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에 잃어버린 음쓰 카드가 오늘 돌아왔어요.

아내와 시장 보러 가기로 하고 아래 현관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흥분된 표정으로 아내가 웬 카드를 들고 뛰쳐 나오더군요.

여기에 얼마 남았는지 보라고,,,

보는 순간 짜증이 확 솟구쳤습니다. 3년 전에 잃어 버린 음식물 쓰레기 카드,, 거기에 동호수, 제 전화번호까지 또렷하게 적어 뒀는데 그걸 누군가 우리 우편함에 넣어둔 거죠. 뭐지 이건? 이제와서 이걸 왜??

이건 입주 초기 아파트에서 제공한 음쓰 카드로서 일반 편의점 카드와 동일한 제품이었거든요. 그냥 아파트 이름과 문양 등을 실크 인쇄만 한,,,

음쓰카드를 이사 오기 전 집에서는 사용을 하지 않다 보니 익숙하지 않아 초기엔 자주 잃어 버렸어요. 한 만원씩 충전하고 다음 날 잃어 버리고,,, 정말 속상했었죠. 지금이야 요령이 생겨 잘 잃어버리지 않지만,, 초기엔 '또 잃어버렸어?' 가 유행어가 될 정도로 충전하면 잊고 꽂아두고 그냥 오고 가보면 없고' 의 반복이었어요. 어찌나 약오르던지,,

잔액이 930원 남은 걸로 봐선 그동안 1만원 가까운 금액 다 쓰고 충전하려니 동호수 적힌 걸로 편의점에 충전해달라고 들이밀기가 좀 그랬나? 싶어 그냥 우리 집에 꽂아 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전 아파트 커뮤니티에 글 쓰고 cctv 찾아서 누가 우리 집 우편함에 넣었는지 잡아 내겠다고 했죠. 그런데,,

아내는 생각이 다르더군요. 만일 이게 가져간 사람은 잔액이 부족해 쓸모없어졌으니 그냥 음쓰통 옆에 버려 두고 간 것이고, 우리 동 누군가가 동호수 보고 선의로 넣어둔 거라면 어쩔 거냐는 거죠. 어? 미처 생각하진 못했는데,,그런 경우가 오히려 타당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더군요.

미친 놈 아니구서야 다 썼으니 플라스틱 카드 돌려 준다고 넣어 뒀을 것 같지도 않고,,,

어떤 놈인지 찾으려다가 그냥 관뒀습니다. 내 잘못으로 잃었던 건데 누군지 찾으면 뭐 할거며, 좋은 글만 써도 모자란 아파트 주민 커뮤니티에 뭐하러 배설의 글을 써서 읽는 사람들 기분 나쁘게 하려냐는 아내의 논리를 받아들인 거죠.

암튼 3년 동안 누군가의 쓰레기를 처리하고 빈털털이가 돼 카드는 돌아왔습니다만 기분은 참 찝찝하고 안좋네요. ㅋ

그냥 잘라 버리든가 하지 약올리는 것도 아니고 이게 뭐람???

기분도 안좋아 그 길로 시장에 가서 가리비와 기절꽃게 1킬로 사다가 쪄 먹고 기분 풀고 있습니다. 맛있네,, 고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