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NSA 중앙센터 사무실 중의 어느 한 구석.
길리안은 꾸벅꾸벅 졸고 있던 존 랜디를 깨웠다.
존 랜디가 뭘 찾았다고 알려주고
그걸 보자마자 길리안이 뭘 찾겠다고 뛰쳐나간지 30분 후였다.
“어....음.......나 안 잤어....안 잤다고.....”
“시끄럽고 이 서류를 봐.”
길리안은 두툼한 서류 뭉치를 존 랜디의 앞에 들이밀었다.
컴퓨터와 붙어사는 입장인 존 랜디의 표정이야
당연히 지겨움이 가득해질 수밖에 없었다.
“잘 봐. 케이틀린 오샤넬리라는 사람의 파일을.”
길리안이 찾아낸 파일 속의 사람, 케이틀린 오샤넬리.
사진으로는 뭔가 좀 가늘고 유약해 보이는 선이 돋보이는 여자였다
생년월일을 보면 이미 할머니급인 여자의 신상.
“이 여자가 뭐가 어쨌다고?”
“호크가 분명히 언급했던 사람이야. 죽은 사람중에.”
“그런데 뭐?”
길리안은 파일들에 기록된 한 줄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여기. 여길 제대로 봐.”
존 랜디는 다시 자세히 그 곳을 읽기 시작했다.
케이틀린 오샤넬리라는 사람은 한 소도시의 기자로 일했었다가,
그 곳에서 비리에 물든 시장의 뒷사정들을 폭로한 경력이 있었다.
하지만 그 뒤의 일은 잘 풀리지 않았던 듯,
그녀는 그 도시를 떠나 외지고 거친 땅의 작은 마을의 보안관직을 맡기 시작했다.
“기자에서 갑자기 보안관이라니, 희한하네.”
“그녀는 그 마을에서 처음으로 에어울프, 호크와 인연을 맺었어. 그래서 도미니크 산티니의 항공사로 왔지. 그리고 헬기 조종술을 배웠어. 여기까지는 네 파일에 나와있던 대로야.”
“그런데 뭘 발견한거야?”
“좀 더 뒤져봤는데, 기자로 일하던 도시에서 그 여자가 도움을 청한 곳이 있었어. 법질서재단이라고.”
길리안은 법질서재단과 관련된 파일들을 또 하나 꺼냈다.
이번엔 타블렛을 통해서였다.
“희한한 곳이지. 재산의 형성과 집행규모는 엄청난데 그 모든게 NSA 쪽에도 딱히 주목해본 기록이 없어. 오히려 여러 가지 활동상의 문제로 보면 주목을 받고도 남아야 하는데 말이야.”
저택과 연구소가 찍여있는 사진들을 보며 존 랜디가 흥미를 보였다.
“대단한데? 이 정도 꾸미려면 한 두 푼 가지고는 안됐을 텐데.”
“그런데 중요한 건 그게 아냐. 네가 좀전에 찾아낸 걸 화면에 띄워봐. 크게 확대해서.”
존 랜디는 대여섯개의 화면에 위성사진 같은 것을 띄웠다.
네바다 사막의 한 곳 상공.
거기엔 열원들이 어지럽게 얽히고 섥히는 영상이 띄워져 있었다.
지하무기상들의 네트워크에서 아파치를 띄웠다는 정보를 찾은 즉시,
아파치가 내는 주파수들을 추적해서
그 쪽 상공의 위성정보를 찾아낸 결과의 영상이었다.
그 곳엔 아파치의 열원으로 식별되지 않는 한 열원도 표시되고 있었고,
그게 아파치에게 둘러싸여 공격을 받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어느 순간, 아파치의 열원들이 뭔가 헤메는 느낌과 동시에
공격받고 있던 하나의 열원이 한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하고는
순식간에 그 자리에서 증발한 것처럼, 신호가 끊겼다.
길리안과 랜디로써는,
이것이 처음으로, 에어울프가 실존한다는 증거를 접한 영상이었다.
“이게 전부인데.”
“자, 마지막의 궤적을 봐.”
에어울프라 생각되는 열원은,
아파치의 열원들이 흩어짐과 동시에 사라지기 직전까지
한쪽 방향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 향하는 방향을 직선으로 쭉 그어봐.”
존 랜디는 화면을 멈춘 후 마우스를 움직여
임의로 직선을 그어보았다.
그리고 그 궤적을 따라가다가 아, 하고 탄성을 질렀다.
“법질서 재단이잖아?”
“안 돼!!!!”
아서가 악몽에 몸을 일으켜 완전히 잠이 깼을 때는
이른 새벽의 아침이었다.
그 날 이후로, 똑같았다. 항상 이 지경이었다.
식은 땀에 절어버린 몸. 생생하게 덮쳐오던 그 날의 모든 편린들.
다시 전투를 벌였던 탓일까.
전보다 더 심하게 떨리는 손을 멈추기 위해 아서는 주먹을 꽉 쥐었다.
옷을 갈아입고 아서는 밖으로 나섰다.
조금이라도, 걷거나 다른 것에 신경을 쓰면 이 고통이 사라지기 때문이었고,
사막도 그렇게 너무 힘들었을 때 걷기 시작한 것이었다.
저택을 돌아, 연구소 쪽의 언덕으로 천천히 걸어올라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머릿속에서 울리는 포성도,
콕핏에 갇혀 피흘리는 자신의 모습도,
그 위로 떨어져내리는 동료의 떨어져나간 팔과, 아파치의 기체도,
그 어떤 것도 뇌세포에서 떨어져나가는 것 같지를 않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걷고 있던 순간에,
아서의 눈에, 천천히 연구소 한 쪽의 문이 열리는 것이 보였다.
아서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뭐가 나오려나 기다려봤지만,
아무것도 나오지는 않고,
오히려 그를 부르는 듯 문 위의 점멸등이 깜빡이다 꺼졌다.
아서는 호기심과 홀린듯한 느낌에 젖어
그 곳으로 들어갔다.
얼마나 들어간 것일까.
안은 새벽의 어스름조차 비춰지지 못해 어두웠고,
발소리가 울리는 것으로 봐서는 넓이가 좀 있는 느낌이었다.
그 때, 갑자기,
큐우우우우우웅 하고 기계장치 같은 것이 켜지는 소리가 나더니,
저 안쪽에서부터 뭔가가 다가오는 느낌이 났다.
그리고는, 갑자기 붉은 빛 하나가 뿜어졌다.
그 빛은 좌우로 천천히 왕복운동을 하면서, 아서의 앞으로 다가왔고,
아서는 뒷걸음질을 쳤지만 그 빛이 훨씬 더 빨랐다.
그리고 그 빛은 아서의 바로 앞에 멈추어섰다.
아서는 그제야 그것이,
자동차인 것을 깨달았다.
폰티악 트랜스암. 꽤나 예전의 디자인인 자동차.
하지만 아서의 기억에 폰티악 트랜스암 앞엔 이런 불빛은 없었다.
어안이벙벙한 아서에게, 목소리가 들려왔다.
“반갑습니다, 아서. 저는 Knight Industry Two Thousand. 줄여서 키트라고 합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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