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렇게 대통령 욕하는 거야? 대통령도 사람인 이상 잘못할 수도 있는 거 아냐? 네가 하면 그 사람보다 잘 할 자신 있어?"
정치인을 비판하는 내가 가끔 당하는 역공이다. 맞는 말이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 아니 대통령이 아니라 국회의원이나 장관, 심지어 동사무소 대민 창구에 앉는다 해도 그들보다 잘 할 능력이 내겐 도무지 없다. 하지만 그것이 내가 그들을 비판할 자격이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할 근거는 결코 될 수 없다. 모든 사람들은 각자의 능력과 자질에 맞는 자리가 있다. 동네 중국집에서 먹는 자장면이 아무리 맛이 없다 해도 나는 그 중국집 요리사보다 음식 솜씨가 형편없다. 하지만 나는 손님이지 요리사가 아니다. 당연히 내 돈 내고 사 먹는 자장면에 대해 불평하고 비판할 자격이 손님인 내게는 충분히, 그리고 너무나도 당연하게 있는 것이다. 내가 나라를 다스릴 능력과 경륜이 안 되기에 세금으로 월급 주고 특권을 부여해 임명한 대통령이 삽질이나 하면서 고용주인 나를 무시하면 얼마든지 비판할 수 있고, 정 가망이 없다면 머리채 잡고 끌어내릴 자격이 있는 것이다.
나는 대한민국 소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내 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 되어 나라를 다스릴 능력이 없다는 어처구니 없는 비난을 받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 그러나 전혀 예상 못한 일이 생겨 내가 전국적인 유명인사가 되고 내 알거수일투족에 열광하는 무리들이 생겼다고 치자.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그들에 의해 대통령으로 추대되었다고 치자. 하지만 여전히 대통령으로서의 경륜과 덕목이 내게는 없다고 치자. 능력이라곤 쥐뿔도 없는 나이지만 틀림없이 국가를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이다. 하지만 그 최선을 다 한 결과는 내 의도와는 달리 십중팔구 참담한 꼴이 될 것이 틀림없다. 그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더욱 최선을 다 하겠지만 결과는 전보다 더 참담한 꼴이 될 것이다. 그렇게 줄창 악정이 거듭된다면 나는 비판 정도가 아니라 심지어는 죽어 마땅한 대역죄인이 되고 말 것이다.
광주에서 수 천, 수 만명의 동포를 도륙한 전두환에게 물어보라. 대통령 되어서 어떤 생각을 했느냐고. 그가 뭐라고 대답하든 그의 속마음은 짐작한다. '비록 내가 탱크와 총으로 권력을 잡았지만 대통령이 된 이상 이 나라를 정의롭고 안정된 선진국으로 만들어야지. 그리고 나중에 퇴임해서 온 국민의 존경을 받는 국부 대접을 받고야 말 거야.' 정작 하는 짓은 어땠는지 몰라도 그의 머리 속을 지배하던 생각은 이런 착한 생각이었을 것이다. '내가 이제 대통령이야. 국민? 웃기지 마. 난 관심 없어. 대통령 하면서 나 반대하는 인간들 싹 죽여버릴 거고, 이 땅의 돈은 내가 다 먹고 말 테야. 퇴임 후 존경 받는 지도자? 개나 줘버리라지!' 이런 생각은 절대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어땠는가? 그는 군인으로서는 (혹시) 훌륭했는지 몰라도 대통령 자격은 애초에 없는 자였고, 그가 최선을 다 한 일들마다 결국은 나라를 개판으로 만들고 말았다. 이는 이승만, 박정희, 최규하, 노태우, 김영삼, 이명박, 박근혜 등 대통령 자격이 없었던 역대 대통령 대다수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결국 역사는 능력 없는 자의 최선은 비극이라는 진리를 증명하는 장인 것이다.
예전에 모 예술고등학교 강사로 있을 때 권위적인 교장선생님과 극심한 갈등을 겪은 적이 있다. 사사건건 대립하던 어느 날 그 분이 내게 버럭 소리 지르면서 하시는 말씀,
"아니, 대체 정선생은 일개 강사 주제에 어째서 사사건건 교장의 권위에 도전하는 거요!?"
"그건 교장선생님 착각입니다. 전 교장선생님 권위에 도전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제가 사사건건 교장선생님께 도전하는 건 교장선생님께서 권위가 없으시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라도 교장선생님께서 아부하는 주변 사람들 말만 듣지 마시고 뜻 있는 선생님들과 저희 같은 실기 강사들과 학생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시고 정말 학생들을 위하고 학교를 사랑하는 것을 말과 행동으로 보여주시고 정책을 펴신다면 교장선생님에게는 권위가 생길 것이고, 그러면 저는 더이상 교장선생님께 도전하지 않을 것이며 존경하고 따르겠습니다."
글이 슬금슬금 삼천포로 가려고 하기에 마치면서 정리한다. 권위라고는 쥐눈꼽이나 닭발꼬지 만큼도 없는 위정자들과 자칭 지도층 인사들에 대한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비판은 당연한 것이며 그들의 당당한 권리다. 그 앞에서 비판할 자격 운운 하면서 자신이 속한 사회와 주변에 대한 무관심을 점잖음과 온화함으로 가장한 자들은 그 역겨운 아가리 닫고 네 앞길이나 열쒸미 개척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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