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CVC, 펀드 자금 40%까지 외부조달…전문가들 “금산분리 무력화”

CVC, 펀드 자금 40%까지 외부조달…전문가들 “금산분리 무력화”
박상영 기자 [email protected]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대기업 일반지주회사의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 소유를 허용하기로 했다. 다만 문어발식 계열사 확장을 막기 위해 지주회사가 지분 100%를 보유하도록 했다. 일감 몰아주기를 막기 위해 총수일가가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에 투자하는 것은 금지된다(경향신문 6월17일자 1면 보도). 하지만 외부 자금을 40%나 끌어올 수 있도록 하면서 사실상 ‘금산분리’ 규제가 무너졌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겸 경제장관회의에서 “일반지주회사의 CVC 소유를 원칙적으로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일반지주회사의 CVC 보유를 허용하는 대신 부작용을 막기 위해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먼저 적은 돈으로 다수의 CVC를 설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일반지주회사가 지분 100%를 소유하도록 했다. 차입규모도 자기자본의 200%로 제한했다. 총수일가와 금융 계열사의 출자를 막고 외부자금도 펀드 조성액의 최대 40%로 제한했다.

투자 대상도 제한했다. CVC는 총수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벤처기업에 투자할 수 없다. 총수 3·4세가 지분을 보유한 벤처회사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경영권 승계에 활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경제력 집중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 5조원 이상)에도 투자할 수 없다. CVC의 출자자 현황, 투자내역, 자금대차관계, 특수관계인 거래관계 등도 공정거래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정진욱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CVC가 어떤 회사에 투자했는지도 들여다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외부자금을 펀드 조성액의 40%까지 허용하기로 한 것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간 공정거래위는 지주회사의 ‘자체 자금’으로 제한하자고 주장해왔으나 결국 벤처투자 문턱을 낮추기 위해 외부자금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기재부의 주장 쪽으로 결론이 났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수신이라는 금융업의 본질적인 기능을 가진 자회사 설립을 허용하는 것은 지주회사의 금산분리 규제를 허무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일반지주회사의 금융회사 소유를 막고 있다. 적은 지분으로도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지주회사 특성상 고객의 돈으로 총수일가가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만큼 금융회사 설립을 엄격히 금지한 것이다. 막대한 규모의 사내 유보금을 벤처투자로 유도하겠다는 당초 취지와도 어긋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총수일가가 CVC를 사익편취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강정민 경제개혁연대 연구위원은 “총수일가가 직접 CVC에 투자하는 것은 금지하지만 계열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CVC에 투자하는 것은 막지 못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