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biz.khan.co.kr/khan_art_view.html?artid=201907251400001&code=920100
[2019세법]설비투자 ‘부진’에 대기업 투자 촉진으로 방향 돌린 정부
박상영 기자 [email protected]
정부가 24일 발표한 세법 개정안에는 시설 투자와 공장이전, 창업 등에 다양한 세제 지원이 담겼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진 영향으로 시중에 넘치는 유동 자금을 기업 투자로 유도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소수의 대기업에만 세제혜택이 집중된다는 점에서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세법개정안을 보면, 기업의 투자활성화를 위한 세제지원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같은 세제지원을 통해 법인세 감세 효과만 5년간 5463억원에 달한다. 생산성향상시설 투자세액공제율 한시 상향, 투자세액공제 적용대상 확대 및 일몰 연장, 가속상각 6개월 한시 확대 등 ‘민간투자 촉진세제 3종 세트’가 대표적이다. 최근 설비투자가 줄어든 데 따른 대응으로 볼 수 있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보면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2.1%이었지만 설비투자는 -7.8%에 그쳤다.
기재부는 생산성향상시설 투자 유도를 위해 내국인이 자동화 설비 등 생산성을 높이는 시설에 투자할 경우 공제율을 대기업은 2%, 중견기업은 5%, 중소기업은 10%로 확대한다. 이전까지 공제율은 대기업 1%, 중견기업 3%, 중소기기업은 7%였다. 세액공제 대상에 의약품 제조·물류 첨단시설과 열수송관·송유관 등 안전시설도 포함하기로 했다. 일몰도 2019년 말에서 2021년 말로 2년 연장한다.
자산 취득에 소요된 투자액을 조기에 회수할 수 있도록 가속상각 특례적용 기한도 6개월 연장한다. 가속상각 제도란 자산을 취득한 초기에 감가상각을 크게 해 세금부담을 줄이면서 투자 금액을 조기에 회수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정부는 초기 세수가 감소하지만 기업은 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어 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투자 유도를 위한 대책으로 활용된다. 미국은 2018년도부터 신규투자에 대한 100%를 가속상각하는‘감세와 고용법’을 시행해 신규투자에 대한 부담을 대폭 완화했다. 하지만 이후에는 다시 상각비용이 감소해 세 부담이 증가한다는 점에서 단기적인 효과를 갖고 있다.
중소기업 창업 세액감면 대상도 확대한다. 지금까지는 제조업 등 31개 업종에 한해 18세 이상 자녀가 60세 이상 부모로부터 창업자금을 증여받은 경우에는 1년 이내에 창업하고 3년 이내 창업자금으로 사용해야 증여세를 감면받았다. 그러나 기재부는 이번 세법 개정을 통해 과당경쟁이 우려되는 업종이나 소비성·사행성 업종 등을 제외한 모든 서비스업을 감면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창업 기한도 증여일로부터 2년 내, 창업자금 사용 기한은 증여일로부터 4년 내로 지금보다 각각 1년 늘렸다.
신기술·혁신분야 투자가 수익창출로 이어지기까지 장기간 걸리는 점을 고려해 세액공제 이월기간도 10년으로 확대한다. 신약의 임상시험 등 현실적으로 국위기업과 공동연구 등을 진행할 수 밖에 없는 경우에는 세액공제 대상에 내국 법인이 지배하고 있는 외국법인도 추가하기로 했다. 연구역량이 내국 법인에 속했고 신성장·원천기술의 국외 유출 우려도 크지 않다고 기재부는 설명했다. 정부는 시스템 반도체 설계·제조기술, 바이오베터 임상시험 기술에 대해서도 세액 공제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이번 세제지원 방안을 두고 대기업에만 혜택이 집중된다는 이유로 세제혜택이 축소됐던 생산성향상·안전시설 투자세액공제를 다시 확대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조세재정연구원은 ‘2017년 조세특례 심층평가’를 통해 “공제율 증가로 생산성향상시설에 대한 투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증가한다”면서도 “공제액 측면에서 보면 소수의 제조업 대기업에 수혜가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고 했다. 실제, 2015년에 생산성향상시설투자 세액공제를 신고한 713개 기업 중 10조원 규모의 기업은 17곳으로 2.3%에 불과했지만 4218억원의 공제를 받아 전체 공제액(4880억원)의 86.4%를 차지했다.
이상엽 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익 창출을 위해 설비투자를 충분히 할 수 있는 대기업은 다른 기업에 비해 외부자본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낮다”며 “외부에서 자본을 차입한다고 하더라도 낮은 비용으로 조달할 수 있다”고 했다.
다른 설비 투자세액공제와의 형평성 문제도 지적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특정시설에 대한 투자세액공제의 경우, 대기업 및 중견기업의 공제율은 각각 1%, 3%로 설정하고 있다”며 “생산성향상시설에 대한 대기업 및 중견기업의 세액공제율을 상향하면 다른 특정 설비 투자세액공제의 대기업 및 중견기업에 대한 세액공제율보다 높아지게 된다”고 했다. 기재위에 따르면 연구·인력개발 설비나 에너지 절약시설의 경우 대기업과 중견기업 공제율이 각각 1%, 3%다.
정부는 공제율 한도 확대는 설비 투자 유도를 위한 한시적인 조치라고 강조했다. 김병규 기재부 세제실장은 “미래에 할 투자를 당겨 지금 투자하도록 유인하기 위해 추진하는 것”이라며 “한시적으로 공제율을 인상하는 것일 뿐 영구적으로 하겠다는 의도는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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