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사 대금 후려치고 작업 부당취소···대우조선 과징금 153억 및 검찰고발
박광연 기자 [email protected]
대우조선해양이 하도급업체들에게 줄 대금을 후려치고 위탁한 작업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혐의로 150억원대 과징금을 물고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정부가 국내 조선 3사를 상대로 2018년 본격 착수한 대규모 ‘하도급 갑질’ 제재가 마무리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약서 사후 발급과 부당한 단가 결정, 일방적 위탁 취소 등 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대우조선해양 법인을 검찰에 고발한다고 29일 밝혔다. 시정명령과 과징금 153억원의 행정 제재도 부과한다.
공정위 조사·심의 결과 대우조선해양은 2015~2019년 186개 사내 하도급업체에 위탁한 1만6681건의 선박·해양 플랜트 제조 작업 계약서를 뒤늦게 지급했다. 작업 시작 전 계약서를 발급하라는 하도급법 규정과 달리, 업계의 ‘선시공 후계약’ 관행에 따라 작업이 시작된 이후 발급한 것이다.
공정위는 “하도급업체는 구체적 작업과 대금을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우선 작업을 진행했다”며 “이후 대우조선해양이 사후에 일방적으로 정한 대금을 받아들여야 하는 불리한 지위에 놓일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은 2016~2019년 91개 사내 하도급업체에 맡긴 추가 공사 1471건의 대금을 뒤늦게 정하며 후려친 혐의도 받는다. 사내 하도급업체에 줄 대금은 작업물량을 노동시간 단위로 변환한 ‘시수’에 1시수당 단가인 ‘임률단가’를 곱해 결정됐다.
대우조선해양은 하도급업체가 실제 투입한 시수(24만9430시수)의 72% 가량(18만805시수)을 일방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하도급업체들이 받은 대금이 제조원가보다 12억원 가량 적었다는 것이 공정위 판단이다.
공정위는 같은 기간 194개 사외 하도급업체에 위탁한 제조 작업 11만1150건을 부당하게 취소한 혐의도 적용했다. 하도급법은 ‘하도급업체의 책임이 없을 경우 위탁을 임의로 취소·변경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은 설계 변경이나 선주 요구 등 명목으로 작업 발주를 취소하거나 변경했다.
공정위는 “대우조선해양은 사외 하도급업체들에게 위탁 취소·변경 동의 여부만 선택하도록 하고, 하도급업체가 입을 손실 등을 실질적으로 협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번 제재에 대해 “다수의 신고 내용을 포함한 3년 간의 하도급거래 내역 전반을 정밀 조사해 일괄 처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대우조선해양을 끝으로 국내 대형 조선사들의 대규모 하도급법 위반 행위에 대한 제재가 마무리됐다. 공정위는 2018년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한 뒤 지난해 12월 현대중공업(검찰 고발 및 과징금 208억원)과 올해 4월 삼성중공업(검찰 고발 및 과징금 36억원)을 제재한 바 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공정위 제재가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해 현재 서울고법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대우조선해양도 제재 내용이 담긴 공정위 의결서를 받은 뒤 소송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공정위 통보가 오면 내부 방침을 정해서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선 3사 하도급업체들은 정부에 피해구제와 함께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조선3사 하도급 갑질 피해하청업체 대책위원회’ 측 고문변호사인 김남주 변호사(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피해 업체들은 공정위가 조선 3사를 상대로 피해금액 ‘지급 명령’을 하지 않는 점을 아쉬워하고 있다”며 “조선사들의 불공정 하도급거래 관행을 근절시키는 방향으로 공정위의 행정제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계약서가 불공정하게 쓰여지고 대금을 결정하는 다양한 정보가 하도급업체에 제공되지 않는 등의 근본적 문제 해결에 국회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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