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등 전과 50여 범으로 야간시간 외출이 금지된 50대가 전자발찌를 찬 채 밤거리를 활보하다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경남 마산동부경찰서는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A씨(50대·무직)를 구속했다고 8일 밝혔다. 

야간 외출금지(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명령을 받은 A씨는 지난 1월 22일부터 3월 23일까지 두 달 동안 20차례 넘게 주거지에서 이탈했으며, 만취 상태로 마산회원구·합포구 일대를 거닐고 다닌 혐의를 받고 있다. 

심지어 이 과정에서 4차례에 걸쳐 무전취식을 하며 주변에 폐를 끼친 것으로 확인됐다. 

전과 51범인 A씨는 지난 2012년 2건의 성추행을 저질러 7년간 전자발찌를 부착하게 됐다. 또 2023년까지 0시부터 오전 6시 사이 외출도 제한됐다. 

애초 2017년까지 전자발찌를 착용하면 됐지만 갖가지 범죄를 저질러 실형으로 수감되면서 지금도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발에 차고 있다. 복역 기간은 전자발찌 착용 기간으로 적용되지 않아서다.  

출소 후 평소 경제 활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머물 곳이 마땅치 않다는 이유를 들어 거주지 신청도 제대로 안 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술에 취해 준수사항을 위반하는 일이 많아 A씨의 담당 보호관찰관이 알코올중독 치료를 위한 병원 입원을 권유했으나 이마저도 본인이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부터 발찌 충전을 제대로 안 하거나, 보호관찰관에게 욕설을 내뱉는 등 상습적으로 준수사항을 어겼다. 지난해 역시 10여 차례 준수사항을 위반해 담당 보호관찰관이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하기도 했다. 

여태껏 보호관찰소의 공식적인 수사 의뢰만 해도 13건으로 어림잡아 A씨는 100차례 이상 보호관찰 준수사항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대검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성폭력 사범 재범률은 평균 7.4%에 이른다. 전자발찌를 착용하고도 버젓이 성범죄를 저지르는 일이 꾸준히 반복되고 있다는 것.  

김진혁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전자발찌 착용이 성범죄자의 구역 이탈을 방지하면서 범죄 예방의 효과가 있는 건 맞다”며 “그러나 성범죄는 순간적인 충동을 못 이겨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재범 위험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일선 관리·감독 기관에서도 답답함을 토로했다. 

지난해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창원·김해·의령·함안 지역을 담당하는 창원보호관찰소 관찰관은 1명당 16.2명을 관리·감독한다. 영덕 보호관찰소(영덕·영양·울진)의 경우 1인당 4명을 담당하는 데 비하면 약 4배 넘는 수준이다. 

게다가 보호관찰관이 성범죄자에게 할 수 있는 조치는 미미하다. 기껏해야 위치추적시스템으로 현장을 확인한 뒤 술에 취한 성범죄자를 제지시키고, 주거지에 데려다주는 수준에 그친다. 때문에 보호관찰 대상인의 신병을 구금할 수 있는, 강제력을 가진 수사기관의 협조가 절실하다.

법무부 전자감독과 관계자는 “성범죄자 위치 추적은 전자발찌를 통해 실시간 확인이 가능한 만큼 검거에 큰 어려움이 없으니 즉시 검거하거나 수사에 돌입해야 한다”며 “다른 지역에 비해 마산지역 경찰 협조가 잘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산동부경찰서에서는 "(법무부에서) 협조가 안 된다는 말은 근거없는 주장에 불과하다"며 "정식 절차를 거쳐서 체포영장이 발부되자마자 당일 잡은 것"이라고 일축했다.  

마산동부서는 지난해 12월 법무부의 수사 의뢰를 받아 A씨에게 출석을 요구했다. 그러나 2~3회가량 A씨가 출석 요구를 미뤘고, 2월1일에서야 경찰서를 찾았다. 

하지만 이후에도 계속 위반사항이 적발되자 법무부는 지난달 25일 다시 수사를 의뢰했고, 이에 경찰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5일 A씨를 체포했다. 

이에 대해 마산동부서 관계자는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는 기준을 충족하는지 명확하지 않아 체포영장을 발부 받았다”며 “이런 과정에서 시일이 걸렸다”고 말했다. 그동안 A씨가 출석 요구에 제대로 응하지 않았고, 체포영장 등 절차를 밟아 수사하느라 시간이 소요됐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결국 경찰이 공식 절차를 밟아 A씨를 구속하게 된 11일 동안 보호관찰의 관리·감독 부재가 여실히 드러났다. 

경찰은 A씨가 자유롭게 쏘다닌 11일간 여죄는 없는지 조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