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학교 졸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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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에 아들 녀석 중학교 졸업식이 있었습니다.

신기하게 미국은 초등학교나 중학교 졸업식엔 graduation이란 말을 잘 안 쓰더군요. 여기 조지아만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넘어갈 때는 Transition day 라고만 하더니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넘어갈 때는 Honors ceremony라고만 하는 군요.

고등학교 졸업하거나 대학교를 졸업할 때는 확실히 Graduation 이라는 말을 쓰긴 합니다.

행사 자체는 한국의 졸업식이랑 대동소이합니다만 이번 학기를 마지막으로 다니던 중학교가 신축을 하게되어서 이미 학교 체육관에 공사가 시작된지라 근처 고등학교 공연장을 빌려서 하다보니 평소보다 좀 어수선한 분위기였네요.

학생들을 위와 아래로 나누어 앉히긴 했는데 이건 단순히 공간이 부족해서이구요. 졸업생 전체를 ABC 순서대로 앉힌 것 뿐이랍니다. 관객석엔 부모님들이 앉아 있었죠. 복장보시면... 정말 자유로운 영혼들입니다. ^^ 그냥 티셔츠에 샌달 끌고 온 애부터, 완벽한 정장이나, 반짝이 드레스 입고 온 애들까지 다양합니다.

장소가 협소해서 인지 위 팜플렛에 적힌 학과별 우수상이나 협동상등등은 그냥 이름을 호명하면 제자리에서 일어나는 걸로 갈음했습니다.  저기 뒤에 얼굴 돌린 갈색 머리 여자애 뒤에 반쯤 가려보이는 녀석이 제 아들입니다. ^^;; 이번 학년엔 전체 통틀어서 아시안 및 한국사람이 달랑 2명이었습니다.

어두운 곳에서 폰카로 대충 찍었더니 사진 화질이 처참하네요... ㅠ.ㅜ 

행사 맨 마지막엔 한 명씩 교장선생님과 악수하면서 폴더를 받았는데 폴더 안에 그동안 호명된 상장들이 다 들어 있었습니다.

아들녀석은 졸업장 제외하곤 총 7개의 상장을 받았네요.

졸업식 후엔 아들 친구네 집에 가서 조촐하게 파티를 했습니다. 애들은 마당에서 뛰어 놀았구요. 어른들은 집에서 만든 피자와 저희가 싸간 김밥과, 배달시킨 윙등을 먹으면서 서로 골치덩어리들 중학교 뒷바라지 하느라 고생했다고 공치사를 하면서 담소를 즐겼네요.

전에도 한번 이야기한듯 싶은데 여기가 비록 대학 도시라 리버럴한 편이라곤 하긴 하지만 그대로 미국 남부라서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같이 노는 친구들 중엔 순수한 미국 남부애들은 없더군요.

사진상에 보이는 애들이 맨날 어울리는 Nerd 그룹인데 한 명은 아빠는 스위스인에 엄마는 이탈리아인, 여자애 하나는 흑인 + 백인 혼혈인데 멕시코에서 태어났고, 창백한 여자애는 LA가 고향인데 엄마는 덴마크 사람이고, 다른 남자애 하나는 아빠는 미국인인데 엄마는 체코인이고, 또 다른 애는 아빠는 벨기에 사람인데 엄마는 알바니아 사람이네요. 결국 부모의 국적이 같은 집은 저희집밖에 없는? ^^;

같이 밥 먹고 수다 떨다보면 아무래도 영어를 써야 하는데 이게 영어가 네이티브 랭귀지가 아닌 사람이 많다보니 영어가 서툰 저도 별 문제 없이 이야기를 할 수가 있더라구요. 다들 브로큰 잉글리쉬에 익숙하다는 게 참... ^^; 영어 다음으론, 프랑스어를 가장 많이 쓰는 것 같더군요.

졸업식하곤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이렇게 다국적인 사람들이 미국땅에서 같이 밥 먹는다는 게 참 재밌더군요.

근데 사람 사는 건 다 똑같은듯 싶어요.

애들이 졸업앨범에 서로 서명한걸 보고는 요즘 애들 너무 손글씨 못 쓴다는 이야기가 나와서 서로 동감하다가 한 분이 "여기 있는 사람들은 다들 연필로 인한 굳은 살이 박혀있네요" 하니까 오... 그렇네 하고 있는데 다른 한 분이 그거 나이들었다는 증거라고... 요즘 젊은 애들은 그런거 안 생긴다고 해서 다들 박장대소 했네요.

그거 말고 또 공통점있나? 하고 이야기 하다가 다들 결핵 주사 맞지 않았냐면서 어깨 보여주는데 다 있는데 벨기에 사람만 없더라구요. 그래서 벨기에는 공중보건에 너무 신경 안쓰는 거 아니야? 하면서 웃었구요.

유부남들의 처지는 만국공통으로 다 똑같은 게 엄마들 셋이서 어떤 화제로 논쟁이 붙자 스위스인 남자가 "이런 부인들끼리 논쟁할 땐 절대 끼어들면 안된다" 고 해서 또 다들 웃었구요. 체코인 엄마가 그 전날 과식해서 오전에 자기 너무 살찐 것 같다고 남편에게 불평했더니 남편이 "It's not that bad" 라고 해서 버럭 화을 냈더니 "it is okay"라고 말을 고치더라면서 자기가 20년간 같이 살았는데 아직까지도 이런 식으로만 대꾸한다고 하니까 다들 그 남편분 너무 용감하다고 이야기하면서 또 웃었네요.

혼자 유학생활 하게 되면 보통 한인들하고만 어울리거나 기껏해서 같은 연구실 사람들하고만 어울리게 되는데 아이를 키우다보니 이렇게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는군요. 한인들이 많은 동네가 아닌데다가 근처 한인 교회에도 안 다니다보니 한인들 보다는 이렇게 외국인들하고 주로 어울리게 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