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읽은 소설들 #97(조아라, 노벨피아)

1. 오궁도화 (조아라, 노벨피아)
http://www.joara.com/literature/view/book_intro.html?book_code=1386599
https://novelpia.com/novel/1275

현대배경 TS 바둑소설입니다.

과거 바둑계에서 정점에 올랐던 주인공이 알파고 등장 이후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추락하다가
새로운 몸을 가지고 과거에서 다시 태어나는 내용입니다.

원래 최정상급 실력자들 중에서는 집중력이나 판단력 등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재능의 차이를 느끼고 있었으나
그것을 기존에 나온 다양한 기보를 연구하면서 노력으로 커버했다는 주인공입니다.
그러나 알파고 등장 이후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게 되자 기존에 습득한 것들은 무용지물이 되고
새로운 것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된 주인공입니다.

특히 다른 실력자들에 비해 재능이 부족해서 후반에 빠른 판단을 못하고 시간에 쫓기면서 무너지는 것이 약점이었다고 합니다.


새롭게 태어난 세상은 다른 것은 주인공이 알고 있는 그대로였지만 주인공의 존재는 지워져있습니다.
주인공은 웨일즈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혼혈로 태어났는데 그래서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금발 소녀로 묘사됩니다.

아버지가 병에 걸리면서 병원비를 구하기 위해 10살에 다시 바둑계에 뛰어드는 주인공입니다.
기존의 바둑으로는 똑같은 벽에 부딪힐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과거와 달리 완전히 새로운 기법을 추구합니다.
육체가 바뀌면서 재능의 벽은 더이상 언급되지 않지만 이번에는 성별과 연령에 의한 체력문제를 후반의 약점으로서 강조합니다.

과거에는 정도를 추구했다면 이제는 모험적인 수를 과감하게 꺼내드는 것이죠.
미래에는 연구되어서 파훼법이 나온 전략을 사용하는 상대에게 미래지식으로 승리하기도 하고
아직 인공지능이 대두되지 않은 시점이라 사람들에게는 완전히 생소한 새로운 전략을 꺼내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미래치트만으로 이기는 편법은 결국은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해서 자신의 실력을 키우는데 집중합니다.
어느정도 새로운 기법을 완성한 후에는 이제 억지로 봉인하고 있었던 과거 자신이 사용하던 기법과 융합시켜
더 탄탄하게 완성해나가려고 하는 주인공입니다.


바둑을 소재로 하는 소설이나 만화는 기존에도 있었죠.
유명한 작품인 고스트바둑왕을 비롯해서 국내외에 수많은 작품이 있습니다.
당장 우리나라만해도 문피아나 노벨피아에도 이 소설 말고도 다른 바둑소설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바둑 소설들 중에는 소설로서의 재미보다 교육자료에 가까울 정도로
지루하게 매번 돌을 어디에 놓고 어떻게 되었고 하는 것으로 분량의 대부분을 때우는 것도 있죠.
그렇다고 저런 내용이 전혀 없으면 바둑 소설이 아닌 것 같은 느낌도 들구요.


오궁도화는 그 밸런스를 적절하게 조절했습니다.
사키라는 만화가 있죠.
마작을 소재로하는 만화이지만 캐릭터성과 배경스토리, 그리고 대회에서의 긴장감 넘치는 연출 등으로
마작 룰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재미있게 볼 수 있게 만든 스포츠물입니다.

오궁도화의 경우도 바둑 룰을 몰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적절하게 묘사되는 소설입니다.
어디에 돌을 놓을지 묘사가 필요한 경우에는 하고, 필요 없을 때는 하지 않는 방식이죠.
대회에서의 긴장감은 상대적으로 다른 스포츠물에 비해 좀 떨어지는데 주인공뿐만 아니라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감정묘사로 스토리성을 커버합니다.

