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대금 80억원 후려친 한온시스템에 115억 과징금
박상영 기자 [email protected]
공정거래위원회는 5개 하도급업체들의 대금 80억5000만원을 부당하게 감액한 자동차 에어컨·히터 제조업체인 한온시스템에 과징금 115억원을 부과한다고 24일 밝혔다. 이는 하도급대금 감액 제재 중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이다. 공정위는 그동안 깎은 하도급대금과 지연이자를 포함해 약 133억원을 업체에 지급하라는 명령과 함께 한온시스템 법인도 고발하기로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한온시스템은 2015년 6월부터 2017년 8월까지 원가절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106회에 걸쳐 이미 결정된 납품대금을 사후 협상이라는 명목으로 깎았다. 2015년 하반기에는‘도전목표’라 불리는 추가 절감목표를 세워 모든 협력사를 대상으로 10%의 추가 절감을 요구하기도 했다.
한온시스템은 자신과 거래하는 하도급업체들의 거래의존도·영업이익률 등을 파악하고 이를 이용해 남품대금 감액을 요구했다.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에는 발주물량을 감축하거나 타 업체로 거래처를 변경하겠다고 위협했다. 하도급업체들은 부당한 요구를 받으면서도 오히려 선처를 부탁하며 납품대금 감액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한온시스템은 공정위 조사에 대비해 하도급업체와‘감액 합의서’도 작성했다. 합의서에는 한온시스템의 기여에 의해 하도급업체의 생산성이 향상됐고 이러한 원가절감 효과를 공유하기 위해 하도급업체 측에서 자발적으로 감액을 요청했다는 내용이 담기도록 압박했다. 이 과정에서 하도급업체에게 자발적으로 감액을 요청하는 내용의 공문을 제출할 것을 요구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실제 한온시스템은 하도급업체 A사에 설비를 임대해주며 교육·지원을 했고 업체가 이에 대한 대가로 자발적으로 1억원을 감액을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2005년 진행된 설비 임대 효과를 11년 후에 정산했다는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도급업체 B사는 신규수주 입찰 견적서를 제출하며 낙찰될 경우 3000만원을 일시불로 지급하는 조건을 제시해 해당 금액을 정산했다고 한온시스템은 주장했지만 조사 결과, 신규수주와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감액을 요구한 사실이 확인됐다.
공정위가 조사 과정에서 감액의 정당한 사유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 제출을 요구하자 자료를 조작하기도 했다. 육성권 공정위 기업거래정책국장은 “감액 사유와 관련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견적서·계약서·회의록 등을 새롭게 만들거나 원본에 없던 문구를 삽입하는 방식으로 허위자료를 작성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허위자료를 제출한 것에 대해서는 2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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