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퍼쿠션이 너무 감동적이어서가 아니라, 내가 무언가를 저렇게 신이나서 한적이 있던가? 살아있는 기분으로...
어렸을 적, 나는 한 때 태권도에 미쳐서 밤낮을 가리지않고 운동을 했다. 선수로 시합을 나가 메달을 받았을 때가 아니라 그저 친구와 몸이 녹초가 되도록 발차기 연습을 하고, 서로 품새를 다듬으며 숨을 헐떡 거릴 때, 지나고 보니 그 때가 내가 살아있던 때 같았다. 연습이 지나쳐 고관절에 무리가 와서 병원에 입원을 하고도 목발을 축 삼아 돌려차기를 연습했을 때, 지나고 보니 그 때가 어쩌면 내가 살아있던 때 같았다.
나이를 조금 먹고, 미친듯이 암벽등반에 빠져 살았다. 알바를 해서 장비를 사고, 시간 날 때 마다 쟈일 매듭을 연습하고, 작은 돌기만 보면 발을 딛고 중심을 잡아 매달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을 때, 지나고 보니 그 때가 내가 살아있던 때 같았다. 달 빛이 좋다는 이유로 비박하다 말고 선배와 야밤에 대둔산 암벽을 오르다가 바위 습기에 미끄러져 식은 땀을 흘렸을 때, 그 시절이 어쩌면 내가 살아있던 때 아닐까 싶다.
학창시절 학생운동 한다고 밤낮 동아리에 모여 술퍼마시고, 토론하며 울고 웃던 시절도 있었다. 술먹다 객기가 발동해 선배들 앞에서 발가벗고 깃발들고 구호도 외치고, 데모하는 사진 찍혀 아버지 회사 정훈과에 초대받아 안기부 사람한테 정신교육도 받고, 거기서도 객기를 참지 못해 엽차잔에 소주 부어 마시다 쫒겨나고... 지나서 생각해 보면 부끄럽고, 어리석고, 터무니 없었어도 어쩌면 그 때가 내가 살아있던 때였는지도 모르겠다.
그 뒤로 지금까지, 근 20년 간, 나는 솔직히 무엇도 열과 성의를 갖고 즐겨본 적이 없던거 같다.
저 위에 영상을 보다 문득 죽어있는 지금의 내 모습이 보였다.
생각도, 말도, 글도, 먹는 것도 죽어있는 사람 처럼 힘없이 무기력하게 끌려가듯 하는 사람...
이제 더이상 객기도 없고, 무언가에 분노도 없고, 실망도 없으며, 그렇다고 딱히 기쁨도 없는... 호기심도 없고, 놀라움도 없고, 감흥도 없는 참으로 죽은 듯한 삶...
(인플루언서)
쏘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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