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o미다!

어떤 아들이 있었습니다 .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죠 .

지금껏 우리 아버지라고 믿어왔던 저 양반이 정말 내 아버지가 맞는 걸까 ? 나하고 얼굴도 비슷하고 어저께 친구놈이 나 없을 때 우리집에 전화했다가 목소리가 영락없이 나하고 똑같아서 아버지가 받은 줄도 모르고

“ 야 ! 이 Ten Bird 야 ! 뭐 하고 처자빠졌냐 ? 나 지금 Zola 심심한데 지금 Zot 빠지게 나오그라 .” 

이랬다가 뒤늦게 들어온 애꿎은 나만 뒤지게 맞을 정도로 목소리도 똑같은 걸 보면 분명 맞기는 맞는 것 같은데 ... 혹시 알아 ? 날 감쪽같이 속이려고 성형수술에다 성대수술까지 안 했다는 보장도 없잖아 ? 이럴 줄 알았다면 나 태어날 때 스마트폰으로 아버지 얼굴을 촬영해 두는 건데 ...

한 번 쓰잘데 없는 의심이 들기 시작하니까 걷잡을 수 없이 혼란스러워진 겁니다 .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는 의심을 하는 자신이 밉기도 하고 지금까지 키워주고 입혀주신 아버지에게 너무 미안한 생각이 드는 겁니다 . 어쨌거나 아들의 마음속에서는 아버지를 믿고 싶어 하는 생각과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의 일대 혈투가 벌어졌습니다 .  하루하루 , 매 순간이 괴로움의 연속이었죠 .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마음을 굳게 먹었습니다 . 출생의 비밀이야 자신으로서는 도저히 알 수도 없고 , 설사 직접 부모에게 물어본다 한들 행여 자신이 아들이 아니라고 해도 아버지가 순순히 ‘ 그래 임마 , 넌 내 아들이 아니라 사실은 우리집에 우유 배달하는 아저씨 아들이다 , 그걸 이제야 알았니 ?’ 라고 하실 리도 만무하기 때문이죠 . 오히려 지금 누가 봐도 저 양반의 아들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작정을 했죠 . 그렇게 결심을 한 아들은 비장한 마음으로 아버지의 방으로 갔습니다 . 여전히 그의 마음속에서는 불같은 의심이 사라지지 않고 있었지만 심호흡을 크게 한 번 쉰 후 결연한 태도로 아버지의 방 문을 벌컥 열었습니다 .

아침에 아들이 돌아다니던 인터넷 주소를 유심히 봐뒀다가 온통 살색으로 도배된 사진들을  열심히   뒤지고 있던 아버지는 갑작스런 아들의 방문을 받고 혼비백산하여 컴퓨터의 전원코드를 허겁지겁 뽑아버린 후 바닥에 떨어져 뒹구는 모니터를 치우고는 자세를 필요 이상으로 바로 하여 앉고 헛기침을 하면서 근엄하게 물었습니다 .

“ 으음 ... 그래 , 네가 웬일이냐 ? 용돈이 좀 필요한 게로구나 ?”

“ 아닙니다 . 꼭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습니다 .”

아들의 비장한 태도를 본 아버지는 일순 바짝 긴장을 했습니다 . 평소와 다르게 유난히 번질거리는 아들의 눈초리를 보고는 혹시 길 건너 다방 아가씨와의 일을 들킨 것이 아닐까 하는 불길한 생각으로 갑자기 숨이 턱 막혀오는 기분이었습니다 . 하지만 이내 정신을 가다듬고 물었습니다 .

“그,  그래 , 무...  무슨 말인지 해봐라 .”

“ 아버지 !”

“ 오 , 오냐 ...”

“ 아버지 !”

“ 그 , 그래 . 말해보라니까 ...”

“ 전 아버지가 저의 아버지라는 것을... ”

”......응, 그래서? ”

”미, 미...  믿슈미다 !”

아들은 그 말을 하면서도 자신의 마음 깊은 곳에서 힘차게 고개를 드는 의심을 필사적으로 억누르기 위해 어금니를 힘껏 악물고 주먹을 꽉 쥐고 덜덜 떨면서 단말마의 비명처럼 그 고백을 했습니다 . 그것도 여러번 ... 그러느라고 발음까지 이상하게 뒤틀렸죠 .

“ 믿 !~ �o미다 . 아버지 ! 누가 뭐래도 전 당신이 우리 아버지라는 사실을 믿 !~ 사옵나니 , 저에게 한없는 사랑을 주실 것도 믿 !~ �o미다 !!!”

여러분의 아들이 이런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1.

“ 오 ~! 사랑스런 내 아들아 . 난 좋아 죽겠다 . 우리 사랑하는 아들인 네가 나를 이렇게 잘 믿고 있을 줄은 미처 몰랐다 . 네가 방금 한 말 동네방네 다니면서 자랑해야 쓰겄다 . 오메 ~ 좋아 죽겄는거 ~”

2.

“ 이 자식이 맨날 인터넷 뒤지면서 살색 사진만 보더니 결국 맛이 가도 한참 갔구만 ... 너 주둥이 찢어놓기 전에 빨랑 네 방에 가서 공부나 해 ! 네 동생놈은 올해 대학 졸업인데 넌 언제까지 죄수생 노릇이나 하고 자빠져 있을래 ?”

아들은 그저 아버지 얼굴 한 번 바라보고 빙그레 웃으면 만사 끝 아닌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