니다.
상주였던 아버지께서 할머니 영정사진을 가져가겠다 얘기하고 가려는데 고모들과 고모부들이 삼우제는 어떻게 할거냐는겁니다.
아버지께서는 "요즘은 삼우제 같은건 안하는 추세라고 듣기도 했고, 회사 출근도 해야하니 일단 내일 회사가서 상황보고 말씀드리겠다" 라고 하니
다짜고자 "회사가 뭐가 중요하냐 제사가 우선이지" 라며 "무조건 와"라고 했습니다.
(고모, 고모부 모두 이미 은퇴한 나이, 아버지는 아직 직장을 다니십니다)
아버지도 이번엔 화가 나셔서 에이씨 하시고는 무시하시고 저와 동생에게 집에 가자 라고 말씀하시며 차량으로 왔습니다.
차에서 옷을 갈아입고 대여한 상복은 동생이 반납하러 가는 사이, 아버지와 저는 담배를 태우러 잠시 흡연구역으로 갔습니다.
(제가 서른 넘은 뒤로는 아버지께서 불편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앞에서 담배 피워라 라고 하셔서 허락하에 같이 담배를 태웁니다. 종종 아버지 술 상대를 해드리다보니 아버지도 그냥 편하게 생각하라고 하셨구요.)
그러고 있는 와중 저 멀리서 큰소리가 들렸습니다.
들어보니 고모들이 상복 반납하러 간 동생한테 어딜 어른들한테 인사도 안하고 가냐+저새끼는 뭔데 지 아빠랑 맞담배를 피우냐 당장 오라해라라는 내용이네요.
(대놓고 보이는 곳도 아닙니다. 구석진 흡연구역이라 남들한테 보이지도 않구요.)
평소에 고모들한테 항상 다 양보하고 져주시는 분인데 이번엔 화가 제대로 나셨고, 그냥 차 타고 출발하자 셔서 동생이 운전하는 차에 탔고 주차장을 나서려는 찰나...ㅋㅋㅋ
고모+사촌형이 차를 좌우로 막더니 창문을 주먹으로 쾅쾅 내려치면서 당장 내리라네요.
(사촌형이라고 해도 저보다 15살이상 많습니다.
어릴때 이후로 교류가 없어서 근 20년만에 만난사이입니다. 전혀 친하지도 않구요)
아버지가 문 잠그고 그냥 가라셨는데 이건 제가 못참겠다 싶어서 조수석 문을 열고 내렸습니다.
사촌형이 제 멱살 잡더니 넌 뭐하는 새끼냐 하고 소리를 지르더군요.
저도 이미 듣고 본게 너무 많은 상황이라 "뭔데요" 라고 말을 하자마자 얼굴에 주먹이 날아왔습니다.
차에서 내리다말고 얼굴을 세 네대 맞고 목을 졸리며 차에 머리를 부딪혔습니다.
아버지도 바로 따라 내리셨는데 그쪽은 고모랑 고모부들이 달려들더라구요.
저야 아직 젊은 터라 맞고 부딪힌게 전혀 아프진 않아서 사촌형을 뿌리치고 아버지 앞부터 막아야 했습니다.
그와중에 고모하나는 와서 제 뺨을 몇대 때리고 뒷통수를 계속 때리더군요.
아팠으면 당황해서 반격을 했을텐데 아프진 않다보니 오히려 더 정신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운전석에 아직 있던 동생한테 경찰 부르라했죠.
그러니 경찰 불러봐 불러봐 이런 소리를 하더니 정작 진짜 112에 전화하니 황급하게 떨어져서 욕을 하더니 곧장 차를 타고 다섯 가족이 빠져나가는겁니다. (고모1가족, 고모2가족, 사촌형1가족, 사촌형2가족, 사촌누나가족)
정작 맞은건 나였는데 112전화 한번에 주차장에는 아버지, 본인, 동생만 남았습니다.
몇분 지나지 않아 경찰관 두분이 도착하셨고 상황을 물어보셨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친척들끼리 다툼이 조금 있었는데 해결됐다. 죄송하시만 그냥 가셔도 될 것 같다. 하셨지만 저는 억울하더라구요.
