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라임 사태' 또다른 '키맨'?…"금감원 출신 유명로펌 고문이 문제 해결"
이보라 기자 [email protected]
1조6000억원대 라임자산운용(라임) 펀드 환매중단 사건의 또다른 ‘키맨’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신증권의 라임 펀드 판매에 1조원 이상을 유치한 장모 전 대신증권 센터장이 한 피해자에게 “금융감독원 출신 유명로펌 고문·변호사가 라임의 금감원 관련 문제를 해결했다”고 주장했다.
25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녹취파일에 따르면 장 전 센터장은 지난 1월11일 만난 라임 펀드 환매중단 사건의 피해자에게 “(내가) 보여드린 ‘라임 인수단’에 있는 ㄱ로펌 ㄴ고문이 금감원 국장 출신이다. 라임이 금감원 관련 문제가 있던 것을 이 분이 계속 풀어줬다”고 말했다. 피해자가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할까봐 우려하자 장 전 센터장이 피해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한 말이다.
ㄴ고문은 30여년간 한국은행 은행감독원과 금융감독원에 근무했다. 한 금융회사 상임감사·사외이사도 역임했다. ㄱ로펌은 지난 2018년 환매 중단된 라임 펀드 가운데 가장 규모가 컸던 ‘무역금융펀드’(플루토 TF-1호) 개발과 관련해 법률 검토를 했던 곳이다. 라임 인수단은 라임의 전주(錢主)로 알려진 김모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라임을 살리겠다며 인수하려고 꾸리려던 집단이다.
장 전 센터장은 ㄱ로펌의 ㄷ변호사도 라임의 금감원 관련 문제를 해결했고, 다른 대기업의 문제도 해결해줬던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ㄱ로펌의) ㄷ변호사가 모 대기업 회장이 과거 한 기업을 인수할 때 총수익스왑(TRS)을 써서 (생긴) 과징금 100억원을 몇천만원으로 줄였다”며 “TRS 관련해 우리나라 1인자다. 장관 얘기까지 나올 정도”라고 했다. ㄷ변호사는 한 금융회사 변호사로 근무했으며, 금감원 금융감독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TRS는 증권사가 실제 투자자 대신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워 주식을 산 뒤 투자자로부터 정기 수수료를 받는 것을 말한다.
장 전 센터장은 피해자에게 그간 여러 차례 보도된 전 청와대 행정관인 금감원 소속 김모씨에 대한 언급도 했다. 그는 “이 분(김씨)이 금감원에서 대통령 비서실로 파견나간 분이다. 올해 초에 다시 나오게 된다. 이 분이 어레인지(arrange) 다 해줬다. 금감원 문제된 거 다 눌러줬다”고 했다. 김 전 회장에 대해서도 “이 분(김씨)이 그 회장하고 XX 친구다. 같은 고향이다. 이 분이 많이 도와주는 상황”이라고 했다. 김 전 회장과 김씨는 학연·지연이 있는 사이인 것으로 전해졌다.
녹취파일에 언급된 ㄴ고문은 이날 경향신문과 통화에서 장 전 센터장의 주장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그는 “제가 금감원을 나온 지 10년이 됐다. 당시 국장밖에 안 됐다. 제가 증권 전문가도 아니고 어떻게 해결을 하나. 금감원에서 일반적인 검사·제재는 경험이 있으니 라임에 법률적 자문을 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했다. 인수단 명단에 이름이 오른 데 대해서도 “김 전 회장을 알지 못한다. 보도를 통해 처음 알게 된 사실”이라고 했다.
ㄷ변호사도 “저희 로펌을 포함해 여러 로펌이 라임의 금감원 검사 부분에서 법리 자문을 한 것은 맞다. 하지만 항간에 떠도는 것처럼 문제를 해결해주는 차원이 아니라 일반적인 법률 자문이었다”고 했다. 모 대기업 문제와 관련해서는 “저희가 자문한 건이 아니다. 또 해당 대기업과 관련한 금융 당국의 TRS 관련 과태료 부과는 5000만원이 법정 최고금액이다. 처음과 그대로 결의가 났다. 깎아준 게 아니다”라고 했다. 라임 인수단 명단에 이름이 오른 데 대해서는 “김 전 회장을 전혀 알지 못한다. 굉장히 당황스럽다”고 했다.
언급된 대기업 관계자는 “당시 금융위와 금감원이 문제 삼은 건 금융회사지 우리 기업이 아니다. 장 전 센터장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그가 면탈하려고 한 말로 보인다”고 했다. 김씨는 앞서 청와대를 통해 “사실 무근이다. 장 전 센터장을 잘 알지도 못한다”고 했다.
라임 사태 피해자들은 라임 펀드 운용사와 판매사에 대해 추가로 검찰에 고소했다. 법무법인 우리는 이날 투자자 6명을 대리해 대신증권과 장 전 센터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전날 라임 ‘크레딧인슈어드펀드’ 피해자 14명도 라임, 신한금융투자, 신한은행 등을 사기·자본시장법 위반(사기적 부정거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사기·횡령) 등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했다. 분쟁조정에 나선 금감원은 다음달부터 라임 사태와 관련한 현장 조사에 착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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