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수 낮은 작품들 중 추천

조회수가 적지만 제가 볼 때는 수작 혹은 특색 있다라고 생각하는 작품들 몇 개를 추천드려봅니다.

■ 계약직 신으로 살아가는 법

https://novel.munpia.com/235392

https://ridibooks.com/books/2093065191

게임을 하다가 그 게임의 원판 세계에 화신으로 강림하는 300페이지 짜리 계약서를 꿈에서 내용도 안보고 서명했다가 졸지에 계약직 신이 된 주인공의 모험담입니다. 세계관도 통상적인 판타지와는 매우 이질적이고 웹소와는 완전히 다른 문법으로 쓰이고 있는 글입니다. 작가 본인도 인정하고 계시는데 서구권 sf나 판타지 소설의 스타일이 생생하게 살아있습니다. 좋아하는 사람들은 엄청 좋아하는 소설입니다만 동시에 엄청 마이너해진 작품이죠. 설정도 티를 안내서 그렇지 공을 상당히 들인 작품이고 작가분의 주제의식도 강한 작품입니다. 그리고 중간 중간 블랙유머가 뻘하게 많이 웃깁니다. 이고깽은 아니고 이중(년)깽도 아니고 이계 진입해서 계약서 문제를 진지하게 따지는 소설은 처음봤습니다. 상당히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 사주일기: 일월역술원

https://novel.munpia.com/145949

https://ridibooks.com/books/3228023165

예전 70년대 ~ 9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시대를 배경으로 쓴 소설입니다. 선도를 닦다가 하산한 친척 할아버지께  주인공이  국민학생 시절  사주 보는 법을 배우고 주변의 만신급 무당들과 어울리면서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이능소설이라기보다는 사람들의 삶을 보여주고 해석하는 틀로서 사주와 무속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초등학교 시절 이야기를 끝내고 대학생으로 활동하는 이야기가 연재되고 있습니다. 문외한이라 사주와 무속에 대한 고증을 평할 수는 없지만 아는게 없어도 흥미롭게 볼 수 있도록 풀어갑니다. 주인공이 스토리 진행을 위해 스스로 화를 부르는 경향이 있기는 한데 심한 수준은 아니고 어찌보면 현실적인 인생사라고 볼 수도 있어서 볼만합니다.

■ 강과 먼지의 왕자

https://novel.munpia.com/70890

매니아 팬들은 있는데 뜰 듯 뜰 듯 안뜨는 노란커피 작가의 첫작품입니다. 평행우주라서 명칭도 설정도 실제 역사와 차이가 있지만 카에사르의 갈리아 원정에 상응하는(하지만 전개가 많이 다른) 전쟁을 배경으로 연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거의 평행우주에서 로마의 갈리아 원정 이야기라고 보시면 됩니다. 다른 작품들을 먼저 보고 나중에 이 걸 봤습니다. 제일 대작이네요. 최초 연재라 그랬는지 초기 설정에서 미드 롬 영향도 받은 티가 나지만 이 작품을 읽다보니 미드 롬은 동화였습니다. 쥐쟁이 챔피언이 순해보이다니...이 양반이 은근히 하드코어 스타일이기는 한데 첫작품이 가장 화끈한 줄은 아제 알았네요. 거짓말 좀 보태면 묘사 그대로 웹툰이나 영상화 하면 바로 작가님 구속될 수준입니다. 하드코어 묘사가 목표는 아니고 그 시대의 야만성과 인간의 본성을 드러내는 장치로 쓴 것입니다만 작가의 사심도 좀 들어간 것 같아요. 하드코어 싫은 분들은 이 작가분의 도시던전 시리즈를 보시면 될 듯 합니다.

■ 불량기사가 출세하는 법

https://novel.munpia.com/175260

중세풍 판타지 세계에 환생한 주인공이 성자에게 손아귀 힘이 강해지는(잡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부수는 수준) 저주를 받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성지순례를 떠나는 이야기입니다. 판타지 서유기라고 보셔도 됩니다. 이 작가도 매니아 팬들이 꽤 있는 것 같은데 문피아가 본진이 아니었던 모양인지 생각보다는 힘을 못쓰고 있습니다. 작가분들 전작들은 유머는 커녕 하드보일드 그 자체라 해도 될 스타일이었는데 문피아 최초 유료작은 그야말로 막장유머의 향연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하드코어 작가가 끈적한 유머를 구사했더니 희대의 패드립 유머가 작렬하여 독자들이 절규하면서 탈출하는 사태가...그래도 작가분도 패드립급들은 자제하기 시작했으니 고비만 좀 넘기면 상태창 없는 귀한 정통판타지를 볼 수 있습니다. 패드립이 싫지만 하드보일드 스타일의 판타지물을 보고 싶은 분들은 작가의 전작들을 보시면 됩니다.

■ 칠생전 팔생기

https://novel.munpia.com/216278

https://ridibooks.com/books/4375001376

많이 보는 작품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보는 사람이 적은 작품이더군요. 무한전생 시리즈를 전생 초기로 하고 열혈버전으로 만들어서 몇 개 세계에서 집중적으로 다시 태어나게 만들면 이 작품이 나올 것 같습니다. 주인공의 장구한 환생의 목표도 명확한 편이라 무한전생 시리즈와는 주제의식이 다르죠. 호쾌하면서도 유들유들한 주인공의 행보가 나름대로 매력적입니다. 중간 중간 특히 죽음의 순간을 맞이할 때 생명을 불사르며 태산같은 기개로 싸우는 주인공의 사투를 묘사하는 작가의 글솜씨는 특히 인상적입니다.

■ 피자 타이거 스파게티 드래곤

https://ridibooks.com/books/111027228

완결된 작품인데 저는 다 본 건 아니고 보던 중입니다. 제목이 안티인 소설이기는 한데 제목은 정보조직에서 운영하는 식당업체인 이름들이기도 하고 첫글자들을 모으면 PTSD이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는 보기드문 정통파 SF 소설이네요. 군 정보원으로 활동하던 주인공은 자신이 숨긴 기밀 정보를 되찾아 지구연방에 닥친 위기를 극복해야 합니다. 하드 SF는 아니지만 대략 노인의 전쟁 시리즈 수준의 스페이스 오페라입니다. 클리셰라고 할까 장르적 요소도 꽤 많이 오묘하게 섞여있습니다. 장갑복, 다양한 형태의 외계인들과의 전투, 우주엘프, 인간의 변이/변형, 워프, 첩보 스릴러, 메이드 안드로이드, 거유 상급자 여성정치인. 노인의 전쟁 시리즈와 워해머 시리즈가 주된 모티프 아닌가 싶습니다. 글 자체는 상당히 탄탄하고 씹떡 글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