초반에는 너무 체력적인 약점을 강조하고 대국 묘사가 흡입력이 없고 산만한 경향이 있었는데 후반에는 많이 개선되었습니다.
과거로 돌아가면 주식이나 코인으로 돈을 버는 것이 일반적인 현대회귀물답게
이 소설의 주인공도 처음에는 급전이 필요하니 일단 대회상금으로 커버했지만 나중에는 투자로 돈을 불립니다.
하지만 메인은 바둑 소설이기 때문에 바둑에 대한 것이 대부분의 분량을 차지합니다.

현재 81화까지 무료로 연재된 상태입니다.
연재주기가 상당히 들쑥날쑥인 것이 단점입니다.



2. 인방하는 미소녀 헌터 (노벨피아)
https://novelpia.com/novel/8396

현대배경 소설빙의 TS물입니다.

완결을 앞둔 소설을 읽던 주인공인데 최신화가 올라와서 봤더니 마지막편이 아니라 연중공지입니다.
작가에게 따졌더니 소설 속으로 빙의하게 됩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TS 소설빙의물과 달리 처음에는 그냥 평범한 20대 남자의 몸에 빙의합니다.
약을 먹고 자살한 남자의 몸인데 죽기전에 자신의 시체를 발견할 사람을 위해 통장과 도장, 쪽지를 남긴 상태입니다.
그리고 쪽지와 일기장을 통해 남자에 대해 알게 됩니다.

그런데 날짜를 보니 빙의하기 전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똑같은 한국이고 날짜도 비슷해서 이 세계에서 자신의 휴대폰과 가족, 친구 등에게 연락을 했지만 원래 폰번호는 없는 번호가 되어있고
가족과 친구들은 자신을 전혀 모른다고 합니다.
인터넷으로 역사를 검색해도 기존의 세계와 동일하고, 심지어 이직을 고민하던 회사의 구인글까지 그대로라고 합니다.
친구의 SNS를 보니 자신이 함께 찍혀있던 단체사진에 다른 사람의 모습이 있습니다.
주인공만 대체된 것이죠.

집도 있고 통장에 돈도 많아서 새로운 세상에서 생활하는데는 문제가 없는 상황인데 TV를 틀어보니 긴급속보가 나옵니다.
강원도에 갑작스러운 지진과 폭풍우가 발생하고 검은 구체가 등장했다는 속보이죠.
그렇게 주인공은 소설 속으로 빙의했다는 사실을 깨닿게 됩니다.


보통 소설 빙의물은 여기서 원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원작에 개입하게 되죠.
이 주인공은 돈도 많겠다 위험한 원작 스토리에는 접하지 않고 배째라하고 살아가려고 합니다.

당연히 이 상황을 그냥 지켜보지 않을 원작자는 주인공을 강제로 각성자로 만들고 TS도 시킵니다.
그리고는 작품에 애정이 없는 것 같아 동기부여를 해줬다는 문자를 보내게 되죠.


강원도에 나타난 검은 구체는 일정기간이 지난 후 푸른 구체로 변화하게 되고 접촉하는 적합자와 각성자들을 빨아들입니다.
그 안은 다른 세상으로 일종의 게이트 같은 것이죠.
내부의 크기는 구체마다 다르고 몬스터의 종류나 난이도도 다릅니다.
일정기간 내에 내부의 몬스터를 소탕하지 않으면 붉은 구체로 변한 후 팽창하고는 그 주변을 잠식하게 됩니다.
그 상태가 되면 더이상 손을 쓸 수가 없어서 사용하지 못하는 땅이 되죠.

소설에서는 이후 수많은 게이트로 인해 지구가 황폐화 되었으나
반대로 게이트를 클리어하고 녹색 구체가 되면 이제 몬스터 걱정 없이 그 안의 땅과 천연자원들을 활용할 수 있어 새로운 신대륙으로 각광받습니다.

하지만 최초로 나타난 강원도의 검은 구체는 원작에서 수많은 탐색대를 실종시키고 내부에는 어떤 몬스터가 도사리는지 아무런 정보가 없습니다.
주인공은 최초의 각성자로서 자신이 아는 정보를 알려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가지게 만들고
실종될 운명의 탐색대를 구하기 위해 정부와 군이 처음부터 제대로 대응하게 만들려고 합니다.

