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병원 진료를 보면서 욱이에게 반려동물 인식칩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욱이는 올해 열 살이 된 보더콜리 종 개로, 원래 이름은 ‘헬로’였다. 보호자는 10 년 전 펫샵에서 개를 분양받았다고 했다. 원 보호자가 4~5 년 정도 키웠고, 결혼하고 임신을 하는 등 상황에 변화가 생겨 지방에 있는 부모님 집으로 보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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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

최초의 보호자는 평소 욱이가 몇 번의 입질 전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주로 나이 많은 어른이나 어린이들을 물어 치료비를 보상해주곤 했는데, 결정적으로 작년에 초등학생 조카를 근육이 찢어질 정도로 심하게 물어 가족 모두가 욱이의 양육을 반대하게 됐다고 한다. 결국 작년 가을쯤 부모님 지인에게 욱이를 분양 보냈고, 그 지인은 ‘농장에서 키울 개가 필요하다’는 누군가에게 다시 욱이를 분양 보냈다.

욱이는 입마개 착용 연습 중이다. 짧은 통에 주둥이를 넣는 연습부터 하고 있다.

활동가들은 욱이를 위한 입마개를 주문했다. 이제 욱이에게 입마개를 사람과의 즐거운 교류와 산책을 위한 준비로 이해시키려고 한다. 어느 순간 입질을 하는지 파악해 사람을 물지 않게 교육도 함께 할 생각이다. 지금은 우선 짧은 통에 주둥이를 넣는 연습부터 하는 단계다. 통 바닥에 짜놓은 간식을 핥아먹으면 칭찬하고, 간식 없이도 주둥이를 통에 넣으면 또 칭찬하고 간식을 준다. 욱이는 썩 잘 하고 있다.

개는 고장나면 AS 가 되는 장난감이나 인형이 아니다.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 보통 개들은 마음에 안 드는 상황, 혹은 겁나는 상황을 회피하기 위해 방어적으로 입질을 한다. 무는 행동을 고치기 위해선 오랜 시간이 필요할 지도 모르지만, 반대로 빠르게 학습 효과를 드러낼 수도 있다. 다만 빠른 학습을 위해서는 욱이와 활동가의 유대와 신뢰 관계가 필수적일 것이다.

사고 현장 인근에서는 목줄 없는 백구 한 마리도 발견됐다. 백구는 주변을 자신의 ‘영역’으로 알고 맹렬히 지키고 있었다.

남양주 개물림 사고 현장에는 목줄 없는 백구 한 마리도 있었다. 백구는 외부인인 우리로부터 자신의 ‘영역’을 맹렬히 지키고 있었는데, 이 개는 다른 개들을 호위하는 한편 친밀한 교류를 하고 있었다. 사고 당시 개물림 사고견 곁에는 이 백구도 함께 있었다. 사고를 낸 개와 백구, 그리고 보더콜리 욱이. 그들은 결국 개농장에서의 집단 학대 사육, 동물 유기, 잘못된 입양 문화 등과 관련하여 긴밀하게 엮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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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분노 뒤에 숨은 책임자들

거시적으로 개물림 사고의 원인과 책임자는 자명하다. 일상적인 방치 사육, 개농장에서의 집단적인 학대 사육 환경, 개를 쉽게 사고 팔고 소유권을 이전하는 문화, 강제된 힘을 갖지 못하는 동물등록제, 보호자들의 낙후된 인식 등이다. 근본적인 문제 개선을 위해 큰 틀의 변화를 도모해야 할 때, 진짜 책임의 주체인 지자체와 정부는 비겁하게 숨어 있다. ‘사람 문 개는 죽여야 한다’는 사람들의 분노를 방패 삼아서.

개물림 사고를 낸 개에 대한 안락사는 논의해야 한다. 하지만 안락사를 시행하기까지 공정하고 합리적인 과정을 거쳐야 하고, 그 과정에서 드러난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수적이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그저 감정적으로 개를 죽이는 것으로 문제를 덮는 것에 그치고 말 것이다. 해결하지 않고 어설프게 덮은 문제는 같은 이유와 맥락에서 다시 발생한다. 최근 몇 년간 개물림 사고에 대해서 계속 ‘안락사를 해야 한다 말이야 한다’며 소모적인 논쟁이 일어난 것처럼 말이다.

개물림 사고를 낸 개의 안락사는 논의해야 한다. 하지만 시행 전까지 공정하고 합리적인 과정을 거쳐야 이 비극은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욱이는 입질이 있는 개였고, 가족과 환경도 연이어 바뀌었다. 거의 십 년 동안 욱이는 전문가에게 기질평가를 받거나 행동교정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구체적으로 욱이가 언제, 어떤 사람을, 왜 물었는지에 대한 정보는 그 어느 곳에 기록되어 있지 않았다. 욱이는 그냥 관리 안 되는 천덕꾸러기 말썽쟁이로써 치워졌을 뿐이다.

욱이와 남양주에서 개물림 사고를 낸 개는 겨우 한 끗 차이다. 사망사고를 낸 개도 마을 사람들에게 ‘순하고 예쁘다’는 평을 받던 개였다. 개에게는 목을 파고 들던 목줄이 있었다. 누군가의 반려견이었다는 증거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 개가 어디에서 태어나 떠돌게 되었는지, 이전에 비슷한 사고를 낸 적은 없는지 등은 알 수 없다. 왜 그 정보가 중요하느냐고? 사람이 안전하고 개는 억울하지 않기 위한 기본 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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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논쟁만 반복할 것인가

욱이에게는 기회가 주어졌다. 개물림 사고견을 보호 중인 남양주시에서는 앞으로 개를 어떻게 할 것인가. 남양주시는 아직 아무런 발표도 하지 않았다. 사고견의 보호 상황도 제대로 밝히지 않고 있다. 우리 사회는 또 다시 안락사 하는 것으로 이 문제를 끝내게 될까. 공정한 기질평가의 기회는 이번에도 주어지지 않는 걸까.

욱이와 남양주에서 개물림 사고를 낸 개는 겨우 한 끗 차이다. 욱이에게는 기회가 주어졌다.

개물림 사고를 낸 개에 대한 안락사 논쟁은 이제 끝낼 때가 됐다.

과학적으로 동물에 대한 기질평가 기준을 만들고, 문제 행동을 평가하면 된다.

사고를 몇 번 내면 소유권을 박탈시킬 것인지, 지자체 보호소에서 데려가 교육을 할 것인지, 결국 안락사를 할 것인지 등의 사회 규범을 정하면 된다.

굳이 논쟁을 할 필요가 없다.

이제는 실효성 있는 정책과 법제 개선에 더 집중할 때다.

글 김나연 카라 활동가, 사진 동물권행동 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