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농구의 희망’ 여준석(21·2m3㎝)이 미국프로농구(NBA) 입성을 위한 전초기지로 NCAA(전미대학스포츠협회) 무대를 선택했다. 명문 곤자가 대학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본격적으로 미국 농구 적응에 나선다.

곤자가대 농구팀은 17일 “여준석이 2023년 곤자가대에 입학한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마크 퓨(61) 곤자가대 농구팀 감독은 “여준석이 2022~23시즌부터 팀에 합류해 훈련을 시작한다”면서 “관련 규정에 따라 NCAA 공식 경기 출전은 2023~24시즌부터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국 선수가 NCAA 무대에 진출하는 건 지난 2019년 이현중(23·2m1㎝)이 스테픈 커리(35·골든스테이트)의 모교 데이비슨대에 입학한 이후 4년 만이다.

미국 워싱턴주 곤자가대는 미국 대학농구 명문이다. 17일 AP통신이 발표한 2022~23시즌 전미 톱25 랭킹에서 6위에 이름을 올렸다. USA투데이가 매주 공개하는 순위에서도 6위다. 지난 2017년과 2021년 ‘3월의 광란’이라 불리는 NCAA 디비전1 토너먼트에서 잇달아 준우승을 거두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1999년 이후 지난해까지 5차례 8강에 올랐고, 16강에는 12차례 진출했다.

최근 성적도 준수하다. NCAA 남자농구 웨스트 콘퍼런스(WC) 소속으로 2022~23시즌 16승3패로 순항 중이다. 최근 5년간 4차례나 WC 1번 시드를 배정받았고, 매번 90%에 육박하는 승률을 기록하며 1~2위를 기록했다.

NBA 무대에서 뛰는 스타도 여러 명 배출했다. 통산 어시스트(1만5806개)와 스틸(3265개) 1위에 빛나는 레전드 가드 존 스탁턴(61)이 바로 이 대학 출신이다. 최근에는 올 시즌 새크라멘토 돌풍의 주인공 도만타스 사보니스(27)를 비롯해 2022년 NBA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순위 쳇 홈그렌(21·오클라호마시티), 2021년 1라운드 5순위 제일런 석스(22·올랜도) 등을 배출했다.

동양인 선수를 NBA 무대에 올려보낸 경험도 있다. 일본인 하치무라 루이(25)가 곤자가대에서 3년 간 기량을 갈고닦은 뒤 지난 2019년 1라운드 9순위로 워싱턴 유니폼을 입었다.

여준석은 한국 농구의 미래를 이끌 기대주다. 운동 능력이 발군이다. 2m3㎝의 키에 서전트 점프 83.7㎝를 자랑한다. 맥스 버티컬(러닝) 점프는 96.5㎝로, 타점이 3m30㎝가 넘는다. 볼을 풍차처럼 한 바퀴 돌린 후 림에 내리꽂는 고난도의 윈드밀 덩크를 구사할 수 있다. 지난 2021년 국제농구연맹 19세 이하 월드컵에서는 경기당 평균 25.6점을 기록하며 한국인 최초로 이 대회 득점왕에 올랐다. 리바운드(10.6개) 2위, 스틸(2.1개) 5위, 공헌도(24.7) 1위 등 멀티 플레이어로 국제 농구계의 주목을 받았다. 배우 서강준을 닮은 외모도 화제가 됐다. 그래서 ‘농구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LA클리퍼스의 카와이 레너드(32)다. 공수를 겸비한 정상급 선수로 성장해 NBA에 진출하는 게 그의 꿈이다. 여준석은 지난해 7월 고려대를 휴학하고 G리그(NBA 하부리그) 또는 호주 프로리그 진출을 추진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자 일단 미국 대학농구로 방향을 틀었다. 여준석은 “나에게 매우 좋은 기회다. 곤자가의 일원이자 가족이 돼 정말 기쁘고 행복하다”는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