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용 총검은 날이 세워져 있지 않다?

군용 총검은 날이 세워져 있지 않다?

[밀리터리 과학상식] 전투 상황과 용도에 맞게 제작

얼마 전 해군과 공군에 이어 육군에서도 총검술 폐지를 논의하면서 네티즌들 사이에 총검술의 효용에 대해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군대에서 총검술, 더 나아가서는 냉병기나 맨손을 사용하는 모든 무술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어떤 전투에서건 총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은 있을 수 있다. 또한 무술을 연마하면 전투에 필요한 체력과 정신력(특히 자신감과 단체 정신)을 배양할 수 있다. 정신없는 전투 상황에서 필요한 기술이 몸에 배어 반사적으로 구사되도록 하는 머슬 메모리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또한 도구라는 점에서 접근하면 칼은 인류 최초이자 최후의 무기다. 인간은 석기 시대부터 칼(당시에는 돌칼)을 사용했다. 오늘날에도 우리는 칼로 조리한 음식을 먹고, 사무실에서 칼로 택배 상자를 잘라 연다. 전시에 야외생활을 할 때도 칼은 전투 이외에도 무척이나 다양한 용도로 쓰이게 된다.

‘총칼’이라는 말에서 드러나듯이, 칼은 군대의 무력 자체를 상징한다. 동시에 칼이 없는 문명 생활 역시 상상할 수 없다. 그리고 칼은 심리적인 효과도 상당한 무기다. 칼로 공격하는 공격자는 상당한 자신감과 호전성을, 칼에 공격당하는 방어자는 상당한 공포감을 얻게 된다.

때문에 아무리 과학기술이 발전해 첨단 병기가 나온다고 해도, 군대에서 총검을 포함한 칼을 모두 치워 버릴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군대의 칼. 그 실체에 대해 얼마나 알려져 있을까.

M-7 총검. 군복무를 마친 분들에게는 총검의 대명사격인 물건이다. Ⓒ이동훈

우리나라 군대에서 병사들에게 지급되는 칼은 M-7 총검, 그리고 특전 대검 이렇게 두 가지의 총검이다. 총검이라는 분류명에서 알 수 있듯이 둘 다 M-16/K-1/K-2 소총에 착검하여 총검술 구사가 가능하다.

그리고 총검술에서 특히 중점적으로 가르치는 동작은 ‘찌르기’ 동작이다. 그것은 ‘찌르기’ 동작이 ‘베기’ 나 ‘때려’ 동작에 비해 인체에 더 큰 타격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총검은 이러한 찌르기 동작에 유리하게끔 설계된다. 앞서 말한 두 총검 중, M-7 총검은 총검술 구사에 최적화된 설계를 지니고 있다. 군더더기 없는 칼날 디자인을 갖추고 있어, 칼날을 쉽게 찔러 넣었다가 쉽게 빼낼 수 있다.

바로 여기서 총검이 날이 세워져 있지 않은 이유도 알 수 있다. 앞서도 말했듯이 총검술의 동작은 찌르기가 중점이다. 그리고 찌르기 동작은 총검이 착검된 소총의 무게는 물론, 이를 든 병사의 체중까지 실어 구사된다. 그런데 날이 잘 서는 경도 높은 철로 총검을 제작한다면, 이렇게 큰 하중이 걸릴 때 총검의 날이 부러져 버리기 십상이다. 따라서 총검은 큰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비교적 경도 낮은 철로 제작된다. 때문에 날을 세워 봤자 잘 서지 않으므로 공장 출하시에도 아예 날을 세우지 않는 것이다.

또한 병사들이 임의로 날을 세워도 날이 잘 서지 않고 부식 방지 피막이 까져 녹만 쉽게 슨다. 여담이지만 칼날의 경도를 재는 대표적인 단위는 로크웰 경도(Rockwell Hardness, 0~100까지 있다)이며, 숫자가 높을수록 경도가 높다. 총검의 로크웰 경도는 보통 50 내외. 식칼의 로크웰 경도가 최소 55 고, 60 을 넘는 제품도 있음을 감안하면 분명 경도가 높은 철은 아니다.

특전 대검은 칼날에 철조망 절단기와 끌이 달려 있어, 표적을 찌를 때 저항이 심하다. 따라서 총검술에 최적화된 디자인은 아니다. 이런 디자인을 한 것은 특전 대검을 주로 사용하는 특수부대는 착검된 소총으로 총검술을 하는 빈도가 보병에 비해 적고, 그보다는 총검의 부가 기능을 이용해 다른 용도에 사용해야 할 경우가 많다는 판단 때문이다.

총검에 철조망 절단기나 끌, 캔 따개 등 이런저런 부가 기능을 붙이는 것은 1950년대 소련의 AKM 소총용 총검에서부터 시작된 유행이다.

하지만 앞서 말한 대로 이런 설계는 총검의 살상력을 떨어뜨리는 문제가 있다. 그리고 막상 사용해보면 전용 공구만큼 편하고 효율적이지도 않다.

미국의 멀티툴. 그 모양에서도 알 수 있듯이 칼이라기 보다는 칼을 포함한 여러 가지 공구가 들어있는 플라이어에 가깝다. Ⓒ이동훈

때문에 특수부대원이라면 보통 지급받은 총검 외에도 공구 성격이 강한 멀티 툴 나이프, 다용도로 쓸 수 있는 폴딩 나이프, 대검격투에 특화된 전투용 나이프 등을 준비해 장비하는 경우가 많다. 특수부대의 야전 생활에서는 다양한 상황에 직면할 경우가 많은데, 하나의 칼로 그 모든 용도에 다 대처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보병에 비해 근접 전투의 강도와 빈도가 높은 특수부대는 소총에 착검할 여유도 없이 백병전에 돌입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칼을 쓰더라도 착검해서 총검술을 하기 보다는 손에 쥔 상태로 사용하는 것을 선호한다. 이런 경우에는 전투용 나이프가 총검보다 나은 선택일 수도 있다. 총검은 착검장치가 있어 무게균형과 파지감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군용 대검(M7)이 날이 서있지 않은 이유.txt

↑ 세 줄 요약

1) 대검은 죽창마냥 찌르기에 특화된 냉병기

2) 날을 갈면 잘 베이지만 대검이 깨지거나 날이 쉽게 무뎌져요(+ 오지게 녹슬어요)

3) 뭉뚝한 채로 찔러도 체중 실으면 죽창딜 잘 박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