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그로부터 5일 후, 네바다 사막.
뜨거운 햇빛이 암석으로 이루어진 평평한 봉우리들 위로 내리쬐고,
땅에는 바람이 간간이 자욱한 흙먼지를 일으키고 있었다.
그 흙먼지 사이로 한 동양인 남자가
비틀대며 걸어가고 있었다.
흙먼지와 땀에 더러워질대로 더러워진 행색.
검은 머리카락 사이에는 모래가 덕지덕지 끼어있었다.
그는 멈춰서 주저앉아 배낭을 뒤지기 시작했다.
500ml 물병에 남아있는 얼마 남아있지 않은 물.
남자는 조심스레, 뚜껑을 열고 입술만 잠깐 축인 뒤, 물병을 넣었다.
그리고는 그 자리에서 쓰러지듯 누웠다.
흐리멍텅한 남자의 눈이 이내 뭔가를 발견하곤 초점을 찾았다.
흙먼지 사이로
희미하게 남아있는, 차량의 타이어 자국.
그는 그 타이어 자국이 향하는 곳으로 시선을 옮겼고,
그 곳은 암석들이 봉우리를 이룬 지역 쪽의 한 방향이었다.
남자는 있는 힘을 쥐어짜내듯 몸을 일으켜
그 방향으로 향했다.
남자의 비틀대는 걸음이,
눈에 잘 띄지 않던 동굴의 입구에 다다른 것은
석양이 하늘 끝으로 물들기 시작한 때였다.
먹을 것과 마실 것이 있지 않을까 하는 한 가닥 희망으로
남자는 힘없이 동굴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그런 그의 다리가
설치해놓은 동작감지기의 레이저를 가려버렸다.
남자가 향하던 동굴의 끝에 탁 트인듯한 넓은 공간이 나왔다.
격납고 정도의 크기.
남자는 어둠에 먹힌 그 안에서
희미하게 석양의 빛을 받아 반짝이는 윤곽을 보았다.
좀 더 자세히 보려고 눈을 가늘게 뜬 그는 다시 눈을 비비고,
눈 앞에 놓여진 기체를 바라보았다.
“아름답지. 안그런가?”
남자가 돌아서자, 백발의 노인이 한 손엔 플래시를,
한 손엔 권총을 들고 서 있었다.
남자는 갑자기 닥쳐온 플래시의 빛에
얼굴을 찌푸리며 팔을 들어 눈을 가렸다.
“내 지인은 저 헬기를 미녀라고 불렀지.”
남자는 다시 눈을 돌려 그 기체를 바라보았다.
플래시 빛에 윤곽은 한층 뚜렷해졌고,
범고래 도장과, 양 옆에 유선형으로 자리잡은 엔진,
꼬리 날개까지 힘이 가득찬 그 직선과 곡선의 집합체를 바라보았다.
그 별명을 곧바로 수긍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그 헬기는 묘하게 날카롭고, 묘하게 아름다웠다.
“이제 질문 좀 하지. 넌 뭐하는 놈인가?”
남자는 노인의 질문에 답했다.
“전 그저.....이 사막을 떠돌던 자입니다. 사실은 조금 긴 여행이랄까.....”
“그 말을 믿어줄 거라고 생각하나?”
“믿지 않을만한....이유는 뭐가 있을까요?”
“자네가 이 동굴을 정확하게 찾아왔다는 것 정도?”
“타이어 자국을 보았습니다. 그걸 보지 못했다면 죽었겠죠.”
노인은 남자의 행색을 찬찬히 훑어보았고,
그리고 남자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노인은 총구를 한 방향으로 까딱이며 말했다.
“난 스트링펠로우 호크라고 하네. 저 쪽에 물과 먹을 것이 좀 있으니 가세나.”
“저는.....”
남자는 힘없는 목소리로 천천히 말했다.
“한, 아서 한이라고 합니다.”
접이식 의자에 앉아 허겁지겁 두어 개의 전투식량을 해치운 후,
아서는 호크에게서 커피잔을 받았다.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았네요.”
“꽤나 조리를 잘 해 먹더군. MRE를 먹어본 적이 있는 것마냥.”
“이라크에 파병됐었습니다. 전투헬기 조종사로.”
호크의 눈이 묘하게 날카로워졌다.
“전투헬기 조종사?”
“예. 육군 제8전투비행대대 소속이었죠. 혹시 아십니까?”
“모르겠군. 난 제23강습대대였네. 베트남에서.”
“베트남전에 참전하셨다구요?”
“오래전 일이지. 자네가 조종한 건 뭔가?”
“아파치입니다.”
“호오.”
호크는 자신의 커피잔을 한 모금 하고는 내려놓았다.
“그런데 왜 여기서 이러고 있나?”
아서의 표정이 순간 멍해졌고, 호크는 시선을 잠시 돌렸다.
호크는 그런 표정을 너무 많이 봐왔었다. 베트남에서.
그래서 대강 짐작했다. 외상성 스트레스 증후군,
아니면 적어도 공황장애와 싸우고 있을거라고.
그 때, 동굴 너머로부터 조금씩 기계의 소음들이 울려퍼져오고 있었다.
호크도, 아서도, 그 소리가 뭔지를 단번에 알아차렸다.
“아파치군요. 적어도 다섯 대 이상입니다.”
“여길 노리는 거야.”
호크가 다시 권총의 총구를 아서에게 향했다.
“급한 상황 아닙니까?”
“자네가 나타난 건 너무 타이밍이 제대로였어.”
“의심하셔도 할 말은 없지만, 구해주셨으니 전투식량 값은 하고 싶습니다.”
아서의 강직해보이는 눈빛, 그리고 풍기는 분위기. 이 역시 호크가 많이 봐왔던 것이었다.
호크는 그제서야, 그에 대한 의심을 완전히 거둘 수 있었다.
호크는 권총을 거두고 상자 쪽으로 움직이더니 아서에게 회색옷 하나를 던졌다.
팔뚝께에, 날개가 달린 늑대의 얼굴이 패치된 점프슈트였다.
“조종복이야. G-슈트이기도 하니까, 얼른 입게.”
(다음에 계속)
(시사)
아 문재인 정말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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