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 불완전판매’ 손태승·함영주 ‘문책경고’ 중징계
김은성·안광호 기자 [email protected]
금융감독원이 30일 대규모 원금손실을 부른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관련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DLF 판매 당시 하나은행장)에 대해 중징계인 ‘문책경고’를 확정했다. 상품을 판 우리·KEB하나은행에 대해서도 6개월 업무 일부(사모펀드 판매)정지를 비롯해 각각 200억원대 과태료 부과 등의 중징계를 금융위원회에 건의하기로 했다. 이 같은 과태료는 역대 최대 규모다.
금감원은 이날 오후 여의도에서 세 번째 관련 제재심의위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제재심 의결은 법적 효력이 없어 향후 조치별로 금감원장 결재와 금융위 의결을 통해 2월 말쯤 최종 확정된다.
이번 임원 중징계는 DLF의 불완전판매가 직원들의 단순 잘못이 아닌 내부통제(시스템) 부실에 대처하지 못한 경영진의 관리 책임으로 봤기 때문이다. 제재심은 은행 본점의 경영전략(수수료 수익 확대 등)으로 진행된 조직적인 불완전판매로 이어졌다는 점을 들며 금융회사 지배구조법과 시행령을 근거로 제시했다.
두 은행도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위반 등의 혐의로 6개월 업무 일부 정지와 과태료 부과 제재를 받았다. 과태료는 하나은행이 250억원, 우리은행이 200억원이다. 영업정지와 관련, 당초 금감원은 3개월을 검토했으나, 제재심에 참여한 대다수 민간 전문위원들이 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 기준에 위반된 사실 관계가 명확하다고 판단해 영업정지를 6개월로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하나은행은 지난해 11월 양매도 상장지수증권(ETN) 불완전판매로, 우리은행은 같은 해 9월 고액 현금거래 늑장보고로 ‘기관경고’를 받았다. 우리은행은 대규모 환매 중단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라임펀드를 가장 많이 팔아 최근에도 불완전판매 논란에 휩싸였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결정에 대해 “사모펀드의 경우 운영이 불투명해 사전에 들여다볼 수 없고, 사고가 터지고 난 후에도 제재가 그간 미비했다”며 “이번 제재로 은행 등 금융사가 해야 할 의무인 소비자 보호에 대해 시장에 경고 신호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우려했던 ‘최고경영자(CEO) 리스크’가 현실이 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중징계 확정으로 지배구조가 흔들릴 개연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사실상 연임을 확정지은 우리금융 손 회장과 하나금융 함 부회장은 잔여 임기를 채울 수는 있지만 향후 3년에서 5년간 금융권 신규취업이 제한된다.
변수는 두 은행이 이의신청, 행정소송을 비롯한 법적 대응에 나설지 여부다. 이번 DLF 건은 개인과 기관 제재가 한꺼번에 통보되는데, 기관 중징계는 금융위 정례회의의 의결이 필요하다.
우리금융 손 회장의 경우 금융위의 최종 징계 확정이 오는 3월 주주총회 이후로 미뤄진다면 중징계를 받더라도 연임에 따른 향후 3년 임기는 보장받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만약 법적 대응을 하지 않고 주총 전에 의결을 받아들인다면 연임은 물 건너간다.
함 부회장도 법적 대응에 나설 공산이 크다. 그는 내년 3월 임기 만료인 현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을 이을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돼왔다. 은행권 관계자는 “두 곳 모두 소송의 승패 여부와 무관하게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며 “손 회장은 연임을 해도 리더십에 타격을 입은 만큼 경영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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