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조사 나오자 망치로 PC 부순 쌍용양회…대법 “870억원 과징금 정당”
박은하 기자 [email protected]
시멘트 가격을 담합하고 정부의 조사를 방해한 시멘트 제조업체에 과징금 870억원을 부과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은 정당하다고 대법원이 판결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쌍용양회공업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과징금납부명령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판결했다고 30일 밝혔다.
쌍용양회 등 6개 시멘트회사들은 국내 시멘트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시장점유율과 가격을 담합했다가 2016년 공정위에 적발됐다. 이들 회사들은 2010년 하반기부터 업체별 시장점유율을 미리 담합한 것에 이어 2012년까지 담합으로 시멘트 가격 인상을 결정하고 인상된 가격을 수용하지 않는 레미콘업체에 공급을 중단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회사 6곳에 과징금을 총 1994억원 부과했다. 이 중 쌍용양회는 점유율 1위(22.85%) 업체이다. 공정위는 쌍용양회가 공정위 조사를 방해했다고 봤다. 쌍용양회가 공정위 조사 기간 디지털 포렌식이 불가능하도록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망치로 부수고 직원들이 PC를 바꾸게 한 일 등을 조사 방해라고 봤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담합으로 얻은 이익을 바탕으로 계산한 기본 과징금에 20% 가중을 적용해 총 870억원을 쌍용양회에 부과했다.
쌍용양회는 조사방해를 근거로 과징금을 가중해 산정한 것은 법령에 근거가 없고 형평의 원칙을 위반한다며 소송을 냈다. 이에 원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공정거래법은 과징금 산정 시 고려해야 할 참작 사유를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과징금 제도의 취지와 목적을 달성하는데 적합한 고려요소를 추가할 수 있는 재량권을 공정위에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거래법이나 공정위의 과징금 산정 고시에 조사를 방해하면 과징금을 정확히 ‘20%’ 가중한다는 규정은 없지만, 과징금 산정 고시에 조사방해 행위를 가중요소로 정한 규정에 따라 공정위에게 재량권이 있는 것으로 봤다.
대법원도 “과징금 고시 조항은 행정청 내부의 재량준칙”이라며 “재량준칙은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하지 않는 한 존중돼야 한다”며 공정위의 손을 들어 원심을 확정했다. 공정거래 소송은 신속한 판단으로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공정위 판정이 1심 격에 해당한다고 보고, 서울고법과 대법원의 2심 체제로 운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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