이제부터 안볼 사이인데 엮이고 싶지도 보고싶지도 않으니 그냥 넘기자고 하시는데 저는 그건 아닌 것 같아 아버지께 말씀드렸습니다.
이거 이대로 끝내면 우리가족만 나쁜게 되고, 사과도 못받으니 바보되는거다. 그러니까 접수하고 나중에 사과 받으면 취하를 하던 합의를 하던 할테니 접수하겠다. 반대로 내가 한대라도 반격했으면 그쪽은 무조건 폭행으로 고소했을거다 말씀드리니 알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정리가 되고나서 진술서 작성하고 정식으로 사건 접수하고 동생이 집까지 데려다줬습니다.
(저만 나와사는 중)
집에 오면서 생각해보니 이렇게 몇분만에 정리될 지긋지긋한 친척이라는 관계가 뭐가 그리 중요했나 싶습니다.
대단한 집안도 아니고 개판이라는 말이 아까울 정도인 집안에서 뭐가 잘났다고 30년 넘는 시간을 친가라고 하면 치를 떨면서 참아왔는지 참...
집앞에 오니 어머니가 전화를 하셨더라구요. (어머니는 고모들한테 20년 넘게 당하셔서 10년 전부터는 행사에 아예 참석 안하십니다.)
3일간 고생 많았다, 별일 없었지? 고모들이 엄마욕 했어? 이런거 물어보시더라구요.
차마 어머니한테는 나 맞았어 라는 말은 하면 안될 것 같아 미리 동생한테도 어머니한테 비밀로 하라했습니다.
대신에 엄마 우리 이제 그 인간들 안보고 살아도 된다고. 아버지도 이제 그쪽이랑 연 끊기로 했으니까 걱정말라고.
말씀드리고 나니 어머니가 너무 좋아하시네요. 이 쉬운걸 왜 진작 못했을까요.
30대 중반인 저도 어릴때부터 친가쪽 친척들 하면 떠오르는건 전부 나쁜 기억들 밖에 없더라구요.
어릴때 친구들은 설날이라고 하면 다 세벳돈 받아서 좋을거라고 얘기했는데 저와 동생은 항상 고모들이 뒤에서 어머니 구박하는걸 걱정해서 좋은 기억도 감정도 없습니다.
할머니댁에 모였을때가 그렇게 불편하고 싫을 수가 없더라구요.
할머니 한분 돌아가시니 이렇게 쉽게 끊어질 연이 뭐가 그리 대단하고 중요한거였나 싶습니다.
한 세기나 장수하신 할머니가 정말 조금은 원망스럽네요.
담배는...
물론 아버지와 같이 담배를 피운건 저도 잘한거 하나 없긴 합니다만, 이미 수년전에 아버지가 먼저 편하게 피우라고 하셨고 저도 조심스럽게 피웁니다. 그게 친척들한테 맞을만한 일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훈계정도까지는 뭐 당연히 들을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폭행으로 접수한 건...
우선 현재로서는 그냥 취하해줄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경찰분들이 조사하고 연락주시겠지만 공공시설 주차장 한가운데에서 일어난 터라 CCTV나 증거는 충분할테고요.
오히려 어디 멍들고 찢어졌으면 했는데 몸이 너무 튼튼하네요...ㅋㅋㅋ
30년 넘게 고통받은 우리가족들 생각하면 더더욱 그냥 넘어가진 않을겁니다.
뭐 처벌이 크지도 않을거고 해봐야 벌금정도겠지만 본인들이 잘못했다고 속으로라도 알아야겠죠.
장례식장 선택도, 상주인 우리가족은 믿지도 않는 기독교장으로 하는것도, 장례식 정산도 전부 다 고모들한테 양보한 아버지도 식만 끝나면 앞으로 안본다고 조금만 참으라고 하셨었는데 제가 쐐기를 박았나 싶습니다.
근데 아쉬운건 처음 본 사촌조카들?(어린꼬맹이들부터 대학생) 앞에서 맞기만 한건 좀 창피하네요.
그래도 지들 아빠랑 할머니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줬으니 된건가 싶기도 한데ㅋㅋㅋㅋ
별 시덥잖은 글이지만 읽어주셨다면 감사드리며, 혹시나 후기가 궁금하신 분이 있으시면 나중에 사건 진행상황 공유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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