하지만 TS 되면서 신원도 불분명해진데다 일개 개인이 뭔가를 하기는 어렵죠.
1인 시위를 하거나 방송국에 출연해서 예언자 행세를 하는 것도 비현실적입니다.

그래서 주인공은 TS로 인한 뛰어난 외모를 살려 인터넷 방송으로 유명세를 얻은 뒤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이 아는 정보를 점점 풀어서 사람들이 경각심을 가지게 만들려고 합니다.
각성자가 된 상황이라 육체적 능력도 매우 뛰어나서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상태입니다.


설정은 저런데 사실 작가가 그냥 TS 인방물을 쓰고 싶어서 저런 핑계를 대는 것 같기도 하네요.
실제로 이후 검은 구체가 푸른 구체로 바뀔 때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인데 주인공은 느긋하게 여캠방송을 하거나 게임방송을 합니다.


한참동안 게이트와는 관련없이 그냥 평범한 인방물을 찍는데 이 시점에서 사실 하차할까 고민했었습니다.
다른 TS인방물이나 게임방송물과 비교해서 상당히 재미없는 편이었거든요.
하지만 제목에 있는 헌터라는 문구와 언젠가는 게이트에 들어가게 될테니 지금까지 읽은게 아까워서
거기까지만이라도 한번 보고 하차하려고 참았더니 약 40화 정도에 포탈에 들어가네요.

그런데 포탈에 들어가니까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소설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엄청 죽어나가는 상황인데 중간중간 고구마 등장인물도 나옵니다.
개연성도 엉망이고 붉은 구체가 되기까지 시간제한에 쫓기는 것처럼 묘사해놓고 막상 안에서는 전혀 거기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습니다.
한참 뒤에야 게이트 내부에 사람이 있으면 붉은 구체로 바뀌지 않는 다는 설정을 언급하는데 이 부분에서 작가가 독자 입장에서 글을 읽어보지 않는 다는 것이 드러나게 되죠.
작가야 설정을 알고 있으니 당연한듯이 진행하는데 독자는 작가가 묘사한 내용 밖에 모르니까요.

주인공이 게이트 클리어를 서두르지 않는 것을 보고 가능성은 떠올릴 수 있지만 소설에서 명확하게 언급된 내용도 아니고
오히려 기존에는 시간제한에 대해 엄청 강조하고 있었죠.
그 후 이 막장 소설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좀 더 지켜보려고 지난주에 소개글을 적지 않고 이번주로 미뤘습니다.


그런데 이 소설은 노벨피아 공모전에 도전한 작품입니다.
공모전은 5월 4일에 끝났죠.
이 소설의 마지막 연재일은 5월 3일입니다.
첫번째 게이트가 클리어되고 이제부터 본격적인 헌터물이 시작될 것 같은 시점에 급완결이 나버립니다.
사실 연중인지 완결인지 애매한 상태로 끝나는데 완결공지도 없습니다.

그리고는 오늘 소개글을 쓰려고 보니까 유료화를 했네요.
아무래도 공모전 기간에 맞춰서 작가가 써보고 싶었던 TS인방물, 게임방송물, 헌터물을 다 짬뽕으로 넣은 다음 마무리지은 것 같습니다.
일단 저 3가지가 하나의 소설에 다 들어가는 것은 흔치 않기 때문에 색다른 느낌을 추구해서 한번쯤 읽어볼만하기는 합니다.

초반에 미래시점을 묘사한 것처럼 보이는 장면이 있는데 마지막 편과는 설정이 충돌하는 내용이죠.
일단은 열린결말처럼 끝났으니 저런 미래가 될 가능성이 0%는 아니지만
작가가 제대로 플롯을 짜지 않고 공모전이 끝나자 급완결을 내버린 느낌입니다.



3. 최면어플이 가짜였다 (노벨피아)
https://novelpia.com/novel/12629

19금 현대배경 착각계 헌터물입니다.

각성자이지만 F급인 주인공이 S급 각성자들이 있는 길드에서 얀데레 S급 각성자들에게 최면어플을 사용했었습니다.
하지만 알고보니 그 최면어플은 가짜였고 S급 각성자들은 최면에 걸린척을 하고 있었던 것이죠.

