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브리그 잘 봤습니다. (스포주의)

주말을 맞이해 미루었던 스토브리그 정주행을 끝냈습니다.

어제 저녁부터 봤더니 생각보다 금방 정주행이 끝나더군요.

뭘 한가지 시작하면 단기간에 끝을 보는 성격이라...

드라마 자체는 잘 만든 스포츠 드라마였습니다.

나름(?) 고증도 착실하려 노력한 구석이 보이고,

야구에 크게 관심 없던 저에게도 야구가 꽤 재미있는 스포츠구나 하는 관점의 변화도 일으켜 주었으니까요.

다만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감독의 캐릭터였습니다.

다른 등장인물들은 모두 저마다 한걸음을 내딛어 더 나은 사람으로 탈바꿈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백승수(남궁민)과의 트러블도 생기고 말이죠.

귀여운 악역이었던 권 경민(오정세)조차도 본인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한걸음 내딛죠.

마케팅 팀장도 매너리즘에서 탈피하였고, 흐리멍텅한 눈이었던 스카우트팀 차장도 눈을 뜨는 등,

많은 캐릭터들이 저마다의 용기로 한걸음을 내딛었죠.

하지만 감독은 달랐습니다.

단 한 번도 용기를 내지 않고, 팀의 변화에 무임승차를 해 버렸죠.

물론 아들의 병원비 때문이라는 문제가 있기는 했으나,

사실 이것도 웃긴것이 애초에 짤릴 상황이었던 그에게 동아줄을 내려 준 것은 백단장이었죠.

그는 결국 아무런 노력 없이 동아줄을 받고,  그 동아줄을 내려준 사람을 끌어내리고,

또 끌어내린 그 사람에 의해 동아줄에서 떨어지지 않을 수 있도록 엎혀가기까지 하죠.

어디에도 사연 없는 무덤은 없다고 하는데,

감독의 불행한 가정사가 그 감독이 다른 이들의 용기와 노력에 대한 보상에 무임승차를 해도 될만큼 구구절절했는가에 대해선,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스토브리그의 호쾌한 진행 속에서도 감독이라는 캐릭터만큼은 어금니 사이에 낀 무언가처럼,

찝찝하면서 성가시더군요.

그 점만 제외한다면 정말 재미있는 스포츠 드라마였습니다.

p.s. 오정세, 남궁민이야 원래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 익히 알고 있었으나, 박은빈 배우는 작품으로는 처음 보는데 연기가 좋더군요.

     정말 보물같은 배역을 얻었다고 봅니다. 또 다시 좋은 작품으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