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부모님 차가 고장이나 태우러 나갔다
지름길로 가자고 말해서 들어간 골목길은 공교롭게도 그녀의 집 앞이다
모른척, 아무렇지도 않은척 슬쩍 보고 지나친 그녀의 집은 이세상 그 무엇보다 특별한 골목으로 만들어주었다
마음의 조각들을 꿰매 거부의사만을 전달하는 그녀와의 대화창에 슬며시 만나고 싶다고 전해본다
다른 메시지는 띄엄띄엄 대답해주면서 이번 메시지는 1이 사라지지 않는다
의도적으로 무시하는게 분명해 보여 가슴에선 새로이 알수 없는 무언가가 새어 나간다
그녀의 생각을 읽을수 없다
거부의사만이 전해져 온다
그럼에도 나를 막지는 않는다
말로만 듣던 어장 관리인가 슬며시 생각해본다
오히려 숨쉬지 않던 희망이 콜록대며 아직 죽지 않았음을 알려온다
그 끝은 파멸뿐이란걸 알지만 나의 존재를 의식해주는것만으로도 감사하게 느낀다
읽지도 않고 무시된 나의 마음은 그저 끝없이 그녀를 기다릴 뿐이다
1이 사라지면 죽어가는 나는 다시 뛰는 심장을 이끌고 꾸역꾸역 내마음을 한조각 끌어모아 시덥잖은 대화 한마디만이라도 해보려 하겠지
남자에 대한 환상도 깨지고 사랑에 대한 환상도 깨지고 과거의 인연에 상처받은 그녀에게 내 진심은 허상으로밖에 보이지 않을테지
내 마음이 깎여나가다 결국 슬픔의 바다속에 희망을 다시 떠내려 보내는 날엔 나또한 파도속에 일렁이며 가라 앉겠지
8.
이별을 통보하는 그날이후, 며칠이 흘렀는지조차 세지 못하고있다
내가 필사적으로 매달린 결과일까
그녀는 나의 메시지를 간간히 받아준다
완벽한 거부는 간신히 막은듯 하다
하지만 내 마음을 드러내면 부담스럽다고 연락을 끊어 버리겠다고 나를 협박한다
좋아하면 버리고 좋아하지 않으면 연락한다는 괴로운 상황에서 내 마음을 꾹꾹 눌러담아 근황이나 물어보지만
희미하게 새어나오는 애정은 결코 숨겨지지 않아 그녀는 또 불편해하는것이 느껴진다
난 일상생활이 다 파괴될만큼 고통스러운데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은걸까
슬픔의 바다에서 숨통만 간신히 붙어있는 희망을 질질 끌고 떠다닐 뿐이다
이 감정의 끝은 무엇일까
무디어진 감정이 되어 깨진 사랑의 환상이 될지, 평생 잊을수 없는 보물같은 기억이자 평생 지울수없는 상처가 될지
나의 처음은 점점 황량하게 변해가며 집착으로 변질될까 소중히 감싸 언젠가 그녀에게 다시 전할 날만을 기다리며
잠겨오는 슬픔을 한바가지씩 퍼내 간신히 유영할 뿐이었다
무슨 이야기가 허용되고 무슨 이야기가 불허될지 끊임없이 생각한다
내 고통의 일부라도 보이면 그녀는 연락을 끊어버리는게 아닐까 불안해한다
썻다 지웟다하는 메시지가 몇개째인지..
만나자는 한마디는 대답할 가치조차 없다는듯이 아무런 대꾸가 없다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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