어플이 가짜라는 것을 알게된 주인공은 지금까지 최면을 걸고 명령했던 것들을 떠올리며 두려움에 떨게 되는데
아직 히로인들은 주인공이 최면어플이 가짜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위기의 순간 다시 최면어플을 사용하는 주인공인데 서로가 가짜 최면어플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상태로
최면에 걸린척 하는 히로인과 최면을 건 척하는 주인공의 기묘한 대치구도가 이어집니다.

아직 분량이 적어서 저는 13화까지 나왔을 때 읽은 상태였는데
지금 소개글을 쓰려고 보니 15화까지 연재된 상태이고 유료화가 되었네요.
노벨피아 유료화는 15화부터 신청 가능하고 15화까지는 무료분량입니다.

가끔 최면에 걸린척 하는 단편만화나 소설이 있는데 이렇게 장편의 형태로 나오는 것은 드물죠.
현재 연재된 15화까지는 무료니까 노벨피아를 이용해본적이 없더라도 부담없이 한번쯤 볼 수는 있습니다.



4. 여성향 판무의 편집자 (노벨피아)
https://novelpia.com/novel/6742

현대배경 남녀역전 출판사 편집자물입니다.

남녀역전 세계이지만 다른 것은 똑같은데 남녀의 창작물 취향만 반대입니다.
남자는 로맨스소설, 여자는 판타지와 무협소설을 좋아하는 세계이죠.
그 외에는 대부분 현실과 비슷합니다.

주인공은 원래 인기없는 판타지 작가였는데 편집자와 미팅을 하기 위해 택시를 타고 가는 도중 다른세계로 이동하게 됩니다.
판타지를 담당하는 편집자는 여자가 되어있고, 주인공은 판타지 작가 중에서는 보기 드문 남자라는 것입니다.

재능부족을 이유로 작가로서의 길을 포기하게 되는 주인공인데 주인공이 올린 리뷰글을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오른 작품이 있는 등
자신은 글을 재미있게 못 쓰지만 다른 사람의 글을 평가하고 개선방안을 찾아주는 것에 재능이 있다고 묘사되는 주인공입니다.

그 후 주인공은 편집자로서 스카웃되고 자신이 올린 리뷰글로 인해 유명해진 작품의 작가를 담당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작가는 손목도 여러번 그었고 주인공에게 의존하고 있는 상태이죠.
그리고 나중에 주인공이 다른 작품도 동시에 담당하게 되자 그 작가에게 질투를 하면서 주인공을 향한 독점욕을 드러내게 됩니다.
한마디로 편집자 주인공의 하렘물인 것이죠.


알고보니 지난번에 소개한 괴담아파트와 동일한 작가입니다.
공모전용으로 이 글을 같이 썼나본데 공모전이 끝나고는 유료화했네요.
작가가 회사생활을 해본적이 없다는데 출판사에 관련된 내용은 커뮤니티 등을 통해 얻은 정보로 적당히 쓴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글의 특성상 커뮤니티에 관련된 내용이 굉장히 많이 나오는데 작가가 디씨에서 하루종일 사는 것 같더군요.
주인공뿐만 아니라 다른 등장인물들도 디씨 활동을 하는 내용이 매우 빈번하게 나오고
간혹 카페나 집에서 다른 편집자나 작가와 만나는 내용도 나오지만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은편이고
주인공에게 있어서 커뮤니티와 출판사만이 세상의 모든 것으로 묘사됩니다.




이번에 읽은 소설 중에서는 1번 오궁도화가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문피아 소설도 몇 개 읽었는데 대부분 별로라서 초반에 빠르게 하차했더니 이번에는 노벨피아 소설이 대부분이네요.
기존에 읽던 작품들은 여전히 카카오, 네이버, 문피아에서 연재하고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3곳의 사이트 모두 꾸준히 이용하고 있는 상태이지만
신작 소개글에서는 드물게 노벨피아 파티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