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믹스 거래지원 종료(상장폐지)를 놓고 발행사인 위메이드와 4대 가상자산 거래소 간의 첫 재판이 2일 예정된 가운데 양 측의 법적 공방이 치열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이번 상장폐지의 핵심 쟁점이었던 유통량 공시 문제 등에 대해 법원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 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례적으로 신속한 가처분 절차..양 측 준비 '분주'
1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위메이드와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 소속 4개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측은 다음날 예정된 가처분 사건 심리기일 준비에 분주한 모습이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어제 오후 (가처분 심리 관련) 송달장을 전달받았다"며 "내일(2일) 오전 10시 30분에 심리가 열리기 때문에 준비에 바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날 서울중앙지법은 위메이드가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 소속 4개 가상화폐 거래소를 상대로 낸 거래지원 종료 결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민사50부(송경근 수석부장판사)에 배당했다.
소송은 총 3건으로 채무자는 각각 두나무(업비트), 빗썸코리아, 코인원·코빗이고 채권자는 싱가포르 소재 법인 '위믹스 유한책임회사'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다.
중앙지법은 2일 이들 3개 사건의 심문기일을 열고 가처분 신청의 타당성을 심의한다.
위메이드는 법무법인 율우·화우, 법률사무소 김앤장 등 대형 로펌 3곳의 소속 변호사들을 대리인으로 선임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선임된 변호사 15명 중 9명이 판사 경력의 전관 변호사로 알려졌다.
이에 두나무(업비트)는 법무법인 세종을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해 대응에 나섰다. 빗썸과 코인원, 코빗의 소송대리인은 확인되지 않았다.
■전문가들 "주요 쟁점은 유통량 공시 문제"
업계에서는 이번 가처분 소송에서 ▲유통량 공시 문제 ▲닥사의 법적 지위 ▲거래지원 종료 결정 과정에서 절차적 합리성 ▲투자자 피해 규모 등이 주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재판부가 유통량 공시 관련 닥사에서 위메이드 측에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을 줬는지, 닥사가 상장폐지를 결정할 권한이 있는지, 상장폐지 결정 과정에서 4개 거래소의 담합이 있었는지 여부를 면밀히 들여다 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위메이드는 위믹스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지자 투자유의종목 지정 이후 충실히 소명했고 문제가 된 초과 유통량은 원상 복구했으며, 닥사 측이 유통량에 대해 명확한 정의나 유통량 관련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닥사 측은 위메이드가 유통량 문제에 대해 충분한 소명을 하지 못했으며 훼손된 신뢰를 회복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위메이드 측은 4개 거래소가 위믹스 거래지원 종료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명백한 담합 행위가 있었다며 4개 거래소가 소속된 닥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할 방침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위메이드의 담합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것이라며 유통량 관련 이슈가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 전문가는 "담합을 통한 유익이 있어야 하는데 각 거래소들은 위믹스 상장폐지를 통해 오히려 거래 수수료를 포기했기 때문에 투자자 보호라는 공익적인 측면에서 상장폐지를 했다고 볼 수 있다"며 "위메이드의 담합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가처분 담당 재판부 과거 사건서 '거래소 자율성' 존중
이번 가처분 사건이 배당된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는 피카프로젝트와 드래곤베인 등 가처분 소송에서 거래소들의 상장폐지 결정에 대한 자율성을 인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피카프로젝트는 당시 자체 발행한 '피카'(PICA) 코인이 업비트에서 상장폐지되자 법원에 상장폐지 효력을 정지해 달라고 가처분 신청을 냈다.
업비트에 제출한 코인 유통 계획보다 많은 양의 코인이 유통됐다는 게 당시 상장폐지의 주된 근거다.
그러나 법원은 피카프로젝트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 업비트의 손을 들어줬다.
송경근 수석부장판사는 당시 "거래지원 유지 여부에 대한 채무자(업비트)의 판단은 그것이 자의적이라거나 부정한 동기·목적으로 이뤄졌다는 사정이 없는 한 존중될 필요가 있다"면서 코인 상장폐지 여부를 거래소의 재량으로 봤다.
또 상장폐지의 절차적 위법성 논란에 대해서도 투자유의종목 지정 공지, 상장폐지 통지·공지, 이에 따른 소명 과정을 언급하며 "채권자(피카프로젝트)로 하여금 소명하거나 상폐 사유를 시정·개선할 기회를 충분히 부여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시가총액 급락과 사업 부진을 이유로 상장폐지됐던 드래곤베인 사건 역시 재판부는 거래소의 재량을 강조하며 가처분을 기각했다.
[email protected]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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