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32년만에 월드시리즈 우승 한풀이

다저스, 탬파베이에 4승 2패… 7번째 우승컵 들어올려
“기다림은 끝났다! LA 다저스가 1988년 이후 첫 우승을 이뤘다.”(MLB닷컴)

“다저스가 수년간의 좌절을 딛고 월드시리즈를 제패했다.”(뉴욕타임스)

다저스가 32년 만에 한(恨)을 풀었다. 다저스는 28일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브라이프필드(중립구장)에서 열린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 6차전에서 탬파베이 레이스에 3대1 승리, 시리즈를 4승 2패로 마무리하며 정상에 올랐다.

다저스는 2013년부터 작년까지 포스트시즌에 빠짐없이 진출했으나 번번이 미끄러졌다. 특히 2016~2019년 포스트시즌엔 다저스를 꺾은 팀이 결국 최종 챔피언이 됐다. 다저스는 2016년 우승팀 시카고 컵스, 2019년 우승팀 워싱턴 내셔널스에 그해 포스트시즌 맞대결에서 졌다. 2017·2018년 월드시리즈에선 각각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에 무릎 꿇었다. 올해 초 애스트로스와 레드삭스가 당시 다저스를 상대로 한 월드시리즈에서 전자 장비를 동원해 사인을 훔쳤던 사실이 드러났다. 억울함과 분함을 삼켜야 했던 다저스는 60경기 단축 시즌에서 마침내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아픈 과거는 잊어라, 올해 주인공은 다저스

MLB닷컴은 “다저스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클레이튼 커쇼보다 기뻐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2008년부터 다저스에서 뛴 커쇼는 ‘제2의 샌디 코팩스’로 불리며 명예의 전당 입성을 사실상 예약한 선수다. 하지만 그동안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가 없다는 아픔이 있었다. 가을 야구에서 유독 부진했던 커쇼는 이번 시리즈 1·5차전에서 승리를 따내며 당당히 우승 반지를 차지했다. 경기를 마치고 잔뜩 흥분한 채 “우리가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했다”는 말을 되풀이한 그는 “지난 일에는 전혀 관심 없다. 올해 우승팀은 다저스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라고 했다.

마침내 다 가진 커쇼 - 다저스의 투수 클레이튼 커쇼가 막내아들을 안고 웃고 있다. 그는 투수 최고 영예인 사이영상을 세 차례 받았으면서도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지만, 월드시리즈 세 번째 도전 만에 정상에 올랐다. /AP 연합뉴스
2년만에 또 가진 베츠 - 0-1로 뒤지던 6회 2루타를 터뜨리고 나서 기뻐하는 무키 베츠. 보스턴 레드삭스 소속이던 2018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맛봤던 그는 이번 시즌 다저스로 이적하자마자 다시 챔피언 반지를 끼게 됐다. /EPA 연합뉴스
만장일치로 가진 시거 - 월드시리즈 MVP(최우수선수) 트로피를 든 코리 시거. 6차전 결승 타점을 비롯, 이번 시리즈에서 5타점(7득점 2홈런)을 올리며 맹활약해 만장일치로 MVP에 선정됐다. /USA 투데이 스포츠 연합뉴스
시리즈 MVP(최우수선수)로는 만장일치로 코리 시거(6경기 타율 0.400 2홈런 5타점)가 뽑혔다. 시거는 “실로 경이롭다. 우리 팀은 (코로나로 인한) 격리 기간에도 절대 멈추지 않았고 항상 준비돼 있었다. 막이 오른 후 계속 달렸고 믿기지 않는 포스트시즌을 보냈다”고 했다. 그와 함께 수년간 다저스 타선을 이끌었던 코디 벨린저, 저스틴 터너도 함께 우승을 맛봤다.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첫 포스트시즌을 치른 무키 베츠는 매 경기 호수비와 중요한 안타를 터뜨려 ‘우승 청부사’ 역할을 했다. 이날도 0―1로 뒤진 6회 1사 1루에서 2루타를 터뜨려 추격의 물꼬를 텄고, 빠른 발로 역전 득점에 성공했다. 8회말엔 3―1로 달아나는 쐐기 홈런도 터뜨렸다. ESPN은 “개막 직전 대형 계약(12년 3억6500만달러)을 했던 베츠가 MVP급 활약을 펼쳤다”고 했다.

다저스의 우승에 연고지 캘리포니아주 LA(로스앤젤레스) 중심가는 광란의 도가니가 됐다. LA타임스에 따르면 시민들은 27일 밤(현지 시각) 즉흥적으로 차량 퍼레이드를 하며 경적을 울리고 환호했다.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거리로 나온 이들이 깃발을 흔들고 불꽃놀이를 벌였다. 마스크를 벗고 소리 지르거나 기물을 파손하기도 했다. 경찰이 출동해 해산시키려 했으나 소용없었다.

LA다저스, 32년 만에 우승 가뭄 끝내다
LA는 레이커스의 NBA(프로농구) 파이널 제패에 이어 코로나 시대 프로스포츠 두 번째 타이틀을 획득한 도시가 됐다. 르브론 제임스는 “우승 퍼레이드를 하자! 마스크를 쓰고 안전하게”라고 했다. 에릭 가세티 LA 시장은 “집에서 가족과 월드시리즈 경기를 보다가 밖으로 나가 다저스 카우벨(종의 한 종류)을 흔들었다”며 “레이커스와 다저스를 축하할 기회가 꼭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두 감독의 선택이 가른 6차전 승부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국내 MLB 팬에게 ‘돌버츠’(돌머리+로버츠)라고 불렸다. 커쇼 불펜 활용, 류현진 기용 등 로버츠 감독이 포스트시즌 승부처에서 카드를 내밀 때마다 결과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이번 시리즈 6차전에서 절묘한 투수 교체로 오명을 벗었다. 토니 곤솔린을 비롯해 투수 7명을 내보내는 총력전으로 레이스 타선을 꽁꽁 묶었다. 특히 4차전에 선발로 나왔던 훌리오 우리아스를 7회 투입한 승부수가 적중했다. 우리아스는 9회까지 2와 3분의 1이닝을 무실점(4삼진)으로 막아 승리를 지켰다.

반면 케빈 캐시 레이스 감독의 투수 교체는 패착이 됐다. 무실점(9삼진)으로 호투하던 선발 블레이크 스넬이 6회 1사 후 안타를 맞자 곧바로 그를 내렸는데, 후속 투수 닉 앤더슨이 안타와 폭투, 야수선택으로 역전을 허용했다. 케빈 키어마이어는 “우리 모두 스넬이 마운드에 계속 있길 바랐다”며 감독의 결정에 불만을 드러냈다. 랜디 아로사레나는 1회초 홈런으로 자신이 세운 단일 포스트시즌 역대 최다 홈런 기록을 10개로 늘렸다. 최지만은 1번 타자로 선발 출장해 2타수 1볼넷을 기록했다.

[김상윤 기자 [email protected]]