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소비자신용법 제정 추진…180만 연체자에 채무조정 협상권 도입
임아영 기자 [email protected]
180만명에 달하는 연체 채무자에게 금융사를 대상으로 채무조정 협상을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방안이 추진된다. 협상 과정에서 채무자를 지원하는 채무조정서비스업도 새롭게 도입된다. 금융당국은 과도한 추심 압박을 통해 채권 회수를 극대화하는 관행을 채권자·채무자 간 조정을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바꿔가겠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손병두 부위원장 주재로 개인연체채권 관리체계 개선 태스크포스(TF) 1차 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소비자신용법 제정 방향을 밝혔다. 우선 금융위는 채권자·채무자 간 채무조정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연체채무자가 채권자(금융사)에 채무조정 협상을 요청하는 경우 채권자가 이에 응할 절차적 의무를 부과했다. 채권자는 채무조정 협상 기간에 추심을 금지하는 등 협상에 성실하게 임해야 하고 심사 결과를 일정 기간 내 통보할 의무도 지게 된다. 채무조정 여부, 채무조정 정도도 채권자와 채무자가 자율적으로 협의·결정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정보가 부족한 채무자 편에서 채무조정 협상을 돕는 채무조정서비스업도 도입한다. 채무조정서비스업은 미국, 영국, 호주 등 국가에서 일반화된 업종이다. 금융당국은 전체 금융채무자 약 1900만명 중 10%인 90일 이상 개인연체채무자 180만여명이 수혜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는 연체 이후 채무 부담이 과도하게 증가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연체 부담이 끝없이 증가하는 연체 이자 부과방식을 바꾸기 위해 소멸 시효를 기계적으로 연장하는 관행을 개편하고 회수 가능성에 대해 판단해서 소멸시효를 완성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 원채권 금융회사의 관리책임을 강화하기로 했다. 은행이 원채권 금융회사로 신용정보회사에 채권을 위탁하거나 추심전문대부업체에 매각할 수 있지만 은행이 원채권 금융회사이므로 신용정보업체, 대부업체들이 기준을 지키는지 책임성을 가지고 모니터링해야 한다는 뜻이다.
금융위는 이번 TF 논의 결과를 토대로 내년 1분기 중 ‘금융권 개인연체채권 관리체계 개선 및 소비자신용법 제정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대부업법은 대출계약 체결 부문에 집중돼 있지만 소비자신용법은 연체 후 추심·채무조정, 상환·소멸시효 완성 등 내용까지 포괄한다. 금융당국은 이 법안을 2021년 하반기에 시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손병두 부위원장은 “국가 경제 발전 수준과 금융산업의 성숙도를 고려할 때 이제 포괄적인 소비자신용법제의 틀을 완성할 필요가 있다”면서 “채무자 상환 능력이 나빠지기 전에 자율적인 협상을 통해 적기에 채무 조정이 이뤄진다면 채권자, 채무자 모두 상생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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