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을 탔다.
세 아가씨가 앉은 자리 앞에 섰다.
그 중 한 아가씨가 나를 보더니 일어서며 말한다.
지난밤에 좋은 꿈 꾼 기억도 없는데 참 별일이다. 언제나 내가 선 자리는 다음 역에서 내리는 사람의 자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인데... 근데 어쩐지 아가씨는 다음 역에서 내릴 것 같은 느낌이 아니다. 아직 자리를 양보 받을 나이는 아닌데... 이상하다.
"아가씨, 이번에 내리세요?"
"아니요."
"허허... 그럼 다시 앉으세요. 이래봬도 제 나이 아직 스물 마흔 넷밖에 안 됐으니까. 어서요."
"아니요. 전 괜찮아요. 앉아서 가세요."
"에이... 그러실 필요 없다니까. 신경 쓰시지 말고 어서 앉아요."
아가씨는 앉지도 서지도 못하고 어쩔 줄 몰라 한다. 그 와중에 뭔가 찌릿찌릿한 시선이 느껴져서 고개를 돌리니 저 멀리 선 아줌마가 매의 눈으로 아가씨가 비운 자리를 노리고 있다. 아가씨는 난처한 표정과 눈짓은 내게 앉을 것을 계속 청하고 있다.
"나 원... 아가씨 몸에 손 대기 미안하지만... 할 수 없네요."
그렇게 말하며 아가씨의 등을 밀어 반강제로 자리에 앉혔다. 매의 눈을 가진 저 멀리의 아줌마의 얼굴에 실망과 분노와 좌절의 표정이 스친다.
자리에 도로 앉은 아가씨, 뭐가 그리 미안한지 나를 핼끔핼끔 바라본다. 그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럽고 귀엽다. 아가씨 앞에 섰을 때는 미처 몰랐는데, 아가씨가 짓는 모든 표정과 몸짓 하나하나가 너무나 아름답다. 아가씨는 옆에 앉은 두 아가씨와 다시 이야기를 나눈다. 그들의 모든 대화와 표정과 몸짓들이 향기가 되어 전철 안을 싱그럽게 채운다. 그 향기에 기분이 좋아진다.
열차가 내가 내릴 역으로 들어선다. 아가씨쪽으로 몸을 굽힌 내가 나지막히 말했다.
"세상에서 제일 예쁜 미인 아가씨들, 안녕히 가세요."
세 아가씨, 거의 동시에 몸을 반 쯤 일으키며 해바라기처럼 환하고 아름다운 얼굴로 인사한다.
눅눅하고 끈적끈적한 날씨인데도 말할 수 없이 상쾌하고 즐겁더라.
(시사)
“룬에게 사진 보여주고 무슨 장관이냐고 물어보면 다 맞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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