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와 관련된 논쟁들을 세밀하게 다뤄 화제를 낳았던 이창후는 2010년 『태권도현대사와 새로운 논쟁들』 개정판에서 태권도와 택견의 연관성을 거론했다. 그는 “태권도는 택견의 전통을 계승하면서 발전한 한국의 전통무술이다. 택견의 전통이 일제강점기를 거쳐서 현대의 태권도로 발전하면서 가라테의 영향을 일부 받기도 했지만 그것은 한국의 무예전통의 본질적인 측면에는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용복은 태권도와 택견의 허구적 연관성을 지적한다. 태권도의 과거 명칭이 택견, 수박이라는 하는 주장은 허구라는 것이다. 그는 “태권도는 택견의 전통을 계승하면서 발전한 한국의 전통무술”이라고 주장한 이창후의 논리는 “몰(沒) 사실적”이라고 비판한다.
그에 따르면, 태권도는 가라테를 한 사람들이 민족적 의식으로 택견을 지향하여 만든 것으로 가라테가 한국적인 것으로 변형된 것에 불과하다. 이용복은 “태권도의 기술 구조가 발차기 위주이고 택견도 발차기 무예니까 태권도와 택견이 동일하다는 이창후의 주장은 양쪽 모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며 이창후의 주장은 △태권도와 택견이 동일하다는 구체적인 물증을 제시하지 않아 설득력이 없다 △태권도에서 뚜렷하게 ‘택견적인 것’을 하나도 적시하지도 못하고 있다 △앞으로도 그런 물증을 제시할 수 없다는 등의 논리를 펴면서 “태권도의 택견 지향은 그 자체로도 완벽하지 못했으며 가탁을 하는 것도 성공적이지 못했다. 지향만 했지 실제로 택견을 도입을 하려는 노력이 투입되지 않았다”6)고 주장한다.
송형석은 태권도와 택견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일축한다. 그는 태권도와 택견이 발기술 중심의 특징은 매우 닮았지만 태권도와 택견 간에 기술적 교류나 인적 교류의 흔적은 극히 미미하고, 태권도가 타격중심의 발차기를 구사하는 반면 택견은 밀기나 걸기 위주의 발기술을 이용한다7)며 택견이 무술이기보다는 민속놀이에 가깝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가지는 문제점을 살펴보기로 한다. 오키나와테 수박 기원설은 한 마디로 고려의 수박이 오키
나와테의 기원, 즉 가라테의 기원이라는 주장이다. 그 근거로는 고려 삼별초가 오키나와로
이주했다는 설, 오키나와의 문화에서 한국 문화와 유사한 부분이 발견된다는 점, 가라테[唐手]
의 가라[唐]가 한국을 의미한다는 점 등이 거론된다(김영만, 김용범, 2011; 이창후, 2010).
오키나와는 전통적으로 중국과 조공무역을 기본으로, 동남아시아와 일본 등 주변 국가
사이에서 중개무역을 하던 해상 국가였다. 따라서 다양한 문화가 전파되는 창구 역할을 하
였을 가능성이 높다. 일련의 연구에서 보여주듯이 한국의 언어나 문화, 풍습 등도 오키나와
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한국 문화가 오키나와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이
고려 수박이 오키나와테의 기원이 된다는 주장을 직접적으로 뒷받침하는지는 회의적이다.
왜냐하면 김영만, 김용범(2011)이나 이창후(2010) 등에 의해서 제기된 오키나와테의 기원설
은 어디까지나 주변적이며, 간접적인, 그러면서 믿음에 기초한 해석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
이다.
무엇보다 이들 주장은 고려의 수박에 대한 피상적인 이해에 기반하고 있다. 삼별초가 수
박을 했는지, 했다면 그 수박은 어떤 형태를 가지고 있었는지를 모르는 상황에서 단선적으
로 수박을 오키나와테의 기원으로 보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역사적인
근거를 가지고 논한다면 수박에 대한 기록은 이미 고려 이전에 중국 측 사료에 먼저 등장한
다. 중국 문화가 한반도에 미친 영향을 생각한다면 오키나와테의 고려 수박 기원설만큼이나
고려 수박의 중국 기원설도 같은 정도로 취급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전통주의 태권도사
는 오키나와테에 대한 한국의 영향에만 초점을 맞출 뿐 고려의 수박에 대한 중국의 영향은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최복규, 2016b).
이창후(2010)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오키나와의 씨름 및 기타 민속 문화가 한국의 것들과
비슷하다는 점을 들어서 생각해 볼 때, 우리는 불가피하게 오키나와 무술에 포함된 앞차기,
옆차기, 돌려차기 등은 모두 한반도의 문화에서 전래된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지 않을 수
없다”13)고 하며, 암묵적으로 오키나와의 무술의 한국의 무술에 영향 하에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이 주장 역시 전형적인 유비추론의 오류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오키나와 씨름이나
민속 문화가 한국과 비슷하다는 것이 오키나와 무술에 포함된 앞차기, 옆차기, 돌려차기가
한국에서 전래되었다는 걸 입증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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